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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공수처①]'전달처'인가…2766건 접수→1642건 이첩

등록 2022.01.14 08:00:00수정 2022.01.14 10: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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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공수처 출범 1주년…기대가 실망으로

접수된 사건 절반 넘게 이첩…입건율 0.9%

"견제해달라"는 검·경으로 사건 보낸 공수처

직접 기소한 사건도 없어…"수사 역량 문제"

[과천=뉴시스]홍효식 기자 = 남기명(왼쪽부터) 전 공수처 설립준비단장, 윤호중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월21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식에서 제막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21. photo@newsis.com

[과천=뉴시스]홍효식 기자 = 남기명(왼쪽부터) 전 공수처 설립준비단장, 윤호중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월21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식에서 제막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21. [email protected]


[과천=뉴시스] 김재환 고가혜 하지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월21일은 1996년부터 25년간 이어져 온 염원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검·경 외에 고위공직자를 전담하는 새로운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시민사회로부터 끊이지 않았으며, 정치권에선 여러 차례 관련 법안과 논의가 상정됐다가 폐기되기를 되풀이했다.

결국 여당이 2019년 '날치기'라는 야당의 비난을 무릅쓰고 공수처 설치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헌정사상 첫 고위공직자 전담 수사기관이 문을 열게 됐다.

공수처를 향한 뜨거운 기대는 통계로 나타났다. 검사라고는 처장과 차장으로 2명뿐이었던 지난해 4월 초에 이미 1000건에 가까운 고소·고발장이 접수됐으며, 1년간 3000건에 육박하는 사건이 몰렸다.

하지만 공수처가 세간의 기대를 오롯이 충족시킨 건 아니었다. 직접 수사에 나선 것은 24건에 불과했고 절반이 넘는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으로 보냈다. 공들여 수사했지만 직접 공소장에 도장을 찍은 사건은 아직 단 한 건도 없으며, 수사 중인 사건들도 특정 공직자를 겨냥한 탓에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출범 1년 만에 존폐의 기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이 공수처가 처한 현실이다. 뉴시스는 공수처를 향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게 된 지난 한 해를 되짚어봤다.
[과천=뉴시스]홍효식 기자 =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해 1월2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21. photo@newsis.com

[과천=뉴시스]홍효식 기자 =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해 1월2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21. [email protected]


출범 1년만에 접수사건 3000여건 육박…절반 넘게 검·경 이첩

14일 뉴시스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공수처에는 지난해 1월21일부터 12월21일까지 모두 2766건의 사건이 접수됐다.

접수된 사건 중 고소·고발 등이 2462건으로 가장 많았고 ▲통보(다른 수사기관에서 고위공직자범죄 인지 등 통보) 220건 ▲이첩 79건 ▲기타(감사원 등 수사의뢰) 5건 순이었다.

공수처가 추가로 검사를 선발해 완전체에 가까운 진용을 갖춘 게 지난해 10월인 점을 고려하면 짧은 기간 동안 비교적 많은 사건이 접수된 것이다.

그런데 접수한 사건의 상당수가 다른 수사기관으로 보내졌다. 같은 기간 공수처는 ▲검찰 1244건 ▲경찰 394건 ▲군검찰 4건 등 모두 1642건을 이첩했다. 불입건된 건 315건이며, 아직 785건이 내사 및 분석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공수처가 입건해 '공제' 사건번호를 붙인 것은 모두 24건인데 중복되는 사건별로 묶으면 12건에 그친다. 접수 대비 입건율이 0.9%에 불과한 것이다.

접수되는 고소·고발 중에는 공수처가 직접 수사할 수 없는 사건도 많다고 하지만, 이첩되는 사건 중에는 공수처 수사 대상인 것도 적지 않다는 게 수사기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19년 12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상정돼 가결되고 있다. 2019.12.30.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19년 12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상정돼 가결되고 있다. 2019.12.30. [email protected]


"다른 수사기관 견제해달라"는 시민사회·정치권 기대 어디에

이처럼 공수처가 접수되는 사건을 넘기기에 급급하는 모습은 그간 공수처의 출범을 바라던 열망과 배치된다.

시민사회에서 처음 공수처 설치를 제안한 것으로 평가받는 건 참여연대가 1996년 시민 2만여명과 국회의원 151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한 부패방지법 입법청원서다.

당시 참여연대는 "우리에게 부정부패를 규율하는 법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검찰, 경찰, 감사원뿐 아니라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청와대까지 부정부패를 취급한다"며 "그러나 부패 추방의 중추적 기능을 행사해야 할 사정기관이 스스로 부패하거나 압력과 유혹에 초연하지 못했다"고 취지를 전했다.

2017년 제출한 입법청원서에서는 "2016년 국정농단과 헌법유린 사태가 조기에 발견되지 못하고 대통령 탄핵 사태에 이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며, "독립된 사정기구를 만들어 검찰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전담수사하게 해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높다"고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책무를 공수처에 기대했다. 지금의 공수처 설립 토대가 된 법률안이 발의될 당시, 국회는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독립된 위치에서 수사하고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선 기소할 수 있는 기관"으로 공수처를 정의했다.

즉,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기존에 있던 다른 수사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수처가 견제에 힘써달라며 출범을 염원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접수된 사건의 상당수를 검찰과 경찰에 넘기고 있는 것이다. '기대를 저버렸다'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입건한 사건 중 수사를 끝낸 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규원 검사 사건으로 2건에 그치며, 그마저도 검찰이 최종적으로 기소하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면서 실망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수사 역량"이라며 "직접 할 수 있는 사건을 빨리 수사해서 실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공부할 때도 연습문제를 풀면서 실력을 키우지 않나"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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