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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 우크라이나로 안보 딜레마에 빠진 미국

등록 2021.12.01 10: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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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 대미 결탁해 동시 침공할까?

가능성 적지만 현 상황은 묵시적 결탁인 셈

애치슨라인, 한국전쟁 유발 실수 되풀이 안돼

[서울=뉴시스] 대만 국방부는 23일 중국 전투기 등 군용기 24대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대거 침입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홈페이지 캡쳐) 2021.09.23.

[서울=뉴시스] 대만 국방부는 23일 중국 전투기 등 군용기 24대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대거 침입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홈페이지 캡쳐) 2021.09.2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의 전략적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위기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와관련 미국의 의회전문지 더힐(THE HILL)이 30일(현직시간) 미국이 처한 안보 딜레머를 분석하는 조셉 보스코 한미연구소 객원연구원의 칼럼을 게재했다. 다음은 칼럼 요약이다.

1950년 딘 애치슨 미 국방장관이 프레스클럽 연설에서 한국과 대만을 미국의 태평양 방위선에서 제외시켰다. 그러자 마오쩌둥과 김일성, 요시프 스탈린이 즉각 한국 침공을 모의했고 마오가 김일성의 압박에 밀려 한국전쟁에 가담했다. 둘은 뒤에 유엔에 의해 침략자로 비난을 받았다. 트루먼 대통령은 실수를 깨닫고 7함대를 대만해협에 투입해 마오와 장개석 총통이 내전을 벌이는 것을 막았다.

지난주 워싱턴의 한 모임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만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서로 조율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4명의 패널 모두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적 "결탁" 가능성을 부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의 꼬붕 노릇을 할 생각이 없고 미중대립이 분쟁 발발로 이어지지 않고 지속되는 것이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것이 이유다. 미국과 중국 둘 중 한 나라가 승리해 확실한 패권국으로 등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도 중국과 러시아가 공모해 미국을 악마화하고 미국의 안보 전략을 흔들어대는 것은 아닐지라도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일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은 심각한 안보 딜레머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중국과 러시아 모두 이런 상황을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에 정신이 팔리면 러시아가, 반대면 중국이 이득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결탁하는 건 아닐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양측이 암묵적으로 협력하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현재로선 두 나라 모두 거침이 없다. 지난 달 시진핑 중국 주석이 대만인의 독립 희망을 깨부수겠다고 위협한 뒤 중국 전폭기 150대가 대만 항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 흥미롭게도 푸틴은 중국의 경제력이 압도하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이 항복하도록 강압해 통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행동이 미국과 대만의 군사 협력 강화를 무력화하기 위해 조율된 메시지인지는 불분명하다. 어쨌거나 중국은 지속적으로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접경에 9만2000명 규모의 군대를 배치하고 "이례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고 주우크라이나 미 대사관측이 밝혔다. 그러나 푸틴은 미국의 이같은 경고가 미국이 이 지역 개입을 감추기 위해 연막을 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중국도 미국에 대한 비난에 가담했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군사원조를 제공하면서 푸틴이 도발하지 않도록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NATO의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입장은 미국이 대만에 대해 밝히는 전략적 모호성 입장과 다르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NATO의 회원국이 아니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직접 방어하고 나설지가 불분명한 것이다.

미국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경고는 아프가니스탄을 갑작스럽게 포기한 뒤 신뢰도가 떨어졌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아프가니스탄 때문이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대만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압박에 더 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시진핑과 푸틴은 몇 년에 걸쳐 야금야금 도발을 강화하는 식으로 서방이 대응에 나서지 않도록 하는 작전을 펴고 있다.

중국, 러시아 말고도 북한도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면서 한미일을 적대시하고 있다. 북한은 몇십년 동안이나 중국에 대한 주목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해왔으며 중국이 북한 카드를 다시 써먹을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은 또 이란 문제에도 붙잡혀 있다.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러시아에 강경입장을 밝혔던 오스틴 국방장관과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란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경고를 발하기 위해 이란을 상대로 힘을 과시하는 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1950년 애치슨 라인과 같은 오산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으며 해서도 안될 것이다. "우리는 한국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중국은 우리가 참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키신저의 발언이 다시 나오도록 해선 안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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