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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잘알]'역대급 외인' 키움맨 푸이그, KBO서 성공할까?

등록 2021.12.1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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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그 861경기 132홈런' 푸이그, 키움과 2022시즌 계약

쿠바에서 망명해 메이저리그 입성…'야생마' 같은 플레이로 스타 등극

잦은 기행과 불성실한 태도로 구설, 각종 사건사고 논란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LA 다저스 소속이던 야시엘 푸이그. 2013.06.27.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LA 다저스 소속이던 야시엘 푸이그. 2013.06.27.

[서울=뉴시스] 김주희 기자 = 야시엘 푸이그(31). '쿠바산 야생마'가 KBO리그에 상륙했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9일 "푸이그와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키움발 소식에 각종 야구 커뮤니티가 하루 종일 시끄러웠을 정도로 푸이그 영입은 큰 화제였다. 선수들도 "함께 뛰게 돼 신기하다", "빨리 맞대결을 해보고 싶다"고 관심을 보였다. 실력도, 이슈도 '역대급' 외국인 투수의 등장은 잠잠했던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푸이그는 누구?

푸이그의 야구인생은 웬만한 영화 못지 않게 드라마틱하다.

1990년 쿠바에서 출생한 푸이그는 2008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 동메달을 견인하는 등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쿠바와 미국의 국교가 단절돼 있어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탈출해야 했다.

푸이그는 네 차례 시도 끝에 마약 밀반입에 사용되는 보트를 타고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는 데 성공했다. 2012년에는 LA 다저스와 7년간 42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에 성공, 야구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뒤에도 망명 당시 도움을 받았던 멕시코의 마약 조직 로스 제타스에 연봉 일부를 상납하고, 살해 위협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덴버=AP/뉴시스] LA 다저스 시절의 야시엘 푸이그. 2013.07.05.

[덴버=AP/뉴시스] LA 다저스 시절의 야시엘 푸이그. 2013.07.05.

우여곡절 끝에 빅리그에 입성한 푸이그는 곧장 '괴물'같은 활약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인 2013년 104경기 타율 0.319, 19홈런 42타점 66득점 11도루의 성적을 냈다. 그해 신인왕 투표에서 2위에 올랐고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도 15위에 자리했다.

타고난 힘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펼치는 특유의 저돌적인 플레이는 '수치' 이상의 강렬함을 선사했다.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레이저빔' 송구도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데뷔 2년차인 2014년에는 148경기를 뛰며 타율 0.296, 16홈런 69타점 92득점 11도루를 작성, 올스타 선정의 기쁨을 누렸다.

2018년까지 LA 다저스에서 뛴 푸이그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절친으로도 유명하다. 나란히 2013년 빅리그에 뛰어든 푸이그와 류현진은 더그아웃에서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며 어울렸다.

2019시즌을 앞두고는 다저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4대3 트레이드로 적을 옮겼다. 그리고 2019시즌 중에는 다시 한번 트레이드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2019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7시즌 동안 861경기 타율 0.277, 132홈런 415타점 441득점 79도루를 수확했다.

[피츠버그=AP/뉴시스]신시내티 레즈 시절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경기 중 상대 선수와 충돌한 야시엘 푸이그. 2019.04.08.

[피츠버그=AP/뉴시스]신시내티 레즈 시절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경기 중 상대 선수와 충돌한 야시엘 푸이그. 2019.04.08.

야생마 질주 막은 기행

푸이그의 메이저리그 경력은 2019시즌을 끝으로 중단됐다.

2019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받아줄 팀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입단을 논의했지만 코로나19 감염으로 계약이 무산됐다.

메이저리그를 열광하게 했던 푸이그가 이적에 어려움을 겪은 건 기량 보단 '태도'의 문제였다. 뛰어난 재능으로 성적을 내왔지만 팀에 불화를 일으킬 정도의 자유분방한 성격에 발목이 잡혔다.

푸이그는 메이저리그 입성 초기부터 잦은 기행으로 입길에 올랐다. 지각 등 불성실한 태도로 자주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툭하면 벤치클리어링을 일으켰다.

신시내티 이적 후에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다저스 시절을 떠올리며 "최근 몇 년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계약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해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기기도 했다.

'악동', '문제아' 등의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LA 다저스를 이끌던 돈 매팅리 감독은 푸이그를 두고 "도색을 마치지 못한 페라리"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푸이그의 문제는 그라운드 바깥에도 존재했다.

마이너리그 시절 난폭운전으로 체포된 이력이 있고, 2015년에는 여동생에게 폭행을 행사해 가정폭력 혐의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는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해 거액의 합의금을 내기도 했다.

이미 입증된 실력이야 의심할 바 없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푸이그의 합류를 선뜻 결정할 수 있는 팀은 없었다.

[뉴욕=AP/뉴시스]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야시엘 푸이그 2019.08.17.

[뉴욕=AP/뉴시스]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야시엘 푸이그 2019.08.17.

러셀은 실패, 푸이그는?

선수의 단점보다 장점을 크게 보는 키움은 과감한 선택을 했다.

사실 키움은 지난해에도 푸이그 영입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푸이그의 빅리그 복귀 의지가 워낙 강해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은 키움은 올해도 다시 문을 두드렸고, 푸이그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때마침 메이저리그가 락아웃(직장폐쇄)으로 멈춰선 것도 푸이그가 미국 대신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데 영향을 줬다. 

고형욱 단장과 허승필 운영팀장은 지난달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날아가 다양한 방식으로 푸이그를 설득했다.

최종 목표가 메이저리그 복귀인 푸이그를 위해 키움을 거쳐 빅리그로 입성한 선수들의 영상을 보여주며 관심을 끌었다. 이정후, 김혜성, 안우진 등의 영상을 통해서는 수준급 선수들을 보유한 팀이란 점을 강조했다. 팬들의 열정적 응원 장면도 빼놓지 않았다. 

물론 키움도 푸이그가 가진 '단점'을 잘 안다. 그러나 바뀐 푸이그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푸이그를 만나고 온 고 단장도 "몇 차례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가정에 충실하고 인격적으로도 많이 성숙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키움 관계자는 "푸이그가 최근 몇 년간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다. 그 시간들을 통해 느낀 바가 많았을 것"이라며 달라진 모습을 기대했다.

2020년을 무적 신세로 보낸 푸이그는 지난해 12월 도미니카 팀인 토로스 델 에스테와 계약해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출전했고, 지난 4월에는 멕시칸리그 엘 아귈라 데 베라크루스와 계약해 야구 경력을 이어왔다.

'빅네임'과 KBO리그 적응은 다르다는 점 또한 푸이그가 넘어서야 할 벽이다.

키움은 지난해에도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의 에디슨 러셀을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화려한 경력이 무색하게 러셀은 65경기에서 타율 0.254, 2홈런 31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수비 실책도 12개로 많았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키움은 이번엔 다를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키움 관계자는 "외향적인 성격의 푸이그는 선수들과도 잘 어울리며 리그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며 '푸이그 돌풍'을 희망했다.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넥센(현 키움)에 몸담기도 했던 김병현은 "자유분방한 키움의 분위기가 푸이그와 잘 맞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홈런 20개는 칠 것 같다. 다만 올해 (미국에서) 실전을 뛰지 않은 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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