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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도 이준석도 '자기 정치' 몰두…정치력 부재 비판도

등록 2021.11.30 16:20:56수정 2021.11.30 16: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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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윤 후보쪽과 소통 불만…尹, 젊은 당대표 권위 인정 안해

김종인 영입 문제 이어 이수정 교수 영입, 충청 일정 '패싱' 논란

이 대표, 일정 전면 취소한 채 칩거…선거운동 사실상 '보이콧'

당대표직 유지한 채 尹 압박할 듯…"지금 사퇴시 실익 1도 없어"

尹, 이 대표와 갈등 장기화 경우 독주·2030 부정적 이미지 부담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국민의힘이 대선을 100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자중지란에 빠져들자 당 내에선 "윤석열 후보나 이준석 대표나 둘 다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이 대표는 30일 돌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무기한 칩거에 들어가 사실상 자당 대선후보를 상대로 선대위 영입 인사와 운영 방식에 불만을 드러내며 압박하고 있다. 윤 후보는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젊은 당대표의 고언을 무시한 채 측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선대위 영입 인사와 운영을 독주하고 있다. 두 사람이 선대위를 둘러싼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만큼 세련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가 30일부로 모든 공식일정을 취소해 그의 결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 대표직을 던지기 보다는 공동상임위원장이나 홍보미디어본부장 직을 던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이 대표가 종로보궐선거를 준비할 것도 아니라면 지금 당대표직을 사퇴할 실익은 1도 없고, 오히려 사퇴할 경우 향후 입지나 모양새만 이상해질 것"이라며 당대표직 사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제1야당 대표가 대선 국면에서 모든 일정을 거부하기로 한 점은 예사롭지 않다. 사실상 선거운동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 대표가 당연직으로 임명된 상임선대위원장직 뿐만 아니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을 반납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되면 제1야당 대표의 초유의 대선 선거운동 보이콧이 될 수도 있다.

권력암투로 묘사될 만큼 선대위 인선 등을 둘러싼 파열음이 끊임없이 새어나오도록 혼선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0선주자' 윤 후보의 정치력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윤 후보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영입 관련 전권 부여나 선대위 조직 규모를 놓고 이 대표와 갈등을 반복했다. 충청권 방문 동행 일정, 이수정 교수의 공동선대위원장 인선 등에서 당대표와도 사전 조율을 하지 않아 '이준석 패싱' 논란이 가열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윤 후보가 검사 시절의 '독주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1.11.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1.11.15. [email protected]

이같은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신경전을 두고 이미 예견된 일로, 곪을대로 곪은 갈등이 터져나온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의원들과 삼삼오오 모이면 윤석열캠프가 말을 잘 안 듣는다고 씹고 다닌다"는 얘기가 파다했고 "윤 후보가 사석에서 당대표 권위를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고 다닌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야권 관계자는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당무 우선권이 발동되고 당연히 윤석열 후보 중심으로 흘러가는 건 뻔한데 당대표가 굳이 자당 대선후보와 각을 세울 필요는 없다"며 "하지만 윤석열 후보가 올드하게 가고 있는 것도 맞는 얘기고, 윤 후보가 제안하는 게 트렌디하거나 이슈가 되는 것도 아니어서 이준석 대표의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라서 윤 후보가 경청할 필요도 있다. 결국 둘 다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니깐 이런 갈등이 생기는 것 아니겠냐"며 두 사람을 싸잡이 비판했다.

대선을 99일 남겨둔 시점에 대선주자와 당대표 간 갈등이 격화되자 당 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5선 조경태 의원은 "정권교체는 대의"라며 "우리 모두 겸손한 마음으로 한마음이 되어 오로지 정권교체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3선 김태호 의원은 "이번 대선은 결코 녹록한 선거가 아니다. 차, 포 다 떼고 이길 수 있는 판이 아니다"라며 "당 대표까지 설 자리를 잃으면 대선을 어떻게 치르려는 것인가? 누구든 말을 삼가고 자중하길 바란다. 후보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이다. 후보의 눈과 귀를 가려선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보고를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권성동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보고를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권성동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08. [email protected]

3선 하태경 의원도 "윤석열 후보와 우리 당의 대선 필승 공식은 청년과 중도 확장"이라며 "청년의 압도적 지지 없이 우리 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런 점에서 최근 이준석 대표 패싱 논란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번 대선에서 우리 당의 정치혁신과 청년정치를 상징하는 이 대표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대표 없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은 대선 승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이른바 '이준석 패싱' 논란에 대해 "선대위가 제대로 완벽하게 짜져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해서 빚어진 초기의 차질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선거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다된 듯이 행세한다고 비난받으면 엄청 좋지 않은 상황이 된다"고 염려했다.     

일각에선 '윤-이 갈등'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등판을 앞당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이날 조해진 의원은 TBS라디오에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이준석 대표가 예측하듯이 결국은 어려운 상황에서 지금보다도 더, 지금은 소 값을 비싸게 쳐줘서 모시고 와야 되지만 그때는 비싸게 쳐주고 말고 없이 완전히 그냥 전권을 주고 모셔 와야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게 그런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이준석 대표나 또 당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볼 때는 지금 체제가 순항을 하면 좋은데 못 그럴 수가 있고 못 그러면 위기가 오게 되고 위기가 오게 되면 결국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그때 가서 완전히 당을, 선대위를 맡기고 모셔 와야 되는데, 그런 상황은 우리 당한테 별로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솔직히 예측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현재 윤 후보 지지율이 여당보다 높게 나온다고 당이 안주할까봐 걱정된다"며 "엄연히 민심을 다 얻지 못한 상황에서 부족한 부분을 계속 채워나갈 필요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김종인 위원장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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