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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3년 만에 내리는 유류세…팍팍한 서민 삶에 '윤활유'될까요?

등록 2021.10.24 06:00:00수정 2021.10.24 06: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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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류 물가 7개월 연속 상승…오름 폭↑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 ℓ당 1800원 돌파

과거 3번 유류세 인하…정부, 26일 발표

고소득층 세 부담 혜택 집중 우려도 나와

[세쓸통]3년 만에 내리는 유류세…팍팍한 서민 삶에 '윤활유'될까요?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3년 만에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고유가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2일 '제31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세는 국내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물가 안정과 서민경제 부담 완화를 위한 선제적 대응 조치를 적극 추진하겠다"며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들어 석유류 가격 오름세는 심상치 않았습니다. 24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년 대비 석유류 물가는 올해 3월부터 7개월 연속 상승했습니다. 지난 5월 전년보다 23.3% 오른 이후 6월(19.9%), 7월(19.7%)에는 오름세가 소폭 둔화됐으나 8월(21.6%), 9월(22.0%)에는 다시 상승 폭이 커졌습니다.

실제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리터)당 1826원(22일 기준)으로 1달 전(1724원)보다 100원 넘게 올랐습니다.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ℓ당 1800원을 넘어선 건 2014년 이후 7년 만입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1748원으로 한 달 전(1643원)보다 껑충 뛰었습니다.

국제유가 상승 압력에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지난 2000년, 2008년, 2018년에도 유류세를 내린 적이 있습니다. 2000년에는 3월2일부터 4월30일까지 약 2개월간 한시적으로 유류세(휘발유 5%↓·경유 12%↓)를 낮췄습니다.

2008년에는 두바이유 기준 국제물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자 3월10일부터 12월30일까지 약 10개월간 휘발유·경유·LPG 부탄에 대한 유류세를 10% 인하했습니다. 2018년 11월6일부터 2019년 5월6일까지 15%, 이후 8월까지는 7%를 인하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유류세 인하율을 2018년 수준인 7~15% 사이에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10%를 인하할 경우 ℓ당 기름값은 휘발유 123원, 경유 87원 할인될 것으로 추산됩니다(부가세 포함). 10%를 인하하면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ℓ당 82원, 58원 내려갑니다. 유류세를 7% 인하하면 휘발유는 ℓ당 58원, 경우는 41원 감면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 적용 시기 등 구체적인 방안을 오는 26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발표할 방침입니다. 물가 안정과 서민경제 부담 완화를 위해 내달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시내의 주유소. 2021.10.2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시내의 주유소. 2021.10.21. [email protected]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앞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류 소비가 많은 부유층에게 세금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8년 유류세 인하 후 국회예산정책처가 통계청의 가계동향을 바탕으로 소득분위별 가구의 평균 세 부담 완화 수준을 분석한 결과 소득 1분위(하위 10%) 가구에서는 연평균 1만5000원 세 부담이 감소한 반면 소득 10분위(상위 10%) 가구에서는 세 부담이 15만8000만원 줄었습니다. 휘발유·경유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고소득 가구가 유류세 인하의 혜택을 더 크게 받는 셈입니다.

세 부담 완화 폭이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더라도 1분위는 0.08%, 2분위는 0.07%인데 비해 9분위는 0.23%, 10분위는 0.22%를 차지하는 등 소득 대비 세 부담 완화 수준도 소득 상위 분위로 갈수록 컸습니다.

정부는 이번에도 사용량이 많을수록 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8년 방식처럼 유류세에 대한 ℓ당 세금 인하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유류를 많이 사용한 사람에게도 많은 혜택이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류세 인하 폭은 일괄적으로 적용하되 저소득층 지원 방안은 별도로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류세 인하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될 요소가 있지만, 전체 물가 상승세가 거세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류세 인하와 별개로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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