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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보이스피싱' 당한 것도 문제…法 "증권사 배상 20%만"

등록 2022.01.12 06:00:00수정 2022.01.12 06: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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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 중국에서 접속해 거래

VPN접속도 놓쳐…1억4천만원 피싱 당해

1심 "3번째 거래도 확인 안한 것은 부당"

"'수사기관' 흔한 유형…증권사 책임 20%"

'흔한 보이스피싱' 당한 것도 문제…法 "증권사 배상 20%만"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이상 징후를 놓치고 보이스피싱을 방지할 수 있는 임시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 증권사에게 범죄 피해 일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1심 판단이 나왔다. 다만, 피해자가 당한 보이스피싱 수법이 흔한 유형이었다는 등의 이유로 증권사 책임 비율을 20%로 판단됐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김명수)는 A씨가 B증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해 12월23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4월 자신이 구매한 적도 없는 수십만원 상당의 상품이 결제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비슷한 사례가 많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경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전화를 받았고, 경찰·검찰을 사칭한 이 조직은 원격 제어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A씨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증권사 한 지점에 방문해 온라인 거래 서비스를 신청했고, C은행 지점을 방문해 인터넷뱅킹 시스템도 신청했다. 이후 A씨는 C은행에서 5억원을 대출받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A씨 휴대전화에 설치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A씨 계좌에서 수회에 걸쳐 3억5000여만원을 타인 명의 계좌로 옮겼고, 1억4000만원을 A씨 명의 B증권사 계좌로 이체했다고 한다. 조직은 B증권사 계좌에서 다시 3차례에 걸쳐 1억4000여만원을 다른 계좌들로 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B증권사는 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가상사설망(VPN)을 우회하거나 중국에서 접속하는 거래를 막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A씨는 B증권사가 FDS를 제대로 구축·운영하지 않아 이상 거래를 탐지하지 못해 손해가 발생·확대됐다며 B증권사 계좌에서 이체된 1억4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A씨 계좌에서 1억4000만원을 이체한 과정은 평소 A씨 금융거래 패턴과 다른 이상 거래임에도 B증권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고 손해액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보이스피싱 사고 이전에는 A씨가 전자금융거래를 하면서 VPN으로 우회하거나 중국 IP로 접속한 적이 없었다. 이는 이상금융거래를 의심할만한 주요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A씨는 주식 매수 및 배당금을 지급받는 용도로만 계좌를 사용했는데, 1억4000만원을 이체받고 곧바로 다른 사람의 계좌로 단시간 사이 이체한 것은 기존 거래와 상이하다"며 "본인확인조치 등을 취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기술수준으로는 이용자가 VPN으로 우회했는지를 용이하게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B증권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는 3차례 중 1차례 거래인 3300만원이라고 봤다.

또 "보이스피싱 범죄가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는 것은 알려져있고,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것은 가장 흔한 유형"이라며 B증권사의 배상 책임을 20%로 제한해 660만원만 인정했다.

A씨는 C은행사와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계좌 정보를 제공한 이들을 상대로도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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