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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전범 푸틴 법정에 세울 수 있을까…"기소 사례는 많아"

등록 2022.03.03 15:42:29수정 2022.03.03 18: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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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개 회원국 회부, 재판부 승인 불필요

ICC "즉시 수사 착수…범죄 합리적 증거 있어"

집단학살·반인도·전쟁범죄 혐의 집중할 듯

우크라 침공 외 돈바스 전쟁 과정 범죄도 수사

전·현직 국가 지도자 등 기소·유죄 전례 있어

러는 비회원국…푸틴 자발적 협조 가능성 낮아

선언적 수사 분석-일각선 보편적 관할권 주장도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전쟁 범죄 등 혐의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2일(현지시간) "회원국 중 39개국이 수사 개시를 요청했다"며 "증거 수집 작업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다룰 것"이라며 "앞선 예비 조사에서 관할 지역 내 범죄가 일어났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이미 찾았고 인정할 수 있는 잠재적인 사건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일한 상설 국제 재판소…전범·침략·집단학살 등 다뤄

ICC는 집단 학살, 반인도 범죄, 전쟁 범죄 및 침략 범죄를 다루는 최초이자 유일한 상설 국제 재판소다.

관련 범죄를 저지른 개인에 대한 기소권을 갖는다. 해당 국가가 기소 의지가 없거나 할 수 없을 때에만 '보완적으로' 관할권(사법권)을 행사한다.

또 '보편적 영토 관할권'이 없어 회원국 내 또는 국민이 저지른 범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회부한 범죄만 수사하고 기소한다.

수사 개시 요건은 범죄 행위, 공간적·시간적 관할권 3가지다. '관할 내에서 범죄가 행해졌거나 행해지고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고, '보완성의 원칙'(해당국의 기소 가능성이 낮을 때)에 부합해야 하며, 정의의 이익(범죄의 중대성과 피해자의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

당사국(회원국)이나 안보리 회부 또는 ▲집단 학살 ▲반인도 범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 등 규정 상 관할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이 중 당사국이나 유엔 안보리가 회부하는 경우 별도의 재판부 승인 없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2020년 말 기준 회원국은 123개국으로,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러시아는 2016년 탈퇴해 사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2013년 말 ICC의 관할권을 받아들였다. 이와 별개로 미국과 중국도 ICC 회원국이 아니다.

사법부와 검찰청을 따로 두고 있는데 우리 나라에선 송상현 전 ICC 소장(대법원장 격)을 배출한 바 있다.
[키예프=AP/뉴시스] 러시아 장갑차 행렬이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영역 크림반도의 한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인근에 탱크와 기타 중화기를 보유한 10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켰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유럽 내 전쟁 발발의 긴박함을 우려했다. 2022.01.19.

[키예프=AP/뉴시스] 러시아 장갑차 행렬이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영역 크림반도의 한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인근에 탱크와 기타 중화기를 보유한 10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켰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유럽 내 전쟁 발발의 긴박함을 우려했다. 2022.01.19.


돈바스 분쟁부터 침공까지…푸틴도 수사 대상될 듯

수사 범위는 지금의 러시아 침공은 물론, 8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 상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돈바스 도네츠크, 루한스크 지역은 2014년부터 친러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 정부군 간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분쟁 지역으로, 최소 1만4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칸 검사장이 "2013년부터 현재까지"라고 언급한 것은 이를 포괄적으로 들여다 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ICC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이 지역을 주시했던 만큼 범죄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도 상당수 확보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수사에선 전쟁 범죄, 대량 학살 혐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동·남·북 3면을 에워싸고 침공을 개시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로 진군하면서 제2의 도시 하르키우 등 많은 도시를 짓밟았고 남부 마리우폴과 헤르손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병력 뿐만 아니라 민간인 희생자도 늘고 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침공 7일째인 2일 민간인 22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고, 우크라이나는 최소 2000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

더욱이 러시아는 우크라 침공 후 국제법 상 금지된 진공폭탄, 집속탄 등의 대량살상 무기를 사용한 정황이 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로 치명적인 무기를 옮기는 영상을 봤다"며 "여기에는 제네바 협약에서 금지한 집속탄과 진공 폭탄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ICC는 2010년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린 1차 로마법령 검토회의에서 관할 하에 있는 범죄 중 전쟁 범죄에서 사용이 금지된 특정 종류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침략죄에 대한 사법권 정의와 절차를 규정하는 2개의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하르키우=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 러시아의 로켓 공격이 있은 후 우크라이나 보안국(USS) 건물 옆 도로에 로켓 파편이 놓여 있다. 2022.03.03.

[하르키우=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 러시아의 로켓 공격이 있은 후 우크라이나 보안국(USS) 건물 옆 도로에 로켓 파편이 놓여 있다. 2022.03.03.


관심은 푸틴 기소…법정에 세울 수 있나

가장 큰 관심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기소 여부다.

영국의 국제변호사 출신인 칸 검사장은 지난해 6월 ICC 검사장으로 취임하면서 "ICC 비회원국에 대해서도 범죄가 발생한 국가에서 재판을 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ICC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 가능한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 재판이 열리도록 해야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을 추궁하고 면책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ICC는 설립 이래 12건에 대해 공식 수사를 개시했고, 9건의 추가 예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사건들에서 국가 지도자들이 전범이나 집단 학살 혐의로 기소된 사례는 적지 않다.

지금까지 우간다 반군 단체 '신의 저항군'(LRA) 지도자 조지프 코니, 오마르 알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리비아 전 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 로랑 그바그보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장피에르 벰바 전 콩고 부통령 등 45명이 재판에 넘겼다.

첫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지난 2012년 콩고 반군 지도자 토머스 루방가다. 그는 소년병을 내전에 동원한 혐의 등으로 징역 14년을 선고 받았다. 전쟁범죄 혐의가 적용됐다.

문제는 러시아가 ICC 기반인 로마 규정을 따르지 않는 비당사국(비회원국)이란 점이다.

비당사국의 '협조'는 자발적인 성격을 갖는다. 또 유엔 안보리가 회부한 사건이라면 유엔 회원국 모두에 구속력을 갖지만 이번은 유엔이 아닌 당사국의 요청으로 수사가 개시됐다. 이 때문에 비당사국의 협조에 대한 비관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푸틴 대통령이 조사에 협조할 가능성은 낮다. ICC가 푸틴 대통령을 기소하더라도 그가 실제 법정에 설 지도 미지수다.

이에 ICC의 수사가 선언적으로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영국, 독일 등에서 적용하고 있는 보편적 재판 관할권을 주장한다. 해당국이 아니어도 처벌할 수 있는 개념으로 영국, 독일 등이 적용하고 있다.
[마리우폴/AP=뉴시스]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에서 지난 2월27일(현지시간) 구급대원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부상당한 6세 소녀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다. 2022.03.01.

[마리우폴/AP=뉴시스]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에서 지난 2월27일(현지시간) 구급대원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부상당한 6세 소녀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다. 20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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