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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법무부장관의 '공소장 유출' 편파 지휘

등록 2021.12.13 15: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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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훈 사회부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지훈 사회부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입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하고 있는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과 관련한 의견을 적극 개진하면서다.

박 장관은 지난 5월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혐의 공소장이 유출된 정황이 감지되자 대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후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던 그였으나 최근 수원지검 수사팀을 중심으로 공수처의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수사에 대한 반발이 일자 맞불 성격의 입장을 내기 시작했다.
 
검찰 일각에서 공소장 유출이 법리적으로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 등이 나오자 박 장관은 자신의 SNS에 "첫 재판 전과 첫 재판 후는 다른 것이다. 주로 특정사건에 대한 공소장이 선별적으로 유출되니까 문제"라고 적었다. 공소장 유출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문제의식은 선명하게 전한 것이다.

그는 논란을 의식한 듯 출근길에 취재진에게 "원칙을 이야기한 것", "죄가 되고 안 되고는 수사하고 있는 공수처가 판단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서는듯 했으나 파장은 이미 크게 일어난 후였다.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며 "어제는 그렇게 자신있게 죄가 되는 것처럼 말해놓고 이제 와서 공수처가 판단할 일이라 하는 것이 황당하다"고 직격했다.

그러자 박 장관은 "공소장 유출 건에 대해 당사자 아닌 분들도 말씀을 많이 하는데, 그게 과연 조직 문화로서 바람직한 건가"라고 응수했고, 이에 한 검사장은 "헌법상 알권리와 사법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무슨 자격이 그렇게 필요한지 모르겠다"라며 설전을 이어가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과거 국정농단 사태 당시 야당 의원이었던 박 장관은 '국민 알권리'를 강조하며 수사 상황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박 장관이 현재 공소장이 공개되는 것을 문제삼는 건 이중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 검사장은 "(재판전 공소장 공개 금지가) 원칙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왜 국회의원 시절 법무부에 요구해 재판 전에 공소장을 받았는지 묻고 싶다"라며 "게다가 국정농단 특검법에 수사 중에 수사내용을 무제한 공개 가능하도록 하는, 전대미문의 특별조항까지 넣은 것은 다름 아닌 박 장관(당시 의원)이었다"고 지적했다.

뚝심있게 의견을 개진하던 박 장관은 결국 13일 출근길에선 취재진의 공소장 유출 관련 질문에 "그 얘긴 그만합시다"라며 입을 닫아버렸다.

수사가 끝나고 작성되는 공소장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 문서가 첫 재판이 열릴 때까지 공개돼서는 안 되는지를 놓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의 기준은 '공소제기 전'이다.

문제는 혐의를 두고 일어나는 법리 다툼이 아니다. 무엇보다 공수처가 검찰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수사 중이고, 이 고검장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이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적절한가이다.

첫 재판이 열리기 전에 검사의 관점에서 작성된 문서인 공소장이 공개되면 일방적 여론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피의자가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지 않을 이가 얼마나 될까.

하지만 공소장 유출 문제가 공수처와 검찰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의 치우친 발언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검찰의 자성과 변화를 불러오긴커녕, 되려 불필요한 갈등만 부추기고 나아가서는 서로 간의 반감으로 인한 개혁 동력 약화로 이어지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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