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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공인중개사협회장 "플랫폼 독과점 땐 소비자도 피해"

등록 2022.01.27 13: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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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기자간담회…"플랫폼 직접 중개 강력 저지"

"카카오처럼 독과점 후 비싸져 소비자 피해 우려"

징계 등 권한 없어…취임 1호 정책은 '의무가입제'

"시험 문턱 높이고, 이미 딴 사람들도 갱신해야"

[서울=뉴시스]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 (사진=공인중개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 (사진=공인중개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이종혁 공인중개사협회장은 27일 "대형 플랫폼 기업의 직접 중개를 강력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업권 수호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지만, 플랫폼이 독과점 체계를 구축했을 때 실질적 피해가 오롯이 소비자들에게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청룡동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대기업으로부터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법이 있는 것처럼 대형 플랫폼이 직접 중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카카오에서 대리운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소규모 업체들이 크게 줄고 대리비는 오른 것처럼, 큰 기업이 시장에 들어왔을 때 당장의 편리함은 있겠지만 가격 상승이라는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새로운 프롭테크 모델인 '온택트파트너스'를 통해 기존 공인중개사들과 협업해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법률기술 스타트업인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에게 징계를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공인중개사협회는 별다른 제재 방안이 없는 게 문제다.

이 회장은 "변호사협회는 징계권한이 있지만 중개사협회는 없다"며 "변협은 의무가입제라 협회등록증을 가지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허가증이 나오는 반면 중개사협회는 협회와 상관없이 지자체에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그는 취임 후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개업공인중개사 의무가입제도'를 꼽았다. 이 회장은 "업계의 자정노력이 필요한데 징계 등 실질 권한이 지자체에 있지만 인력부족 등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협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중개업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의 질적 향상도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배출된 공인중개사는 모두 49만3500여명이다. 이 중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중개사는 약 11만6300명에 불과하다. 이 회장은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하는 현재의 시험제도를 상대평가로 전환하는 한편, 이미 자격을 취득한 이들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젊을 때 자격증을 따놓고 정년퇴임하면 중개사무소를 차리겠다는 이들이 많은데, 자격증을 따놓고 한참 지나면 자격사로서 가진 지식이 얼마나 되겠느냐. 운전면허처럼 일정 시간을 두고 갱신해야 한다"며 "가지고 있는 집이 전 재산인 국민이 대다수인데, 자질이 부족한 중개사가 거래를 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했다.

중개보수가 너무 높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같은 여론으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부동산 중개수수료 요율 체계를 손질하는 내용의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10억원 아파트를 매매할 때 중개보수가 최대 500만원으로 종전 900만원 대비 400만원 가량 낮아졌다.

이 회장은 "10억 이상 고가주택은 전국 5%도 안 되고, 전국 중위가격은 3억6000만원 수준이라 140만원 정도의 보수가 주어진다"며 "이를 위해 18번의 응대 및 임장활동을 하는데, 결코 많은 보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볼 때는 계약서 한 건 써주는데 돈을 너무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겠지만, 낚시처럼 고기 잡는 순간은 단 몇 분에 불과하고 고기를 낚기 위해 장비를 구비하고 많은 준비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와 부동산 시장 전망도 내놨다.

그는 "무분별한 규제 지역 지정으로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을 초래했고, 대출규제 등으로 실소유자의 주택구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전세자금대출로 인한 전세가 상승이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세대출은 취약계층이나 신혼부부 등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대출규제, 금리상승 등 다양한 여건이 맞물리며 부동산 시장이 주춤한 상황이지만 공급이 부족한 지역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봤다.

이 회장은 "서울 주택보급률이 96%고 105%는 돼야 적정 수준으로 보는데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주택가격 진단이 쉽지는 않지만 서울 등 공급 자체가 부족한 지역들은 더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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