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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이재명 대북책사 이종석 "김정은 인내심 한계…마이웨이 선언"

등록 2022.01.21 07:20:06수정 2022.02.07 09: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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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중단된 조치 재개한다면 강한 담화부터 시작할 것"

"북한, 바이든 행정부에 내놓는 메시지는 협상에 나오라"

"바이든 행정부,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 얘기 하지 않고 있어"

"협상 안되면 올해 안에 최소한 인공위성 발사까지 갈 것" 전망

[성남=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세종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21. kch0523@newsis.com

[성남=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세종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직속 평화번영위원회 이종석 위원장(전 통일부 장관)은 20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핵실험·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움(유예) 파기 위협과 관련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이 요구한 새로운 제안을 하지 않는다면 제 갈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상태다. 미국이 (이러한 교착 국면을 타개할) 새로운 제안을 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이런 식으로 나올 것이라는 점은 그동안 예상돼 왔다. (김정은 총비서의) 인내심이 이제 조금씩 한계에 다다를 때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이 어디까지 갈지) 현재로서는 장담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위협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혀 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기존에 중단된 조치를 재개한다면 그 수단은 다양하다. 강한 담화도 포함될 수 있다. 중저강도에서 고강도로 공세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위원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 대북 정책을 고수해온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도 "전략적 인내의 길을 계속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내놓고 있는 메시지는 협상에 나오라는 것"이라며 "만약 협상이 안되면 북한이 올해안에 최소한 인공위성 발사(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까지는 갈 것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과 인터뷰는 두차례 진행됐다. 지난 14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세종연구소에서, 20일 오후 유선으로 각각 이뤄졌다. 이 위원장은 참여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32대 통일부장관 등을 역임한 국내의 대표적인 대북 전문가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이 올들어 탄도 미사일을 4차례나 쏘아올린데 이어 어제(20일)는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움(유예) 선언 재검토까지 경고했다. 왜 이러는 건가?

"현재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상태다. 미국이 (이러한 교착 국면을 타개할 북한이 요구한) 새로운 제안을 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이런 식으로 나올 것이라는 점은 그동안 예상돼 왔다. 자기 갈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모라토리움 재검토는) 물론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의미도 있다. 임인년 연초에 미국을 향해 이런 (정책) 기조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북한의 모라토리움 파기 위협은, 유엔 안보리의 북한 미사일 발사관련 비공개 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규범 파괴행위에 맞서 채워놓은 제재의 봉인을 스스로 풀어버리겠다는 일종의 겁박이 아닌가. 

 "그것(안보리 논의)를 향한 반발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 대화를 공개적으로는 천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북한이 기다리는)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보고 (그렇다면) 제 갈길을 간다는 메세지를 (안보리 회의를 앞두고) 전달한 것이다. (이번 경고는) 지난해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 지난 1년간의 대북 정책을 평가한 결과이기도 하다."

-북한이 앞으로 어떤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로켓맨’ ‘늙다리’ 등 말폭탄을 주고 받으며 서로 응징을 경고하던 지난 2017년으로 되돌아가는 건가.

 "(북한의 도발이 어디까지 갈지) 현재로서는 장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제사회를 향한) 위협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혀 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기존에 중단된 조치를 재가동한다면 다양한 수단을 포함할 것이다. 강한 담화도 포함된다. 기존에 공언한 신형무기 시위. 그리고 (핵시설 재가동 등) 중저강도에서 (위성발사 등) 고강도로 공세의 수위를 높여갈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를 향해 도발할 중저강도, 고강도 대응 조치로는 어떤 것들을 예상할 수 있나.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 핵시설 복구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북한이 다시 대결의 길로 나가는) 징후적 움직임들로 볼 수 있다. 좀 더 단계가 높아지면 인공위성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인공위성이지만, 미국에는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의미한다. 북한이 이런 단계까지 간다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거기까지 가겠나.

"비핵화  협상 관련 모멘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거기까지 갈 것으로 예상된다."

[성남=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세종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21. kch0523@newsis.com

[성남=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세종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21. [email protected]

-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중 실행에 옮긴 ‘전략적 인내’는 더 이상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를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에 전달하고 있는 게 아닌가.

"바이든 행정부가 같은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의 길을 계속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내놓고 있는 메시지는 이렇다. 북한 제제 완화가 포함된 해법을 가지고 협상에 나오라는 것이다. 만약 협상이 안되면 북한이 올해안에 최소한 인공위성 발사(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까지는 갈 것으로 본다. 만약 (북미)협상이 안되면 올해안에 최소한 인공위성 발사는 간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올해중 최소한 인공위성 발사까지 간다면 최악의 경우에는 핵 실험까지 재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거 아닌가. 

"(무엇보다) (북한의 이러한 도발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한 시위용이라는 점이 불안한 것이다. 그들의 그런 행동이 실제 우리에게도 상당한 위협이 된다. 또 한편으로 우리 대통령선거 정국에도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도 상당히 유감스러운 점이다."

-왜 이 지경까지 왔나.

"북한 입장에서는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뒤) 지금까지 약속을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핵실험도 안 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도 하지 않으면서 (미국에) 고개를 숙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미 대화에) 지금까지 안 나오고 있다는 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인내심이 이제 조금씩 한계에 다다를 때가 됐다."

