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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품은 중흥, 단숨에 업계 3위…남은 과제는?

등록 2021.12.09 14: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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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 대우건설 인수 후 '독립경영·고용보장' 약속

"새우가 고래 삼켜"…'승자의 저주' 재연될까 우려

임직원들 조화·해외사업 시너지 창출 최대 '난관'

[서울=뉴시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왼쪽)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오른쪽)가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왼쪽)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오른쪽)가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품으면서 건설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중흥그룹은 9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중흥그룹은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5개월간 진행해온 인수 실무작업을 마무리했다. 중흥그룹은 이달 중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하고, 새로운 대우건설을 만들기 위한 후속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중흥이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었으나,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중흥과 대우건설의 체급 차이가 워낙 커서 금호아시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유동성 경영난에 내몰렸던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을지 건설업계 안팎에서 우려가 나온다.

또 서로 다른 조직 문화와 운영 체계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해외사업 경험이 없는 중흥이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을 잘 이끌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금호그룹 '승자의 저주' 재연 우려

시공 능력 순위 17위 중흥토건과 40위 중흥건설을 거느린 중흥그룹은 대우건설(5위)을 인수함으로써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뒤를 잇는 3대 건설사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선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매입할 자금력이 충분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인수 이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흥은 지난 6월 본입찰 이후 인수조건 수정 요구를 했고, 이후 재입찰을 통해 인수가격을 약 2000억원 정도 하향 조정했다. 통상 인수가를 낮게 쓴 뒤 재입찰을 하지만, 반대로 높게 썼다가 낮추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앞서 대우건설 매각에 실패한 DB인베스트먼트가 중흥의 입찰 포기를 우려해 인수조건 수정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무려 6조6000억원에 사들였으나, 불과 4년 만에 다시 지분을 팔았고 투자금의 반도 회수하지 못했다. 해외사업 부실과 주택경기 침체로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금호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어 산업은행이 재매각에 나서며 2018년 호반건설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9일 만에 호반 측이 발을 빼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례를 보면 승자의 저주를 단순히 우려로 치부하기에는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지난해 대우건설의 매출액은 8조1400억원인 반면,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은 각각 5300억원, 1조6500억원으로 회사 규모가 워낙 차이가 나는 점도 불안 요소다. 특히 2조원이 넘는 자금을 매입을 위해 한꺼번에 쓸 경우 재무 안정성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흥은 외부 금융회사와의 컨소시엄 없이 그룹 차원에서 전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창선 회장은 지난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4조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1조원 이상을 들여 대기업 한 곳을 인수한 뒤 나머지 3조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해야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흥은 또 지난 7월 대우건설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해 "일시적으로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일부 차입할 계획"이라며 "다만, 내년까지 유입될 그룹의 영업 현금흐름으로 대부분 상환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외부 차입 없이 대우건설을 인수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중구 대우건설 본사가 보이고 있다. 2021.07.0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중구 대우건설 본사가 보이고 있다. 2021.07.07. [email protected]



중흥, 대우건설 독립경영·고용보장…노조 반발·임직원 융화 '숙제'

중흥은 대우건설 인수 이후 '고용안정'과 '경영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독립경영'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의 '푸르지오'와 중흥건설의 '중흥S클래스'를 별도로 운영한다. 중흥-대우 브랜드 통합 대신 계열사들이 기존에 가진 장점을 살려 동반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과거 금호 트라우마 때문에 중흥에 인수되는 것에 대한 반발감이 여전하다. 중흥이 대우건설 임직원들에게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대우건설 '푸르지오' 브랜드 이미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도시정비사업에서 건설사 브랜드 이미지가 수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중흥 인수 후 푸르지오의 경쟁력이 하락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흥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우건설에 '독립경영'과 '고용보장'을 약속했다. 중흥은 독립경영 및 임직원 고용승계보장을 비롯해 ▲부채비율 개선 ▲임직원 처우개선 ▲핵심가치(도전과 열정·자율과 책임)의 고양 ▲내부승진 보장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 등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또 노동조합과도 성실한 협의를 통해 상생하는 방향을 모색하기로 했다.

중흥은 앞서 지난달 대우건설 노조와 만나 고용보장과 건설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 등 처우개선을 제안한 바 있다. 대우건설 임금 수준을 이른바 건설사 '빅5'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3위 건설사의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삼성물산 1억원, GS건설 9500만원, 현대건설 8500만원 순이다. 대우건설은 8200만원으로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가운데 중위권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5년 동안 임금이 동결됐고, 임금 격차도 동종업계 대비 20% 가량 낮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이 그동안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건설기업으로 발전하는 데는 무엇보다 임직원 개개인과 조직간 신뢰와 협력이 중요하다"며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협의를 통해 노사가 상생할 방안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중흥그룹 사옥. (사진=중흥그룹 제공)

[서울=뉴시스] 중흥그룹 사옥. (사진=중흥그룹 제공)


 

"해외사업 오랜 숙원인데"…중흥, 해외사업 경험 '無'

국내 주택사업에 주력해온 중흥건설과 토목과 플랜트, 신재생에너지, 해외사업 등 다양한 사업 범위를 가진 대우건설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우건설 내부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우건설의 약 38조원 국내외 수주실적 중 8조원이 해외사업 수주일 정도로, 해외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따내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반면, 국내 주택사업에 전념해온 중흥은 해외사업 경험이 없고, 인지도 측면에서도 전국구 브랜드가 없는 상황이다.

중흥은 주택사업에 특화돼 있던 사업 영역을 대우건설과 함께 토목·플랜트 등으로 확대하거나 해외사업에 진출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자금의 빠른 회수를 위해 상대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토목·플랜트 사업을 축소하고, 주택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대우건설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비대해진 대우건설의 몸집 줄이기에 나설 경우, 토목·플랜트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중흥건설이 토목·플랜트 사업과 해외사업 등에 대한 뚜렷한 방향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않은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흥은 대우건설의 투자와 해외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현재 284%(2020년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에 달하는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을 중흥그룹과 비슷한 수준(105.1%)으로 낮춰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대우건설의 독립경영을 보장하면서 도시정비사업과 해외사업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우리 대우건설이 더욱 역동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하길 소망한다"며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도전과 열정, 자율과 책임, 신뢰와 협력으로 뭉친다면 제가 꿈꾸는 대우건설과 임직원 모두가 꿈꾸는 기업이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우건설의 자랑이자 핵심가치인 도전과 열정, 자율과 책임을 더욱 강화할 방안도 찾아보겠다"며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내부승진을 최대한 보장하고, 조직의 안정성을 해지지 않는 범위에서 고리타분한 연공서열은 배제하고 능력위주의 발탁 인사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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