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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부채의식 文대통령, 전두환 '조화·조문·추모' 생략

등록 2021.11.23 18: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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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전두환씨 사망에 최소한의 예우만 표해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때와 확연히 비교돼

역사 과오 뚜렷…靑 신속히 장례 조치 결정

[서울=뉴시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자택에서 사망했다. 향년 90세. 사진은 1980년 전두환 대통령 취임식 (사진=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제공) 2021.11.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자택에서 사망했다. 향년 90세. 사진은 1980년 전두환 대통령 취임식 (사진=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제공) 2021.11.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성진 안채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사망에 대해 조화와 조문, 추모 등을 생략하기로 하고 최소한의 예우만 표하기로 한 것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개인적인 '부채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끝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차원의 조화와 조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박 대변인 브리핑에 대해 "전 전 대통령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았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는 게 브리핑에 담겨 있다"며 "그 부분에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핵심 관계자는 그러면서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전 대통령'이란 호칭을 쓴 것 관련해선 "브리핑하기 위해 직책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한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직접적으로 말씀을 하신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해 유혈 사태를 촉발했음에도 사과조차 없이 세상을 떠난 전씨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문 대통령의 비판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된다. 문 대통령은 평소에도 전씨에 대해 대통령 호칭을 잘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저서 '운명'에서 '서울의 봄'이 온 1980년 5월 당시 서울역 광장에 모인 학생들이 신군부에 계엄령 해제와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가 군 투입 소식에 자진 해산한 '서울역 회군'에 대해 일종의 죄책감을 나타낸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전씨의 신군부가 비상계엄을 내리면서 청량리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3일 춘추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11.23.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3일 춘추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11.23.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책에서 "(서울역에서) 해산한 대학생들을 다시 모이지 못했다. 그 중대한 기로에 서울의 대학생들이 싹 피해버린 가운데, 광주시민들만 외롭게 계엄군과 맞서야 했다"며 "나는 서울지역 대학생들의 마지막 순간 배신이 5·18 광주항쟁에서 광주시민들로 하여금 그렇게 큰 희생을 치르도록 했다고 한다"고 적었다.

또 지난해 5월 광주MBC에서 방송된 '5·18 40주년 특별기획 문재인 대통령의 오일팔'에서도 서울역 회군에 대해 "결과적으로 서울지역 대학생들이 매일 서울역에 모여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대적인 집회를 함으로써 결국 군이 투입되는 빌미를 만들어 주고는 결국 결정적인 시기에는 퇴각하는 결정을 내린 것 때문에 광주 시민들이 정말 외롭게 계엄군과 맞서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그 사실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고, 저뿐만 아니라 광주 지역 바깥에 있던 당시 민주화 운동 세력들 모두가 광주에 대한 어떤 부채의식을 늘 갖고 있었다"며 "당시 광주 오월 영령들을 비롯한 광주 시민들은 우리 1980년대 이후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상징과 같은 그런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인식 속에서 지난 2017년 취임 첫해부터 5·18민주화운동 재조사에 힘을 쏟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뒤 얼마 되지 않아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박근혜 정부가 종북 논란을 이유로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반대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식에서 부를 수 있도록 지시했다.

또 같은 해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대기 관련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진상을 재조사하도록 했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2018년 국방부 장관으로서는 38년 만에 처음으로 계엄군의 헬기 사격과 전투기 무장출격 대기 사실이 밝혀진 것 등과 관련해 광주 시민과 국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국무회의가 열린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1.09.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국무회의가 열린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1.09. [email protected]

아울러 2018년에는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다"며 5·18 계엄군 성범죄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전두환·노태우·정호용·장세동씨 등 신군부 핵심 인물을 상대로 발포명령을 조사해왔다.

문 대통령의 역사 인식과 전씨에 대한 평가는 지난달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청와대 브리핑 내용과 조치 등을 비교해도 확인된다.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 서거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문 대통령의 '추모 메시지'를 박 대변인을 통해 유족과 국민에게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5·18 민주화운동 강제진압과 12·12 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며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또 같은 날 오후 노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화를 보냈으며,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 등이 빈소를 찾았다.

용어 사용도 달랐다. 문 대통령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서거(逝去)라는 표현마저 절제했지만 '추모'라는 형식을 빌어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씨에 대해 '사망'이라고 명시적으로 표현했다. 추모 메시지조차 담지 않고 최소한의 예우만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역시 전씨 사망에 대해 발표한 입장은 '추모 메시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브리핑 제목은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관련 대변인 브리핑'이고, 지난번은 '노태우 전 대통령 추모 관련 브리핑'이었다"며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씨가 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기일 출석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1.08.09.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씨가 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기일 출석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1.08.09. [email protected]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청와대가 추모 메시지를 하루 뒤에 발표한 것도 내부적으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는 메시지 수위를 비롯해 장례 방법·조문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A·B안 복수 형태로 제시하고 문 대통령이 결정했다고 한다.

반면 전씨에 대해서는 비교적 평가가 명확했기 때문에 사망 당일 신속하게 결정이 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도 그동안 전씨에 대한 평가를 명확하게 유지해왔다. 이철희 정무수석은 지난달 2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 전 대통령은 국가장이나 심지어 국립묘지 안장(여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노 전 대통령과) 완전히 다른 케이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코스타리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가진 내부회의에서 참모들이 청와대 차원에서 조화·조문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자고 보고하자, 별도 언급없이 이를 진행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전씨 사망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날 전씨의 연희동 자택 앞에서 브리핑을 열고 장례 절차에 대해 "(전씨가) 평소에도 가끔 '나 죽으면 화장해서 그냥 뿌려라'는 말을 했다"며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그대로 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전씨 측은 장례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장으로 치르고 유해는 유언대로 화장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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