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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서방 우크라 신경전…시간은 누구편인가

등록 2022.01.24 10: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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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 주변 군사력 증강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늘려

2월 지나면 언 땅 녹아 기갑부대 이동 불편

침공한다면 2월 하순…푸틴 협상력 제고 의도일 수도

[로스토프=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우크라이나와의 접경 지역에 있는 카다모프스키 사격장에서 러시아 전차 T-72B3이 전술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 내 영토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어디든지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인근 병력 증강에 대한 서방의 불만을 일축했다. 2022.01.13.

[로스토프=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우크라이나와의 접경 지역에 있는 카다모프스키 사격장에서 러시아 전차 T-72B3이 전술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 내 영토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어디든지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인근 병력 증강에 대한 서방의 불만을 일축했다. 2022.01.1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를 삼키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를 막으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서방 지도자들의 신경전이 몇 달 째 날카롭게 진행중이다. 우크라니아 접경에 10만 대군을 배치하고 북쪽의 벨라루스와 합동 군사훈련을 준비중인 러시아는 당장이라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준비를 갖춰둔 상태다.

그러나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은 올들어 몇주째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침공할 경우 명분을 확보하거나 침공을 유보할 경우 합당한 대가를 얻어내길 기대하고 있고 서방은 러시아의 침공을 최대한 늦춰 시간을 벌고 궁극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 벌어지는 신경전이 시간 싸움 국면에 접어든 형국이다. 이와관련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주말판에 "우크라이나 협상에서 시간벌기에 주력하는 쪽은 어디?"라는 기사를 실었다. 다음은 기사요약이다.

다음주에도 러시아와 미국의 우크라이나 협상이 이어진다. 협상에서 득을 보는 쪽은 누가될까?

지난 21일 제네바 협상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우크라이나 주변 군사력 강화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10만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벨라루스에도 군대를 파견하고 흑해 지역에 수륙양용함을 증강 배치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도 21일 20만파운드(약 9만kg)의 탄약 등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았다. 스팅어 대공미사일과 재블린 탱크 미사일도 발트해 국가들로부터 공급될 예정이다.

러시아는 2월중에 침공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미국은 대규모 경제제재로 이를 막아보려 한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심각한 경제 피해를 회피하기 위해 침공 대신 우크라이나 지도부와 주권을 약화시키는 새로운 방식의 공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

푸틴은 두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할 수도 있다. 그는 장기전으로 상대의 진을 빼는 장기가 있다. 반면 위험을 감수하면서 세상을 놀래킨 적도 있다. 2014년 총 한 방 제대로 쏘지도 않으면서 서방의 코앞에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빼앗고 우크라이나 동부에 군사적으로 개입했다.

주로 경제제재를 수단 삼아 푸틴을 저지해온 서방이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서방과 러시아가 밝히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원인은 차이가 크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이 우크라이나 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겁먹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등 서방국들에게 러시아 공격이 임박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은밀하게 우려를 표시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 21일 "푸틴이 바라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약화다. (하지만 푸틴의 생각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강한 국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레즈니코프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 침공 이래 군사력을 강화해왔다고 밝히고 전쟁가능성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우크라이나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최근 몇 주새 은행 예금을 해지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침공한 뒤 제재해봤자 별 소용이 없다며 러시아의 긴장고조 행위에 대해 제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이스칸데르 탄도 미사일, 기갑부대, 전자전 장비, 우월한 해공군력을 갖춘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으로 러시아군의 사상자가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해 푸틴이 침공하지 않도록 결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상자가 많을 경우 러시아로서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쪽과 동쪽, 남쪽에 상당한 규모의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다. 미 당국자들은 언제라도 침공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군사력이 계속 증강되고 있다.

러시아가 벨라루스에서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는 것은 침공군을 이곳에 배치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서방 당국자들은 말한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에 대한 위협이 한층 커졌다. 2014에도 러시아는 군사훈련을 빌미로 군사력을 배치한 뒤 우크라이나 동부에 개입했다.

벨라루스에서 진행중인 합동군사훈련은 2단계로 진행된다. 2월9일까지 진행되는 1단계는 러시아와 벨라루스군이 공군력을 사용해 군사시설을 보호화면서 군사력을 전개하는 과정이다. 2월20일까지 진행되는 2단계에서 양국군은 "불법 군사조직을 파괴하고 적군의 사보타지와 정찰을 무력화하게 된다"고 러시아 군사 당국자들이 밝혔다. 이 훈련에 러시아는 상당한 규모의 군사력을 파견했다. 첨단 S-400 대공미사일과 12대의 Su-35 전투기도 포함돼 있다.

CNA의 러시아군 전문가 마이클 코프먼은 "군사적으로 볼 때 2월에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월중에는 땅이 얼어 있어서 기갑부대의 이동이 쉽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남쪽의 군사력도 증강하고 있다. 크림반도에 상당한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는 러시아는 최근 추가로 함정을 배치하고 있다. 지난 15일 칼리닌그라드의 발티스크항에서 수륙양용함 3척이 출항했다.

러시아 침공 시기와 관련해 베이징 동계 올림픽도 고려사항이다. 러시아는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기간중에 조지아를 침공해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다시 그럴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월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다. 푸틴은 중국과 관계강화를 모색해왔다. 서방이 러시아를 제재할 경우 중국이 도와주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서방 전문가들이 관측한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2월 하순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반면 미국은 외교와 협상을 통해 침공을 최대한 지연시키려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주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러시아에 접경한 발트해 3국이 미제 재블린 대탱크미사일과 스팅어 대공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을 승인했다. 2억달러(약 2388억원) 규모의 미국 추가 군사지원 첫 회분이 지난 21일 도착했다. 미국은 또 아프가니스탄에서 입수한 러시아산 Mi-17 수송헬기도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있다. 영국도 2000여기의 단거리 대탱크미사일을 지원하고 있으며 터키는 무장드론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 출신 벤 호지스 예비역 중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으로 러시아군에 피해를 입힐 능력이 강화되고 서방이 계속 지원할 것이라는 점이 러시아에 대한 억제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숫자가 적고 무장이 부족하며 훈련이 돼 있지 않아 러시아의 다방면 동시 공격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하다.

푸틴 대통령이 군사공격 대신 우크라이나에 총을 겨눈 채 협상을 하는 것이라면 이 모든 요인들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이 경우 사이버공격과 허위정보 유포가 벌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케이르 자일즈 채텀하우스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직접 침공을 대신하는 많은 압박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공개적으로 러시아의 침공만을 대응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러시아에게 다른 수단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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