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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밥퍼 목사' 최일도 "'빵퍼'도 개원...어르신 일자리 창출·고독사 예방"

등록 2021.12.25 05:06:00수정 2021.12.25 08: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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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청량리역에 굶어 쓰러진 노인에 밥 한그릇 제공 시작

33년째 밥퍼 나눔 사역..."종교색 드러내지 않고 사랑 실천"

무료병원 '다일천사병원'과 노숙인 쉼터 '다일작은천국'도 운영

11월 개원한 '빵퍼', 소외계층에 나누고 판매 하는 사회적기업 프로젝트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다일복지재단 이사장 최일도 목사가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다일천사병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다일복지재단 이사장 최일도 목사가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다일천사병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현장에서 만났던 분들이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배고픔이며, 배고픔보다 더 힘든 것이 외로움'이라고 호소하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처절하게 마음이 아팠습니다."

'밥퍼 목사'로 유명한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는 코로나19 속에서도 '밥퍼 나눔 사역'을 펼치고 있다.

다일공동체는 밥퍼나눔운동본부를 통해 노숙인과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을 33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최 목사는 "코로나19로 밥퍼 식당 안에서의 식사 제공이 어려워 도시락으로 밥과 국·반찬·마스크·소독제 등을 꾸준히 나누고 있다"며 "코로나 확산세에 도시락 나눔을 중단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때는 '사랑의 쌀'을 들고 직접 댁까지 배달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매주 월~토요일에 집집마다 방문해 도시락을 나눠드리고 있어요. 평소 제공하던 식사의 2배가 도시락에 들어가는데요. 일일이 용기에 담아야 되다보니 준비 시간이 예전보다 2배 늘어났고, 인력도 2배 더 투입됐습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다시 안전하게 더 많은 분들을 모시고자 열악한 밥퍼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이 진행 중입니다."

그는 "다일공동체는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필리핀, 베트남, 네팔, 캄보디아, 탄자니아, 우간다, 캐나다, 미주, 과테말라 등 총 11개국, 21개 분원으로 확장돼 매일 밥퍼(밥 나눔), 빵퍼(빵 나눔), 꿈퍼(교육사업)가 일어나는 기적을 맛보고 있다. 33년을 믿고 후원해 주시고, 봉사해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고마워했다.

"해외 빈민촌에 있는 분원은 봉쇄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나눔 사역은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네팔과 베트남 등은 오히려 정부기관 당국자들이 현지 다일공동체를 찾아와 무료급식과 도시락 나눔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후원자들은 네팔에 산소통을 보냈고, 베트남에 긴급구호식량을, 캄보디아에 마스크를 전달했습니다. 코로나 확진으로 위중한 상태인 탄자니아 선교사의 긴급 한국 이송 에어엠브란스 비용도 보냈습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다일복지재단 이사장 최일도 목사가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다일천사병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다일복지재단 이사장 최일도 목사가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다일천사병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email protected]


최 목사는 "보통 다일공동체 하면 '밥퍼' 나눔 사역만 생각하시는데, 의료보험 혜택이 없는 불법 체류자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한 무료병원인 '다일천사병원'과 노숙인 쉼터 '다일작은천국', 가평 설곡산과 묵안리에서는 '영성훈련'을 위한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며 "개신교 수도원 안에 '다일수도원스테이'가 마련돼 누구든지 종교를 떠나 침묵으로 깊은 쉼을 누릴 수 있다. 이 곳에서 영성의 깊이를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밥퍼 사역은 1988년 11월 최 목사가 청량리역 광장에서 굶어 쓰러졌던 노인에게 밥 한 그릇을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상황을 묻자 그는 "청량리역 광장에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경춘선을 타러 가는 길에 누워 계신 함경도 할아버지를 만났다"며 "다시 온 길에서도 할아버지가 쓰려져 계셔서 '진지는 드셨어요?'라고 물었는데 대답을 안 하시고, 손가락 4개를 들으셨다"고 회상했다.

