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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저기가 내 밭인데, 당신 땅 좀 지나갑시다"…'통행권' 거부당했는데

등록 2021.10.30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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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인접해 있지 않은 맹지 소유자

타인 소유 토지 지나야 접근 가능해

통행권 주장…거부 당하자 소송 제기

법원 "농사 위한 출입 필요…인용해"

[서울=뉴시스]법원 이미지.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법원 이미지.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농사를 지으러 자신의 밭으로 가기 위해 철조망이 설치된 타인의 땅을 지나가야 한다면, 해당 땅 주인에게 '통행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법원은 통행이 가능한 제대로 된 길이, 그 길 하나뿐이라면 통행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3년 3월 경북 청도군에 있는 토지 소유권을 취득했다. 해당 토지는 B씨 등 타인 소유의 토지로 둘러싸여 있었고, B씨 토지를 통하지 않으면 공로로 출입이 불가능한 맹지였다. 공로란 많은 사람과 차가 다니는 큰길을 말한다.

하지만 B씨가 A씨 토지와의 경계에 철조망을 설치한 상태여서, 자유로운 출입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해당 토지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B씨 토지를 지나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B씨는 A씨 토지 다른 방향의 상당한 폭의 통행로가 있으므로 그 토지 소유자에게 통행권을 주장해야 한다면서 거부했다.

이에 A씨가 '주위통행권확인' 등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둘은 법정 다툼을 하게 됐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법 박효선 판사는 지난달 16일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가 공로로 나가려면 B씨 토지를 지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 판사는 '어느 토지와 공로 사이에 통로가 없는 경우, 그 토지 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하지 않으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 그 주위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고 정한 민법 제219조를 판단 근거로 들었다.

박 판사는 "피고는 이 사건 원고 토지의 서쪽 및 남쪽에 위치한 상당한 폭의 길이 형성돼 있으므로, (자신이 아닌) 그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주위토지통행권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해당 토지를 통해 도로에 이를 경우 피고 소유의 토지를 통과하는 것보다 우회할 뿐만 아니라 일부 구간에는 개울이 존재하고, 경사진 지형으로 돼 있어 통행로로 적당하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 토지는 농지로서 농사를 위한 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민법 제219조에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B씨 토지 중 통행로로 쓰기 가장 적합한 장소도 지정해 판결에 담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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