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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상습 성희롱 前간부, 고국서 장관에 대선 출마까지

등록 2021.10.19 10:38:50수정 2021.10.19 12: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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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재무장관 출신 대선 후보' 차베스

2009~2013년 WB직원 등 6명 상습 성희롱

WB 내부 재판소, 차베스에 솜방망이 징계 판결

[서울=뉴시스]로드리고 차베스 (사진=트위터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2021.10.19.

[서울=뉴시스]로드리고 차베스 (사진=트위터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2021.10.19.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세계은행(WB)이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한 고위 간부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가해자는 이후 고국에서 장관을 지내고 대통령 선거까지 출마한 로드리고 차베스로 밝혀졌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세계은행 내부 행정재판소의 지난 6월 판결문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차베스가 지난 2009년부터 4년 간 최소 6명의 직원 등을 상습 성희롱한 사실을 알고도 그를 강등했을 뿐 해임하지 않았다.

판결문엔 차베스가 2009~2013년 세계은행 직원과 부하 직원, 컨설턴트 등 여성 6명을 상대로 저지른 성희롱 행각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피해자 중 2명은 20대 초반이었다.

재판소는 세계은행 윤리 부서가 증인 30명을 인터뷰한 결과 등을 토대로 이 같은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따르면 차베스는 여성들을 힐끔거리거나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하기도 했다. 사적인 질문을 하거나 신체적인 외모에 대한 언급도 서슴지 않았다. 호텔이나 휴가로의 '반갑지 않은' 초대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22세였던 한 여성은 2009년 자신이 합류한 지 몇 주 만에 성추행이 시작됐다며 괴롭힘은 매일 일어났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는 한 예로, "차베스는 내가 허리를 굽힌 모습을 좋아한다고 말했다"며 "그런 뒤 물건을 떨어뜨리고 주워 달라고 요구해 거절한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차베스는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이나 성적 관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겐 불쾌하지 않게 여겨졌을 문화적 차이와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차베스는 강등된 지 몇 주 후인 2019년 세계은행을 떠나 코스타리카의 재무장관이 됐다. 세계은행은 차베스가 재무장관이 된 지 4개월 만에 코스타리카에 1억5700만 달러(약 1859억원)를 대출해 주기까지 했다.

차베스는 더 나아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최근 중도좌파 정당인 민주사회진보당 대선 후보로 지명됐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는 내년 2월 선거에서 5% 미만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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