"네 끼를 굶으신 줄 알았는데, 나흘이나 굶으셨다고 하셔서 충격이었고 설렁탕을 대접했어요. 그 다음날부터 계속 밥을 사드렸고, 저의 삶도 돌아보게 됐습니다. 대학 4년, 대학원 3년을 다니며 '경건'이라는 말을 줄곧 들었는데,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을 실천하지 않고 껍데기로만 경건을 갖고 있던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유학 가서 박사학위를 받는 건 하나님이 아니라 저 자신만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독일 유학의 꿈을 포기했지만, 이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다고 고백했다. "만약 제가 유학을 갔더라면 신학교 교수가 되거나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오늘의 다일공동체는 없었을 것입니다. 독일 유학을 가지 않은 것이 백번 천번 잘한 일인 것 같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이 세상에 제가 존재하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예수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고, 그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제 꿈은 포기되었지만, 토종 NGO(비정부기구)로 이렇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기적을 만들어가게 된 걸 더욱 감사히 생각합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다일복지재단 이사장 최일도 목사가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다일천사병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다일복지재단 이사장 최일도 목사가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다일천사병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email protected]


힘든 시절에 도움의 손길을 건넸던 스승도 그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장로회신학대에 다닐 때 배가 너무 고파서 아차산 약수로 배를 채웠는데요. 당시 독일어 선생님이던 조활웅 영남대 교수님이 '제자가 이렇게 굶고 있는지 미처 몰라 미안하다'며 제 손을 꽉 잡았어요. 교수님이 대중교통만 이용하고 근검절약해서 저뿐만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식권까지 사줬습니다."

다일공동체가 33년간 다양한 사역을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자 "기독교 영성과 영성 생활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처음에는 신자들 중심으로 밥퍼나눔 사역이 이뤄지다보니 약 80%가 기독교 신자였고, 나머지는 타 종교를 갖고 있는 분들이었다. 지금은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 중에 신앙이 없는 분들이 약 80%로, 기독교 신자들보다 더 많다.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고 도리어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드렸더니 열매가 더욱 크고 아름답다"며 환하게 웃었다.

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고비가 많았지만, 어떻게든 이겨내거나 주변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묵묵히 함께 나누고 사랑하는 이웃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아름답다. 다일공동체의 33년 역사도 마찬가지"라며 "개미군단의 후원자들로 하여금 개신교 최초의 무료병원을 짓도록 후원해주셨고 밥퍼도 매일 봉사자들이 섬겨 주셨기에 가능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번 성탄절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성경을 보면 아기 예수님은 방도 없어서 짐승의 먹이통에서 태어나셨고, 소외된 이들의 친구가 되어주셨다. 코로나로 더욱 각박해진 이때에 예수님의 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1988년 12월24일, 청량리 쌍굴다리 아래에서 3명의 노숙자와 함께 초 한 자루 켜놓고 성탄예배를 드렸어요. 올해 34번째 성탄예배인데,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방한복과 긴급구호식량, 코로나 예방용품이 담긴 월동키트를 2000명에게 드렸습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다일복지재단 이사장 최일도 목사가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다일천사병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다일복지재단 이사장 최일도 목사가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다일천사병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email protected]




최 목사는 "돈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며 "사랑은 사랑으로 열매를 맺듯이, 노숙자로 밥퍼를 이용해 20여년간 배고픔을 해결했던 분이 작년에 주방장이 됐다. 또 얼마 전에는 '기초수급자로 매번 밥퍼를 이용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도움을 드리고 싶다'며 매달 5만원씩 약정하신 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88세 무명의 어르신이 다일천사병원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19년간 모은 1억원을 선뜻 기부하셨어요. 그 어르신 친구분에게 본인에게 쓰는 택시비조차 아까워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어제는 회사원이 1004만원을 기부하셨습니다. 코로나19로 더욱 어려운 시기에도 함께 나누려는 분들이 많아서 매번 감동받고 있어요."

그는 일자리 창출, 고독사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도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11월11일, 다일공동체 창립 33주년을 맞아 청량리에서 '빵퍼'를 개원했다"며 "'빵퍼'는 하루 5000개 이상의 빵을 날마다 만들어 절반은 소외계층에 나눠 드리고, 절반은 판매해서 쪽방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해 드리는 사회적기업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별이나 이혼으로 혼자가 되신 어르신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며칠 전부터 정부방침 때문이기도 하지만 코로나 예방을 위해 밥퍼에 방문하시는 어르신들에게 '바코드' 스티커를 드리게 됐어요. 자주 오시던 분이 못 오시는 경우, 고독사로 쓸쓸히 소천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미연에 체크해 관할 기관이 방문하고 취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적극 고려하고 있어요. 빵과 음료수를 들고 일일이 집에 방문하는 횟수도 늘릴 계획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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