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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행 행진 사흘째 멕시코 이민들, 강가에서 휴식 중

등록 2021.10.27 08: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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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이민 2천여명, 우익스틀라 마을서 머물러

부르튼 발 치료..휴대전화 충전도

[ 리오그란데= AP/뉴시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도착한 아이티 이민들이 리오 그란데 강을 건너기 위해서 국경을 막고 있는 멕시코 국경수비대원에게 사정하고 있다.

[ 리오그란데= AP/뉴시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도착한 아이티 이민들이 리오 그란데 강을 건너기 위해서 국경을 막고 있는 멕시코 국경수비대원에게 사정하고 있다. 

[우익스틀라(멕시코)=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멕시코 남부의 이민 수용시설을 떠나서  타오르는 땡볕 아래 3일동안 행군을 계속한 온두라스이민들 2000여명이 26일(현지시간) 우익스트라 마을 강가에 도착해 하룻밤을 보내며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이민들은 심하게 물집이 생긴 발을 치료하거나 입은 옷을 강물에서 빨거나 어디든 그늘이 있는 곳이면 들어가서 잠깐씩 눈을 붙이며 피로를 달랬다.

니차 말도나도와 오마르 로드릭스 부부는 6살짜리 아들과 함께 이 곳 한 시골교외 옆 인도 위에 몸을 눕혔다.  이 온두라스인 가족은 밀입국 브로커에게 지난 해 1만2000달러 (1400만 4000 원)를 주고 미국에 가려고 했지만,  텍사스주에서 체포되어 추방되고 말았다.

이들은 고국에서 부인은 법률사무소 조수로, 남편은 세탁소 직원으로 일하다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실직했다.  온두라스에서는 실직에다 이민비용으로 빚까지 지고 있어서, 이들은 자력으로 다시 이민길에 오르기로 했다.

땅바닥에서 잠을 자고 어떤 날은 하루 한끼 밖에 못먹는 험한 길이었지만 이들은 멕시코 경찰의 거친 대접과 추방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이민행진에 끼여서 북쪽으로 걸어가는 대열에 합류했다.

멕시코 당국이 이런 대규모 이민 집단이 남부 치아파스 주를 떠나 행진하는 것을 허용하기 시작한 것은 몇 해 전부터이다.  하지만 이런 비슷한 시도들은 대개 무산되었다.  어떤 때에는 멕시코 국경수비대나 이민 단속요원들이 이민들이 지쳤을 때 쯤에 나타나 과도한 폭력을 써서 해산시켰다. 
 
26일까지도 아직은 이민 집단을 해산시키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 수 백명을 포함한 이민 대열은 서서히 이동해서 사흘 동안 41km걸었다.  이민들은 휴식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충전하거나 25일 내린 비로 젖은 옷을 말리고,  강물에서 목욕을 해 몸을 식혔다.

다이아나 플로레스(17)와 남편 케빈 오르티스(20)는 4개월전 아기가 겨우 생후 20일일 때 온두라스를 떠나 멕시코의 타파출라 시의 수용시설에 왔다.  거기서 멕시코 이민국 사무실을 정기적으로 드나들었지만,  법적 신분을 얻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도 좀체로 진행되는 일은 없었다.

"이렇게 일자리도 먹을 것도 아무 것도 없는 곳에 갇혀 있느니,  차라리 (미국행) 모험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어린 부부는 말했다.

다른 이민들도 멕시코 이민 당국의 느린 수속 과정에 비슷한 절망을 느꼈다고 했다.  로시벨 말도나도는 45일 동안 대기했지만 이민수속을 처리 중이라는 대답만 들었지 조금도 진전이 없어서 그 곳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민들 전부가 미국으로 가려는 건 아니다.  멕시코는 최근 멕시코 이민 신청자가 몇 해동안 천정부지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올해 9월까지 멕시코 이민 신청자가 9만명이 넘었고 그 가운데 3분이 2는 타파출라 이민국 사무실에 접수되었다.

멕시코 정부는 이민들을 되도록이면 미국 국경과 멀리 떨어진 남부 지방에 묶어두려 하고 있지만,  많은 이민들은 경제적으로 낙후된 남부보다는 취업 기회가 훨씬 더 많은 북부 도시들로 가고 싶어 한다.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아내와 6명의 자녀들을 데리고 멕시코 북부도시 몬테레이에 가고 싶어한다.  그는 미국에서 6년을 보낸 뒤 10년전 쯤 추방당했다.  고향에서는 갱단들이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해서 ( 아들들은 마약 판매원으로,  딸들은 연인으로 )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다.

"우린 돈도 다 떨어져서 이민 캐러밴에 합류했는데,  다행히도 아직 우리를 단속하러 오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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