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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처럼 빛난 신승원의 끝과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시작…'주얼스'[이 공연Pick]

등록 2022.02.28 15: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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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지난 27일 국립발레단 '주얼스' 공연 후 진행된 수석무용수 신승원의 퇴단 행사. (사진=국립발레단_Photo by 손자일) 2022.02.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 27일 국립발레단 '주얼스' 공연 후 진행된 수석무용수 신승원의 퇴단 행사. (사진=국립발레단_Photo by 손자일) 2022.02.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저의 마지막 공연이 관객분들께 따뜻한 감동과 영감을 드리고, 그 가슴 속의 울림이 오랫동안 간직됐으면 좋겠습니다. 참 행복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국립발레단 창단 60주년 축하공연 '주얼스'의 마지막 공연이 끝난 후, 수석무용수 신승원이 다시 한번 무대 한가운데에 섰다. 그녀는 환한 미소로 두 팔 벌려 객석을 향해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분홍, 노랑, 초록 색색의 야광봉이 객석을 밝히며 그녀를 맞이했고, 쏟아지는 박수에 신승원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울컥했다.

이윽고 무대 뒤편의 액자 배경에는 그녀가 걸어온 자취가 영상으로 흘러나왔다. 이날 무대에 오른 '주얼스'부터 사랑스러운 카테리나를 보여준 '말괄량이 길들이기' 그리고 '라 바야데르', '마타하리', '지젤', '잠자는 숲속의 미녀'까지 그녀의 다채로운 모습이 담겼다. 객석을 뒤로하고 영상을 보던 신승원은 지난 세월이 스쳐 지나가는 듯 눈물을 거듭 흘렸다. 동료 무용수들도 아쉬움과 축하를 담은 메시지로 신승원의 제2의 인생을 응원했다.
[서울=뉴시스]지난 27일 국립발레단 '주얼스' 공연 후 진행된 수석무용수 신승원의 퇴단 행사. (사진=국립발레단_Photo by 손자일) 2022.02.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 27일 국립발레단 '주얼스' 공연 후 진행된 수석무용수 신승원의 퇴단 행사. (사진=국립발레단_Photo by 손자일) 2022.02.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009년 입단한 신승원은 이날 무대를 끝으로 국립발레단을 떠난다. 2010년 '코펠리아'로 주역 데뷔를 한 후 '호두까기인형'을 비롯해 수많은 무대에 올라 뛰어난 연기력으로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왔고, 입단 8년 만인 2017년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그는 "오롯이 작품에 집중하고 진심을 다해 춤췄던 행복함을, 많은 분께 사랑받은 그 감사함을 가슴 깊이 간직하며 마지막 무대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이번에 다시 선보인 '주얼스'는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은 국립발레단의 축하공연으로 무대에 올라 의미를 더했다. 원석에서 보석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며 반짝이고자 노력했던 국립발레단의 시간을 빗대 올해 첫 공연으로 선정됐다.
[서울=뉴시스]국립발레단 '주얼스' 공연 사진. (사진=국립발레단_Photo by 손자일) 2022.02.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국립발레단 '주얼스' 공연 사진. (사진=국립발레단_Photo by 손자일) 2022.02.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주얼스'는 신고전주의 발레의 창시자 조지 발란신이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의 보석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작품으로, 1967년 뉴욕시티발레단이 초연했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특별한 이야기 없이 각 보석을 연상시키는 의상 그리고 음악에 어우러진 무용수들의 동작으로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 3가지 보석을 표현했다.

총 3막으로 이뤄진 공연은 무용수들이 세 가지 보석으로 변신해 반짝인다. 우아하고, 발랄하고, 순수한 보석 그 자체가 되어 각기 다른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신승원을 필두로 한 1막 에메랄드는 프랑스 낭만주의를 담아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한 매력을 뽐낸다. 밤하늘처럼 빛나는 별빛의 배경을 뒤로, 에메랄드빛을 띤 긴 녹색 튜튜를 입고 사뿐사뿐한 걸음걸이와 곡선 위주의 부드러운 팔 동작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로맨틱 발레를 선물한다.
[서울=뉴시스]국립발레단 '주얼스' 공연 사진. (사진=국립발레단_Photo by 손자일) 2022.02.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국립발레단 '주얼스' 공연 사진. (사진=국립발레단_Photo by 손자일) 2022.02.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두 번째 막인 루비는 그 붉은 빛만큼 열정적이고 활기가 넘친다. 무용수들이 붉은색 짧은 의상을 입고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기상곡'에 맞춰 통통 튀는 걸음과 하이파이브 등 재기발랄한 안무와 함께 온몸을 힘있게 뻗어내고 분절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미국 발레 스타일 특유의 자유로움과 위트를 느낄 수 있어 흥미롭다.

'보석의 왕'이라 불리는 다이아몬드는 그 피날레를 장식한다. 러시아 황실 발레를 표현한 다이아몬드는 거장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3번과 함께 우아하면서 절제되고 화려한 클래식 무대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커다란 액자를 배경으로 그림을 보는듯한 수석무용수 김리회와 박종석의 아름다운 독무와 2인무가 돋보이며, 16쌍의 무용수들이 펼치는 웅장한 군무가 여운을 안긴다.

보석처럼 빛나는 국립발레단을 내세운 강수진 단장은 이날 막이 오르기 전 무대에 올라 60년 세월을 함께해온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반짝이는 보석들처럼 빛나는 단원들과 함께 '주얼스'로 올해를 시작합니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를 준비하며 100주년을 향하는 국립발레단의 발걸음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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