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보는 K아트&책]이형구 '얼굴 변형하기'..메이커스 랩

[서울=뉴시스]이형구, H-WR로 얼굴 변형하기, 2007 (2009년 인화), 디지털 크로모제닉 컬러 프린트, 121x121 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 남자, 맹꽁이처럼 얼굴을 부풀렸다. 눈과 입이 큰 괴물처럼 보인다. 투명 헬멧 때문에 머리는 더 커보인다. 현대미술가 이형구의 'H-WR로 얼굴 변형하기' 사진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왜 이런 작품을 하게 됐을까?

2000년대 초반 미국 뉴욕 지하철 안에서 시작됐다. 손잡이를 잡고 있는데 자신의 손이 무척 작아 보였다. 타 인종에 비해 유난히 왜소한 손, '뜻밖의 발견'이었다.

'커 보이기 위한 전략'은 '인체 변형 장치'를 만들어냈다. 굴절 효과로 손 크기를 확대하는 장갑, 광학 필름과 렌즈를 부착해 눈과 입의 크기를 비정상적으로 키우는 헬멧이었다. 돋보기를 이용해서 눈과 입을 키우고 물이 들어간 유리관에 손을 집어 넣어 손이 크게 보이도록 하는 것 같은 효과다. 그는 이 장치들을 ‘the objectuals’라고 불렀다. 사물을 뜻하는 ‘object’에 ‘-ual’을 붙여 ‘사물적인’이라는 뉘앙스를 가진 신조어라 했다.

[서울=뉴시스]이형구, Homo Animatus. 사진=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왜소함의 발견은 위대해졌다.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되면서 나래를 폈다. 손이 작았던 그는 스스로 '괴물 같은 남자'로 변신했다. 당시 한국관 입구 벽에 대형 작품처럼 걸린 이 사진은 세계 미술인들을 사로잡았다. '2007 베니스 비엔날레'를 빛냈고 K-아트의 위상을 높였다. '괴물 맹꽁이' 같은 이형구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인체 변형의 욕망의 결과는 찬란했다. 포스트 휴먼의 신체성 담론을 이형구 만의 미학과 위트로 차별화했다는 평가는 유효 기간이 없다. 몸에 탐구한 그는 '헬멧' 연작에 이어 '도널드 덕'의 화석을 보는 듯한 'Animatus’ 시대를 열었고 자신의 얼굴을 바탕으로 새로운 12개의 이야기를 창조했다. 이젠 해부학적 연구의 진화로 독특한 공간을 떠다니는 기묘한 인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서울=뉴시스]이형구, X Variation, 2021,페이퍼 마쉐, 의료용 석고 붕대, 스테인리스 로드, 스테인리스 와이어, 알루미늄 로드, 알루미늄 와이어,니켈 와이어, 스프링, 투명 컬러 PVC 시트, 종이, 스티로폼 볼, 아크릴릭, 에폭시, 열성형 페트병, 마스킹 테이프. 350×1231×1284 cm. 사진=부산시립미술관 제공.

'기어이 해내는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무엇을 그릴 것인지 알려면, 그리기를 시작해야 한다.” 화가 피카소의 말이다. 세계적인 디자인 리더 론 버크먼도 이 말에 동감한다. 그는 건축, 미술, 문학, 영화, 음악 등의 세계적인 크리에이터 50인을 만난 창작의 비밀을 책 '메이커스 랩'에 공유했다.

‘천재’와 ‘완벽한 작품’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이형구처럼 그 멋진 작품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책에 등장하는 모든 창작자는 이렇게 말한다. “모르니까 만들어 보는 것이다. 길은 만들면서 알게 된다"고. 

인생은 시행 착오의 종합 세트다. 불확실할 때 창조의 가능성이 열린다. 세상이 또 달라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메이커스 랩(사진=윌북 제공) 2022.04.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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