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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슈만·바흐와 함께 온 피아니스트 랑랑, 한국계 아내와 더 빛났다

등록 2022.02.26 05:00:00수정 2022.02.26 09: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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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서정적 연주에 관객들 열광

[서울=뉴시스] 중국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의 내한 공연이 지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사진=마스트미디어 제공) 2022.02.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중국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의 내한 공연이 지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사진=마스트미디어 제공) 2022.02.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오랜 기다림 끝에 천상의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중국 출신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40)이 6년 만에 내한 공연을 열었다. 그는 2020년 예정돼있던 공연을 코로나19 확산에 취소한 바 있다.

올해 공연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정부의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지침에 따라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음반사 계약을 바탕으로 자가격리 면제를 받으면서 막판에 공연이 성사됐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인기 아이돌그룹 공연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방불케 했다.

올 블랙 의상에 말끔한 모습의 그가 등장하자마자 객석에서 열광적인 박수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랑랑은 표정 변화 없이 침착한 모습으로 더 깊어진 음악성을 드러냈다.

이날 공연에서 랑랑은 슈만의 '아라베스크'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선보였다.

'음악적 에베레스트'라고 불리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아리아와 30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됐다. 테크닉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어려운 작품 중 하나로, 장시간 연주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표현력과 기술이 요구된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20년간 연구하고 연습한 랑랑은 건반 위를 마음껏 뛰어다녔다. 한 치의 흔들림 없이 90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그 많은 변주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서울=뉴시스] 중국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의 내한 공연이 지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사진=마스트미디어 제공) 2022.02.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중국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의 내한 공연이 지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사진=마스트미디어 제공) 2022.02.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합창석까지 꽉 채운 약 2400명의 관객은 매 연주가 끝날 때마다 힘찬 박수를 보냈다. 곡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성급하게 박수를 치는 사람도 없었다.

랑랑 역시 한국 관객을 만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마음가짐이 각별했던 것 같다. 앞서 랑랑은 골드베르그 변주곡을 "절망적인 느낌을 멈추게 하고 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일찌감치 전석을 매진시키며 '티켓 파워'를 과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걸림돌이었다. 게다가 랑랑은 최근 왼쪽 손목의 건초염으로 인해 유럽에서 예정돼 있던 리사이틀을 취소했다. 그는 충분한 회복 시간을 거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무대로 서울 리사이틀을 택했고, 이후 유럽 공연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그는 생기 넘치는 터치로 간결한 압축미를 펼쳐보이는 데 주력했다. '클래식계의 슈퍼스타',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피아니스트', '중국의 모차르트' 등의 화려한 수식어만으로 그를 표현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랑랑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화려한 테크닉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았다. 이날 연주는 매우 섬세하고 서정적이었다. 낭만적인 선율이 귓가를 부드럽게 감싸고, 사뿐히 내려앉았다. 때로는 강렬한 타건과 눈부신 기교로 청중의 눈과 귀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서울=뉴시스] 중국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의 내한 공연이 지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이날 랑랑은 자신의 아내인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와 무대를 꾸몄다. (사진=마스트미디어 제공) 2022.02.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중국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의 내한 공연이 지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이날 랑랑은 자신의 아내인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와 무대를 꾸몄다. (사진=마스트미디어 제공) 2022.02.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예정된 프로그램을 마친 그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로 친근감을 표한 뒤 아내 지나 앨리스(28)를 소개했다.

2019년 한국계 독일 피아니스트 앨리스와 결혼한 랑랑은 앞서 SNS에 "이번 공연에서 스페셜 게스트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아내가 깜짝 등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는데, 예상대로 앨리스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환영했다.

두 사람은 먼저 브람스의 '헝가리안 댄스'를 선사했다. 이어 앨리스가 한국 동요 '엄마야 누나야'를, 랑랑이 중국 동요 '모리화'를 각각 연주했다. 행복해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를 자아내게 했다. 특히 랑랑은 앨리스의 독주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은 부부는 브람스의 왈츠 2번을 연주한 뒤 아쉬운 작별인사를 전했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박수에 두 사람은 손하트로 화답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랑랑은 중국어로 '빛'을 의미한다. 이날 공연은 그의 이름처럼 '희망'의 빛을 선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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