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자해 전력' 의붓딸, 방문 안열자 부숴…헌재 "처벌 못해"

등록 2022.01.02 09:00:00수정 2022.01.02 09:13:4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의붓딸 방문 부숴 재물손괴죄로 기소유예

헌재 "자해상황 오인한 것…위법성 조각돼"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2021.12.2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2021.12.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의붓딸 걱정에 문손잡이를 부숴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여성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검찰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의붓딸이 자해를 할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다.

헌재는 A씨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검찰을 상대로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의붓딸이 방문을 열어주지 않자 문손잡이를 부숴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의붓딸이 과거에 자해를 한 적이 있었는데, 사건 당일 방에서 오랜 시간 인기척이 나지 않아 확인을 위해 펜치로 문을 두드린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 처분 직전에는 의붓딸이 '서로가 오해한 일이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처벌불원서를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A씨가 문을 부순 이유가 위법성 조각 사유가 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의붓딸이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오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형법 22조 1항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위험을 피하려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객관적인 기준에서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생명 등이 침해될 우려가 높아야 인정되는 것이다.

의붓딸의 경우에는 그러한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었지만, A씨로서는 위험을 오인했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대법원도 위험한 상황이 없는데도 이를 오인해 행동을 취한 '오상피난'의 경우 범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헌재는 "A씨는 의붓딸이 과거 자해 전력이 있을 뿐 아니라 사건 발생 며칠 전에도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어서, 방문을 두드렸음에도 반응이 없어 자해를 한 줄 알았다고 주장한다"며 "A씨로서는 오인할 만한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로서는 오상피난을 인정할 사유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채 A씨의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했다"며 "기소유예 처분은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