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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 공연Pick]

등록 2022.04.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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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04.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04.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어둠 속, 구슬픈 트럼펫 소리가 공연장에 울려 퍼진다. 흰머리에 구부정한 노인이 무대 한가운데에 천천히 걸어 나온다. 파란빛의 조명은 넘실대는 물결로 변해 그를 서서히 덮어간다. 노인은 헤엄치듯 팔을 허우적거리며 제자리에서 뛰어오른다.

노인의 이름은 '네불라'. 지금은 사라진 나라 파라디수스에서 독재자 미토스의 네 번째 대역배우를 했던 인물이다. 시민혁명으로 나라가 해체된 후 미국으로 건너와 평범하게 살고 있다. 네불라는 인형탈을 쓰고 일하는 유원지에서 한국계 입양아 수아를 만나고, 사진작가로 오해해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재현한 촬영을 의뢰한다.

가족들을 흉내 내며 집안에 웃음꽃을 피웠던 9살부터 극단에서 무명을 전전하다가 결국 배우를 그만두는 20대까지 그의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던 중 한 오디션장에서 우연히 연기를 하게 되고, 순간 예전에 TV로 봤던 자신감 넘치는 미토스의 연설 모습이 떠올라 흉내를 낸다. 이후 자신도 모르는 곳에 끌려간 네불라는 그렇게 미토스의 대역배우가 된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04.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04.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일 초연의 막을 올린 창작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는 네불라를 통해 사회에서 개인이 얼마나 주체적일 수 있는가 질문을 던진다.

그는 하루하루 그 누구보다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하지만 학살자로 불렸던 미토스를 대신하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진 알려고 하지 못했다. 인생에서 가장 성실히 살았던 그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지만, 또 너무나 싫은 기억이 됐다.

"끝이 안 좋거나 나쁜 일이 섞여 있어도 버릴 수 없는 기억 없어요?" 네불라를 비난했던 수아도 점점 자신이 그와 다르지 않다고 깨닫는다.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며 양부모에게 착한 딸로 보이려 애썼던 과거, 그리고 마트에서 병가 중인 매니저를 대신하는 현재 모두 대체품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수아는 네불라에게 공감하며 그동안 외면했던 자기 삶을 직면하고, 스스로 한발 내디딘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04.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04.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매일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히 일하는 삶 속에 문득 뒤를 돌아보게끔 하는 작품이다. 네불라는 평범한 우리 자신에게 투영된다. 각자 속한 사회, 가정에서 주어진 몫을 충실히 해내고 있지만, 온전한 주체성을 갖고 살고 있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어쩌면 사회적 욕망을 개인의 욕망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무대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인생은 내 키만큼' 넘버는 삶의 무게를 보여준다. 가라앉지 않으려 계속 뛰어오르고 발버둥 치는 모습은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같아 먹먹함으로 다가온다. "인생은 내 키만큼 깊은 바다 / 파도는 계속 쉼없이 몰려오는데 / 나는 헤엄칠 줄을 몰라 / 제자리에 서서 뛰어오른다 / 계속 뛰어오른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04.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04.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레드북'의 믿고 보는 '한이박 트리오'의 4년만 신작이다.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이 뭉쳐 탄탄한 이야기, 귀에 꽂히는 가사와 넘버로 촘촘한 블랙코미디를 선보인다. 트럼펫을 비롯해 바이올린, 첼로 등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가 어우러진 6명의 라이브 밴드 음악도 몰입도를 높인다.

주인공 '네불라' 역은 무대와 TV를 넘나들며 활발히 연기하는 배우 윤나무와 강기둥이 맡았다. 어린아이부터 청년, 노인까지 각 나이대에 맞는 다양한 목소리와 움직임으로 열연을 펼친다. '수아' 역은 정운선과 박란주가 연기하며 안창용, 이현진, 김대웅, 이다정이 여러 배역을 소화한다. 5월15일까지 국립정동극장.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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