-북한이 김일성 생일(4월15일)과 김정일 생일(2월16일)을 앞두고 북한 주민들을 의식해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이) 인민들에게 경제에 올인하면서도 국방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인민들을 상대로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된다. 국방력 강화의 일환으로 이걸(미사일 발사를) 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

-문재인 정부 평화 프로세스가 좌초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꼬리를 문다. 대북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할 때는 아닌가.

"북한을 제재로 굴복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이제 우리도 알고 있다. (북한이 중저강도. 고강도 도발을 한다면) 그 과정 어느 지점에서 대화와 협상을 할지,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떻게 노력할 지 창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로서는 (북한이 협상에 나설) 조건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강하게 규탄해야 하지만, 동시에 협상을 위한 실용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 하지만 강경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분출한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북한이 올들어  잇달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선제타격을 언급하기도 했다.

"설사 군대 지휘관이라고 해도 그런 말을 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제1 야당의 대통령 후보라면 이미 국가 지도자의 반열에 올라 있는 데, 그런 분이 그런 발언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그(선제타격) 발언 자체가 결국은. 상대방을 자극하고 상호 공포를 유발한다. 한반도에 정세 불안과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이 크다."

-북한이 서울 상공까지 불과 1분만에 도달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할 때 그냥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지 않나. 

"제가 (참여정부) 청와대에 있을 당시 북한 급변 사태 (작전계획의) 명칭이 고당 조만식 선생의 호를 딴 고당계획이었다. 한 일간지(세계일보)에 그 이름이 보도돼 한바탕 난리가 난 적이 있다. 그래서 당시 (작계의 이름을) 다 바꿨다. 보안 유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노출되면) 우리의 외교적 레버리지를 약화시킬 수 있는 건 다 비밀 문서로 처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전 계획이 그런 것이다. 그렇게 복잡한 얘기가 아니다. 윤석열 후보가 (선제타격을) 언급한 것이 매우 부적절하고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은 상식이다."

[성남=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세종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21. kch0523@newsis.com

[성남=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세종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1.21. [email protected]

-윤 후보의 발언이 국가의 미래보다는 지지층 결집을 염두에 둔 안보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의미인가.

"우리나라에 보수 대통령도 많았지만 왜 그분들이 그동안 ‘선제타격’이라는 말을 왜 못 했겠나.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결국 국익을 훼손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결국 자신의 운신의 폭도 좁힐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거는 국가 지도자가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선제타격이 우리의 매뉴얼이나 이런 데 전혀 없다는 뜻의 얘기가 아니다. 당연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컨티전시 플랜이 있다. 그걸 안 가지고 있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윤 후보는 우리는 자위적 수단을 갖고 있다는 정도의 얘기를 했어야 했다."

-대북 선제타격이 외려 한반도 핵전쟁의 도화선 역할을 할 것이라는 비판도 일각에서는 제기했는데

"지금 상대방이 핵무기를 복수의 지역에서 갖고 있거나 복수의 이동발사대를 갖고 있다면 선제타격이라는 것 자체가 결국은 이제 핵무기 핵전쟁을 유발시키는 도화선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가 안보를 사실은 훼손시키는 것이다. (나는 지금) 굉장히 논쟁이 필요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상식을 말하는 거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가장 시급한 현안은 결국 북핵을 비롯한 북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문제는 어디에 있었다고 보나.  

"북한은 정말 협상을 해보면 기본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협상하기 까다로운 존재다. 저런 북한하고 협상할 때는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게 합의가 된 건 꼭 지켜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우리가 그 다음에 할 말이 있다. 유엔 안보리 제재 국면에서 허용된 남북 간 협력이 있다. 확실하게 그 부분을 추진해 나가야한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한국 정부가 어떤 자세를 가지고 어떻게 북핵 문제에 대응하는가가 중요하다.  "

-문재인 정부가 북한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도 비판을 받는 것은 북에 너무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 아닌가.
 
"김여정이 그동안 여러 차례 이제 우리 대통령에 대해, 우리 지도부에 대해 굉장히 날이 선, 인격 모독적인 발언들을 했다. 그렇게 품격 없이 무리하게 하는 거에 대해 단호하게 입장을 취했어야 했다.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면 우리 국민도 정부가 분명할 때는 분명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정부가) 그렇지 못하면서 북한 눈치를 보고 쩔쩔 맨다는 이미지가 생겼다."

-이재명 표 대북정책의 첫 발걸음은 전 정권에서 실추된 국민들의 자존심을 되찾는데서 시작하는 것인가. 

"이재명 후보가 그런 얘기를 했다.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라고 것이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이나 말을 명확하게 지적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엔 제재의 틀에서 할 수 있는 걸 풀 것이다. 그다음에 북핵 문제를 진전시켜서 지금 남북 협력의 공간을 넓혀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끝으로 남북 협력의 공간을 어떤 식으로 넓혀나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이 정부에서 북한이 협력을 거부한 거는 결국은 (문재인 정부가) 본질적이지 않은 내용들만 자꾸 제시하지 본인들(북한)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것들에 대한 경제 분야나, 좀 더 큰 협력 분야를 이 정부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본 데 따른 것이다. 예컨대 제대로 된 협력을 하자고 하는데도 소극적으로 나올 수가 없다. 북한은 그렇게 하면 분명하게 그렇게 제대로 된 협력을 하자고 그러면 당연히 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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