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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위드 코로나' 불안한 출발…곳곳이 구멍이다

등록 2021.11.01 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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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위드 코로나' 불안한 출발…곳곳이 구멍이다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안 그래도 감옥이나 마찬가지 환경인데, 코로나 탓에 강사나 가족들도 못 들어가니 직원과 환자들만 완전히 고립된 상황이죠."

최근 요양시설 내 노인 학대 문제를 취재하면서 접촉한 전문가의 말이다. 코로나19 이후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시설 전반에서 폐쇄성이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최근 경남 창원의 한 요양병원에선 160여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방역수칙을 지키기 어려운 밀집 환경과 폐쇄병동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증상이 있어도 표현하기 어려운 환자 특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도 분석됐다.

수 차례 반복되는 폐쇄병동 집단감염은 지난해 경북 청도 대남병원 집단감염과 궤를 같이 한다.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한 대남병원 사태는 면역력이 떨어진 장기입원 환자들이 온돌식 병실에서 공동 생활을 하다 일어났다. 대남병원 이후 장애인과 노인 집단거주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연이어 발생했다.

정부는 대남병원 사태 9개월 만에 정신병원 입원실 면적을 확대하고 병상 수를 10개에서 6개로 줄였다. 정신의료기관 집단감염으로 400여명이 확진된 뒤였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를 드러냈다. 폐쇄병동에서 집단 생활을 하는 장애인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 의료 인력 부족, 돌봄 공백 등은 해결되지 못한 채 코로나 이후로 미뤄졌다.

지난달 22일 열린 단계적 일상회복 토론회에서 황필규 코로나19 인권대응 네트워크 변호사는 "인권 중심의 코로나 극복이 돼야 한다"며 "장애인, 노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홈리스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놓인 현실을 반영한 조치가 반드시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던 '포스트 코로나' 과제들은 오히려 자취를 감췄다. 일례로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사 인력 확충을 논의하자던 의정협의체는 지난 2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병실 내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시설 기준을 개선했지만, 정신의료기관은 배제한 바 있다. 외면했던 문제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격이다. '위드 코로나'와 함께 사라진 '포스트 코로나' 과제들을 되짚을 때다. 가만 놔두면 후회만 되풀이할 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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