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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흥에 학교 돈 쓴 교수들 '정직 1개월' 적절한가

등록 2021.09.29 16: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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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고려대가 유흥업소에서 학교 법인카드를 사용한 교수들에게 징계를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학교 측은 해당 교수 중 10명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리고, 2명은 경고 처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징계 대상자에 포함됐던 장하성 주중대사는 정년 퇴임으로 조치에서 제외됐다.

이 교수들은 지난해 교육부 감사 결과 2016~2020년 서울 강남 한 유흥업소에서 1인 당 많게는 86차례에 걸쳐 법인카드를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내연구비·행정용·산학협력단 간접비 등 명목으로 모두 합쳐 6693만원을 유흥업소에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이용한 업소는 '서양 음식점'으로 영업 신고돼 있지만, 실제로는 양주 등 주류를 주로 판매하고 여성 종업원이 술 접대를 하는 업소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컸다. 교수들의 접대 사실이 확인되진 않았으나 '정말 몰랐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수들의 징계는 마무리 됐지만, '적절한 수준의 징계였느냐'라는 의문은 남았다. 실제 징계 결과를 두고 비판 여론이 크다.

특히 고려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자신들의 등록금이 엉뚱한 데 사용됐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고려대생 A씨는 "학교 측이 비위 사실이 밝혀진 교수들에 대한 징계를 미루거나 솜방망이 처벌하는 게 하루 이틀은 아니었다"면서도 "수천만원을 썼는데 고작 정직 1개월은 너무 짧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법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소지도 있다. 교육부는 중징계 요청을 받은 일부 교수에 대해 사립 학교법에 규정된 징계 시효 도과를 이유로 경고 처분을 내렸는데, '공금 유용 및 횡령'의 경우 징계 시효를 5년까지로 보는 예외 조항이 있다. 이에 학교측이 적극적으로 징계에 나섰다면 해당 교수 또한 중징계가 가능했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징계 결과 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학교 측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다. 징계를 지나치게 '깜깜이'로 진행한 탓이다. 

고려대 측은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교수들의 징계를 요구 받은 뒤 약 10개월 동안 절차를 진행하면서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물론 징계가 마무리 된 시점까지 비공개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학교 측은 당초 교수들 대부분에 견책 및 감봉 2개월 등 경징계를 의결했다가 교육부의 요구로 징계 수위를 재차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받을까 우려해 징계 과정을 꽁꽁 숨긴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이에 학교 측이 교수들의 비위 행위를 엄단하기보다 보호하고 있다는 인상도 남겼다. 여론을 보면 알 수 있듯 이는 학교의 명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교원 징계가 학교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계기가 아닌 '제식구 감싸기'로 해석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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