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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 '회색코뿔소'에 돈줄 죄는 정부…"부작용 대비해야"

등록 2021.10.04 11:00:00수정 2021.10.04 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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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달 내 '가계부채 관리 방안' 발표

美 테이퍼링·中 헝다사태 등 긴장감 고조

대출 총량 관리로 실수요자에 피해 불가피

"소득·신용 감안해 골라내야…선별 지원 필요"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시내 상호금융권 외벽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는 모습. 2021.09.28.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시내 상호금융권 외벽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는 모습. 2021.09.2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우리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회색코뿔소'와 같은 위험 요인들은 확실하고 선제적으로 제거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난달 30일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들이 7개월 만에 한자리에 모인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회색코뿔소'는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있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코뿔소는 몸집이 커 잘 보이지만 막상 달려오기 시작하면 두려움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서투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한 용어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눈앞에 보이는 '회색코뿔소'로 가계부채를 꼽았다.

가계부채를 '회색코뿔소'라 말하는 정부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안으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상환할 수 있는 능력 내에서만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꼭 필요한 실수요자에게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게 이 방안의 골자다.

그간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돈을 풀어왔다. 이렇게 빌린 돈으로 자산에 투자를 했다가 해당 자산의 가격이 내리기 시작하면 부실화되고 이 리스크가 은행을 덮치면 금융위기가 온다.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금융위기는 이렇게 오기 때문에 최근 들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다시 돈줄을 조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잠재된 리스크들이 현실화되는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중국의 헝다그룹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간 헝다그룹은 부채를 일으켜 대규모 부동산 사업들을 추진해왔는데 중국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이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고 프로젝트들도 중단되기 시작했다.

헝다그룹은 한 해 매출액만 5000억 위안(약 92조원)에 달하는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부동산 기업이다. 따라서 이 여파는 연쇄 작용을 통해 국내 주식·외환시장에까지 미쳤다.

이는 우리가 기축통화인 달러 유동성을 조정할 수 있는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즉, 통화정책 정상화를 주목하는 이유다. 이에 대응해 한국은행은 오는 10~11월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체로 신흥국들은 테이퍼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앞서 금리를 올린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24일 노르웨이(0.00→0.25%)도 이 같은 결정을 내렸고, 러시아(4.25→6.75%)와 브라질(2.0→6.25%)도 지난 3월부터 꾸준히 금리를 높이는 추세다.

나아가 우리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뿐 아니라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섰다. 이후 은행들은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중단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높은 강도로 빠르게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시각은 명확해 보인다. 경제를 흔들 수 있는 뇌관을 가계부채로 본 것이다.

얼마 전 거시경제금융회의도 이런 논의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당시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확대된 유동성 등으로 빠르게 증가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공통 인식 아래 그 관리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중회의실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중회의실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30. [email protected]



"가계부채 관리 방향성 맞아…실수요자 고려해야"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정부의 방향성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출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출이 필요한데 이를 막아버리자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연달아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을 잡지 못했다는 점은 이 같은 비판적인 시각에 힘을 더하는 근거가 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도 금리를 조정해 유동성을 일부 회수할 필요성이 있는 국면인 것은 맞다"며 "하지만 가계부채를 총량으로 막으려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실수요자이면서 소득과 신용도가 갖춰져 있다면 대출을 받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분들은 대출이 아닌 재정으로 선별해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1.09.14.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1.09.14.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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