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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과 맛깔'사이 고선웅표 연희 한마당…연극 '회란기'[이 공연Pick]

등록 2022.03.17 15: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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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회란기' 공연사진. (사진=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2022.03.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연극 '회란기' 공연사진. (사진=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2022.03.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장해당, 너는 무죄다."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돌고, 돌아왔다. 남편을 독살하고, 재산을 편취하고, 본처의 아이를 가로채려 했다는 혐의를 받은 한 여인. 모두가 "그렇다"고 했을 때, "아니"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모진 매질에 그 자신이 했노라고 거짓으로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회란기'는 중국 원나라 때인 1200년대 중반 극작가인 이잠부가 쓴 잡극 '회란기'의 이야기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대표작 '코카서스의 백묵원'의 원작으로 '솔로몬의 재판'과 비슷하다. 

이번 공연은 '조씨고아-복수의 씨앗', '낙타상자'를 선보인 고선웅 연출의 세 번째 중국 고전 작품으로, 극공작소 마방진과 3년 만에 의기투합한 신작이다.  "변함없이 쉬운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주는 연극을 하고 싶다"고 밝힌 고 연출은 연극 '회란기'를 통해 이를 증명한다.
[서울=뉴시스]연극 '회란기' 공연사진. (사진=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2022.03.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연극 '회란기' 공연사진. (사진=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2022.03.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회란기'의 이야기는 쉽고 간결하다. 포스터만 보고 진지하고 무거운 극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당시의 사회상을 날카롭게 통찰하며 비판하지만, 무겁게 다루기보다 익살스럽게 끌고 간다. 장면에 따라 집이 되고, 관아가 되는 기둥과 배우들이 들고나는 문을 빼곤 무대는 맨바닥에 별다른 장치도 없다. 하지만 맛깔나는 배우들의 연기와 이야기로 120분 내내 웃음을 놓지 않는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기생으로 가게 된 장해당은 동네 갑부 마원외와 진심으로 사랑하게 돼 첩으로 들어가 아들을 낳는다. 그러나 이를 눈엣가시로 여긴 본처 마부인은 내연남과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남편을 몰래 독살하고 장해당에게 이를 뒤집어씌운다. 마부인은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장해당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며 이웃들까지 은화로 매수하고 지역 관아에서 거짓 증언을 하도록 한다.

장해당은 금쪽같은 자신의 아이를 빼앗길 수 없어 항변하지만 게으르고 무능력한 태수는 들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수하인 마부인의 내연남이 사건을 처리하고 혹독한 매질로 장해당에게 거짓 자백을 받아낸다. 이후 호송된 장해당은 마지막 힘을 짜내 판관 포청천에게 억울함을 호소한다. 포청천은 바닥에 석회로 동그라미를 그려 아이를 세우고, 두 여인에게 아이를 원 밖으로 끌어당기라고 주문한다.
[서울=뉴시스]연극 '회란기' 공연 사진. (사진=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2022.03.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연극 '회란기' 공연 사진. (사진=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2022.03.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연극 '회란기' 공연사진. (사진=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2022.03.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연극 '회란기' 공연사진. (사진=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2022.03.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진실은 파묻어도 해처럼 드러나고, 거짓은 가리고 덮어도 쇠꼬챙이처럼 뚫고 나온다네." 진실을 덮은 이들의 최후에 던지는 이 대사는 극을 관통한다. 거짓으로 가리려 해도 결국 진실은 드러난다는 보편적이면서 명쾌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돈으로 사람을 매수하고, 은화에 눈이 멀어 거짓을 고하고, 억울한 목소리보다 자기 이익만 챙기는 모습은 약자들에게 매정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담고 있다. 지금 시대에도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다. 

익숙한 서사에 금방 결말을 알아채지만, 그럼에도 흥과 맛을 잘 살렸다. 극은 짜임새 있고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배우들은 고전적인 어투에 진지하다가도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표정을 뽐내며 해학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연희적인 요소로 가득 찬 극은 마치 한 편의 마당극을 본 것 같은 느낌이다. 공연은 20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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