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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 대통령이 사랑한 와인

등록 2021.12.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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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글레트(프랑스)=AP/뉴시스] 2019년 8월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앙글레트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행사장에서 지역 생산 와인 샘플을 시음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2021.12.08

[앙글레트(프랑스)=AP/뉴시스] 2019년 8월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앙글레트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행사장에서 지역 생산 와인 샘플을 시음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2021.12.08

[서울=뉴시스]  역사적으로 세계 각국의 대통령이나 총리 등 주요 정치인 중에서 와인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사람들이 많다.

와인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점심과 저녁 식사 시 꼭 두세잔의 와인을 마시는 습관이 있다. 2018년 프랑스에서 알코올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을 때는 젊은이들이 맥주나 독주를 과하게 마시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지만 와인은 괜찮다고 하기도 했다. 보졸레 지방의 ‘샤또 데 자크 물랭 아방’ 레드 와인과 상파뉴의 ‘루이 뢰데르’ 샴페인, ‘샴샴(Cham Cham)’이라 불리는 프로방스 까마르그 지방의 ‘마스 드 발레리올’ 샤르도네/베르멘티노 품종의 화이트 와인을 좋아한다.

그는 와인을 ‘프랑스의 영혼’ ‘프랑스 사람들 생활의 일부’ ‘프랑스의 대사(ambassador)’라고 했다. 시음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와인 테이스팅에도 일가견이 있다. 2019년 국제수입박람회 참석 차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다. 시진핑 주석이 만찬에서 값비싼 보르도 특급 와인 ‘샤토 페트뤼스’를 대접하자 프랑스 측에서는 답례로 ‘로마네 꽁티 1978’을 내놓았다는 일화가 있다. ‘로마네 꽁티 1978’은 같은 해 1월 홍콩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1병에 1만8400파운드(한화 2500만원 상당)에 팔렸던 귀한 와인이다.

최근 퇴임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 역시 와인 애호가다. 그의 와인 일화는 그의 평소 이미지에 걸맞게 소박한 편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07년 EU와 G8 정상회담의 만찬에서 각국의 정상들에게 제공할 와인을 직접 골랐다. 그는 화이트 와인으로 독일 산 리즐링 와인을 선정했다. 하지만 레드 와인에 대해서는 독일 와인의 품질이 그렇고 뛰어나지 않은데다 자크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의 입맛이 까다로운 것을 알고는 고심 끝에 독일와인조합에서 추천한 12가지 레드 와인 중 라인 강 근처 라인가우 지역의 ‘아스만하우젠 횔렌베르크 슈패트부르군더 2003’ 피노 누아를 선정했다. 독일와인조합은 1995년 메르켈 전 총리를 ‘와인의 여왕’으로 뽑은 인연이 있었다.

메르켈 전 총리가 평가한 독일 레드 와인의 품질과 관련해서는 다른 일화도 있다. 2016년 테레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와 가진 베를린 정상 회담에서 주최 측인 독일이 독일산과 이탈리아 산을 만찬에 함께 내놓자 메이 총리는 예의상 독일산 레드 와인을 골랐다. 그러자 메르켈 총리가 독일산 레드 와인은 썩 좋지 않으니 자신처럼 이탈리아산을 마시라고 조언한 적도 있다.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는 마르쿠스 슈나이더 지방 등 비교적 덜 알려진 2개 지역의 2009년에서 2012년 사이의 갓 생산한 독일 와인을 서빙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퇴근 후 직접 카트를 끌고 마트에서 식료품을 구입하는데, 와인은 자주 구입하는 물품 목록에 당연히 들어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다. 대신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앙숙인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도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외교행사를 제외하고는 백악관 내외부의 다양한 행사에 술을 들여 놓지 않았다. 와인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우리나라 식당에서 흔히 보는 주문 벨과 비슷한 호출장치를 만들어 놓고 다이어트 콜라를 시켰다. 최근의 두 미국 대통령이 가진 취향이 유아적인 것도 재미있다.

[서울=뉴시스]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서울=뉴시스]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술을 마시지 않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눈길을 끈다. 그는 2011년 버지니아주의 샬롯테빌에 있는 와이너리를 매입했는데 현재는 둘째 아들인 에릭 트럼프가 관리하고 있다. 트럼프의 친구인 기업가 존 클루게의 부인이 이혼 위자료로 받았던 ‘클루게 와이너리(Kluge Estate Winery)’가 부도가 나자 이곳을 인수해 ‘트럼프 와이너리(Trump Winery)’로 이름을 바꿨다.

트럼프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영부인 미셀은 와인을 좋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시카고의 자택에 1000병이 넘는 와인을 보관한 셀러를 가지고 있었다. 보관된 와인 중에는 이른바 오바마 와인으로 알려진 소노마의 ‘캔달 잭슨 샤도네이’ 화이트 와인이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미셀 오바마는 남아공 산 ‘그레함 벡’ 스파클링 와인을 좋아했다.

백악관 행사에선 전임자인 부시 전 대통령이 한 병에 250~500불 사이의 비교적 고가 와인을 사용한데 비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식 행사에 주로 15~50불 사이의 ‘코벨 내츄럴 캘리포니아’ 샴페인, ‘덕혼 쇼비뇽 블랑 2007’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으로는 ‘골든아이 앤더슨 밸리 피노 누아르 2005’를 선정했다. 2015년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백악관 방문시에는 세계 10대 와인 생산국인 중국산 와인을 접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양봉한 꿀로 ‘백악관 꿀 에일 맥주’를 양조해 자신도 즐겨 마시고 손님들에게도 대접하기도 했다.

와인은 종종 정치인들이 함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와인을 마시는 대통령은 더 감성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미국의 와인 주산지인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 소유자는 민주당, 포도원(Vineyard) 소유자 대부분은 공화당 지지자인 것도 흥미롭다.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우아한형제들 인사총괄 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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