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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키스·손하트 화답 'MZ 피아니스트'는 달랐다[이 공연Pick]

등록 2022.04.22 06:00:00수정 2022.04.22 07: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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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첫 내한 리사이틀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갈라쇼 같은 무대

[서울=뉴시스](위쪽부터)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사진=마스트미디어/인아츠프로덕션·Kim Young Seon 제공) 2022.04.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위쪽부터)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사진=마스트미디어/인아츠프로덕션·Kim Young Seon 제공) 2022.04.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한 번, 두 번, 세 번…무대에 나올 때마다 더 커지는 객석의 함성과 박수 소리에 거듭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한 번의 앙코르는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됐다. 수줍은 듯 조용히 미소 지으며 인사하고, 또 손키스와 손하트로 여유롭게 화답하는 모습은 달랐지만 연주의 여운에 자리를 떠나지 않는 관객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은 같았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MZ세대 피아니스트'들이 지난 19일과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잇따라 리사이틀을 열었다.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로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받는 1997년생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와 '건반 위의 모델'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는 1987년생 스타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다.

"리스트의 환생"…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첫 내한 리사이틀

22세 나이에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프랑스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고 이 대회 역사상 단 세 번 주어진 그랑프리까지 받은 캉토로프는 기대주로 그 명성을 여실히 입증했다. 최근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그는 지난 2020년 내한을 예정했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돼 이번이 첫 한국 리사이틀이다.

리스트로 시작해 리스트로 끝난 19일 무대는 "리스트의 환생"이라는 찬사를 받은 그의 진면목을 충분히 보여줬다. 건반 위 섬세한 손길로 부드럽고 서정적이면서 또 화려하고 장대한 선율로 다채롭고 도전적인 곡을 펼쳐내 시종일관 관객들을 숨죽이게 했다.

피아노 앞에서 한참의 정적을 끝내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한음한음 누르며 시작한 리스트의 피아노를 위한 '울음, 탄식, 근심, 두려움' 전주곡이 그 서막을 열었다. 리스트가 바흐의 칸타타 도입에 쓰인 반음계 베이스 진행을 모티브로 삼아 쓴 곡이다.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사진=마스트미디어·Sasha Gusov 제공) 2022.04.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사진=마스트미디어·Sasha Gusov 제공) 2022.04.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순례의 해' 두 번째 해: 이탈리아 5번과 7번은 2부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며 본격적인 리스트의 세계로 손을 잡아끌었다. '순례의 해'는 리스트가 사랑하는 연인과 여행을 떠났을 당시 르네상스 문학과 미술에 대한 인상을 음악으로 풀어낸 일종의 '음악 여행기'다.

이탈리아 시인 페트라르카가 사랑하는 이에 대한 감정을 담아낸 소네토 104번처럼 5번은 햇살처럼 따사롭고 물결처럼 부드러우면서 힘차게 나아갔다. 7번은 단테의 '신곡'을 바탕으로 한 소나타풍의 환상곡이다. '지옥'처럼 극적이고 웅장하며 강하게 내리치는 것은 물론 환희하듯 밝은 선율로 자유롭게 변주하는 감정을 보여줬다. 리스트의 서정적인 '작별'과 애도하는 듯한 '슬픔의 곤돌라 2번'도 연주했다.

리스트만 선보인 건 아니었다. 슈만의 '피아노 소나타 1번'에선 격정적이면서도 나긋하게 사랑의 감정을 담아냈고, 스크랴빈의 '불꽃을 향하여'에선 어둠 속에서 일렁이는 불꽃으로 나아가듯 폭발시키며 현란한 기교로 귀를 사로잡았다. 뚜렷한 구분없이 연달아 이어지는 곡들은 전체가 하나의 연주인듯 흡입력을 더했다. 그는 쏟아지는 환호에 자신의 예상보다 많은 세 개의 앙코르를 선보였고, 예정했던 100분을 넘긴 120분을 꽉 채웠다.

빨간 드레스에 손키스 화답…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빨간 스팽글 드레스에 자신이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주얼리 브랜드 카르티에 목걸이를 하고 20일 무대에 등장한 부니아티쉬빌리는 환한 미소로 관객들을 맞았다. 지난 2017년 내한 리사이틀 그리고 2019년 KBS교향악단과의 협연 이후 오랜만의 내한이다.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사진=인아츠프로덕션·Kim Young Seon 제공) 2022.04.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사진=인아츠프로덕션·Kim Young Seon 제공) 2022.04.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조지아 태생의 프랑스 피아니스트인 그녀는 10세에 국제무대에 등장해 세계 주요 무대를 휩쓸고 다녔다. 특히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로부터 "뛰어난 재능과 표현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으며 가장 촉망받는 여성 피아니스트로 꼽혔다. 모델 같은 외모로도 주목을 받았다.

총 12곡을 선보인 이번 무대는 한편의 갈라쇼와 같았다. 고요하고 서정적인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제1번'으로 시작해 대중들에게 익숙한 곡들로 반가움과 편안한 시간을 선물했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중 'G선상의 아리아', 슈베르트/리스트의 '백조의 노래' 중 '세레나데' 등 아름다운 선율은 마음을 다독이듯 감싸안았다.

위로를 건네듯 부드럽고 감성적인 곡들이 주로 선곡됐고, 그 사이에 격정적이고 열광적인 곡들이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슬픔과 고독이 깃든 쇼팽 전주곡 제4번은 열정적인 분위기의 스케르초 제3번으로 넘어갔다. 춤곡을 뜻하는 쇼팽의 폴로네이즈 내림가장조 '영웅'은 빠르고 장엄한 리듬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 큰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은 부니아티쉬빌리도 리스트를 선택했다. 두 손가락의 우아한 화음으로 제목처럼 '위로'하는 리스트의 곡(제3번)이 먼저 울려퍼졌다. 이어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를 보여주는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제2번으로 장대한 끝을 맺었다. 곡에 흠뻑 취한 그녀는 고개를 젖히거나 의자에서 일어나며 열정적 연주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무대는 2020년 발매한 음반인 '미궁(Labyrinth)'을 주제로 했다. 특별한 공통점은 없어보여도 프로그램을 전체적인 하나의 이야기로 들어줬으면 한다고 했다. 공연에 앞서 그녀는 "'미궁' 속을 걸어가는 하나의 여정"이라며 "그 속을 걸어가며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의 이야기를 같이 풀어나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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