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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공무원…당해도 고소않는 민원실

등록 2021.12.07 14: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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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공무원…당해도 고소않는 민원실



[남양주=뉴시스]이호진 기자 = 민원인들의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가 해마다 늘면서 지자체들이 직원 보호에 나선 가운데 ‘공무원’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정작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일 구리시와 남양주시, 하남시 등 해당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해 구리시 민원담당 공무원들이 겪은 민원인 위법행위는 모두 121건이다. 폭언·욕설 86건, 위협·협박 28건, 위험물 소지 5건, 주취소란 1건, 폭행 1건 순이다.

그러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111건의 민원인 위법행위가 발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직원들이 겪는 정신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인근 하남시의 상황도 비슷해 2019년 65건이던 악성(특이)민원이 지난해 105건으로 늘더니 올해는 상반기에만 125건이나 발생했다.

남양주시의 경우 지난해 118건의 민원인 위법행위가 발생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70건의 민원인 위법행위가 확인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악성 민원인에 대해 고소 등 법적 조치를 취한 곳은 남양주시 한 곳뿐이다. 이마저도 1건에 그쳤다.

민원인 위법행위란 공공기관의 정당한 처분이나 제도에 불복해 불법부당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지속하는 민원으로 폭언, 폭행, 무고, 허위사실, 성희롱 등 다양한 행위를 포함한다.

민간인 간에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응당 법적 처벌 대상이 되겠지만, 공무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다 보니 민원인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쓰러지는 직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구리시에서는 지난해 민원인이 3개월 넘게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민원을 주·야 구분 없이 제기한 뒤 처리 결과를 자신에게 보고토록 하는 일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출장 때문에 민원인에게 민원 처리결과를 회신하지 못한 여직원이 사과 요구를 받고 민원인과 통화 중 실신하는 사고가 있었다.

수화기 너머 민원인의 폭언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했던 이 직원은 심신이 쇠약해진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결국 참다못한 공무원노조가 당사자 대신 이 시민을 고발 조치해 현재 사건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복지급여 대상자가 아닌 사람의 막무가내식 대상자 지정 요구, 마스크 무료 배부 요구, 신원확인이 되지 않는 주민의 민원서류 발급 요구 등 다양한 이유로 민원 담당 공무원들이 폭언과 욕설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민원인의 위법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자체의 소극적인 대응이다.

지자체마다 직원 보호대책을 수립해 심리상담과 법률지원, 의료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공무원은 시민을 위한 봉사자’라는 인식 때문에 고소·고발 등 직접적인 처벌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남시 관계자는 “아무래도 ‘공무원이 어떻게 시민을…’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보니 법적인 조치를 생각하기 어렵고, 그래서 악성민원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피해 직원에게 심리상담과 치료비용 등을 지원해 회복을 돕는 동시에 돌발 상황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는 민원실에 웨어러블 카메라 3대를 시범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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