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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보는 K아트&책]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이소나 'LEEWAY'

등록 2022.04.1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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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소나, A Girl from Nevada, oil on canvas 162.3☓130.5cm (100) 2021.사진=LVS갤러리. 서울옥션 산불 피해 이재민 돕기 온라인 자선 경매에 출품됐다.

[서울=뉴시스]이소나, A Girl from Nevada, oil on canvas 162.3☓130.5cm (100) 2021.사진=LVS갤러리. 서울옥션 산불 피해 이재민 돕기 온라인 자선 경매에 출품됐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기분이 좋아지는 가장 저렴하고 쉬운 방법이 있다.

걷기다. 또? 수다 떨기. '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는 지독한 내향인의 1년 만기 외향인 체험기다. 세상으로 걸어나간 그는 밖에 나가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성공 여부를 떠나,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도 세 번이나 도전한다.

걷는다는 건 살아있다는 것이다. 세상 가볍게, 홀로 걷고 있는 소녀 그림은 MZ세대인 작가 이소나의 작품이다. 지난해 ASYAAF 청년 아트페어에서 발굴됐다. 코로나19 시대에 탄생한 그림 티가 난다. 거리두기와 비대면 시대, 홀로 살아온 자유가 느껴진다. 빛과 색으로 점철된 배경 속에 그림자와 함께 걷는 소녀는 진공 상태의 여유를 전한다. 시간도 정지된 듯한 시공간 속에서 두려움은 커녕 천진난만함까지 느껴져 신선하다. 지난 2월 갤러리LVS에 연 첫 전시 제목은 ’LEEWAY'였다. 작가 스스로 만든 길이자 스스로 연 길로 온전한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의미를 담았다.

'나'에서 나와 세상을 '걷는 여자 아이'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서울옥션이 마련한 산불 피해 이재민 돕기 자선 경매에 나왔다. 낯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연대감을 쌓고 있다.

2년1개월만이다. 거리두기도 끝났고, 사적 모임 영업시간 제한도 전면해제 됐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셈이다. 혼자긴 해도 나름 행복한 상태로 살았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역시 고기는 뜯어야 맛이고, 사람은 만나야 맛이 있다.

여전히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두렵다면 '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의 저자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생기고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과 자극을 견뎌 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엔 남들보다 더 큰 고독이 자리하고 있었다. 심리학자 스테판 G. 호프만 조언에 따라 '노출 치료'를 했다. 거절 당할 게 분명한 ‘최악의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찾는 요법이다. 런던 거리로 나가 아무나 붙잡고 영국 여왕의 이름이 뭔지 물어봤다. 결과는 의외로 만족스러웠다.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혹독한 시련을 통과하고 나니 아찔할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실험은 계속됐다. 커피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동안 옆 사람에게 말을 걸고, 초밥집에서 처음 본 프랑스인과 브렉시트에 관해 이야기했고, 버스에서 스무고개를 하는 손녀와 할머니 사이에 불쑥 끼어들기도 했다.

"무기력하고 존재감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 자기만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기분도 좋아지고 행복감도 느낄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쉬운 방법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낯선 이에게 말 걸기’라는 사실이다."(80쪽)
[서울=뉴시스]이소나 개인전이 갤러리LVS에서 지난 2월17~4월 12일 열렸다.

[서울=뉴시스]이소나 개인전이 갤러리LVS에서 지난 2월17~4월 12일 열렸다.



그렇게 하려면? 뭔가 달라져야 한다. 아무리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성공 여부는 그가 누구를 아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는 우리 주위의 아는 사람, 다시 말해 ‘느슨한 연대’로부터 시작된다고 밝힌 연구가 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을 포함하는 ‘강한 연대’는 유사한 인맥에 중복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동호회나 인터넷 등을 통해 느슨한 관계로 엮인 사람들은 우리에게 다양한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들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얻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영감을 얻거나 제작 의뢰를 받기도 하고, 공동 연구자를 찾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에게서는 얻기 힘든 것들이다. 우리와 약하게 연결된 사람들, 느슨한 연대가 실제로는 우리 삶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내향적인 성격을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 번쯤 외향적으로 살아 보는 것 또한 꽤 시도해 볼 만한 일이다. 밑져야 본전이다. "모두들 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날 때다."

[아침에 보는 K아트&책]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이소나 'LEEWAY'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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