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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병사들의 軍 영향력 확대…'육대전', 병영문화 변화 주도

등록 2022.05.08 09:00:00수정 2022.05.08 11: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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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휴대 전화 SNS 이용 분석 논문 발표

전화·문자보다 SNS에 더 많이 쓰는 병사들

SNS 군 내부 고발 주요 창구로 급부상 중

육대전 제보 내용이 국방부 브리핑 장악

국방 정책 결정 과정서 병사들이 주도권

[서울=뉴시스]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계정. 2022.05.06. (사진=육대전 페이스북 계정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계정. 2022.05.06. (사진=육대전 페이스북 계정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병사들이 많이 활용하는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의 영향력이 유지되고 있다. 군 급식 문제 제기에 그칠 줄 알았던 육대전의 파급력은 다양한 군 내부 비리와 간부·상급병의 악행은 물론 우크라이나 의용군 문제 등 국제적인 사안까지 미치고 있다. 육대전이 병사들의 군 병영 문화 바꾸기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병사 휴대 전화 사용 허용과 육대전의 등장이 예상보다 더 큰 변화를 군에 가져다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군 장성이나 간부가 아닌 병사들이 군 관련 정책 방향을 좌우하는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변석언·하민(육군사관학교)은 최근 '휴대 전화를 활용한 내부고발과 국방 정책 의제설정 변화: 토픽모델링 분석' 논문을 통해 육대전이 가져온 변화를 소개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국방개혁 2.0 정책 중 가장 주목 받은 사안은 병 복무 기간 단축도 병 봉급 인상도 아닌 일과 후 휴대 전화 사용이었다.

병 휴대 전화 사용은 2018년 4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시범 운영 후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2019년 7월16일을 기준으로 일선 병사 36만여명이 휴대 전화를 쓰게 됐고 이어 2020년 7월1일부터 모든 병사들이 일과 후에는 휴대 전화를 쓸 수 있게 됐다.

[서울=뉴시스]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계정. 2022.05.06. (사진=육대전 페이스북 계정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계정. 2022.05.06. (사진=육대전 페이스북 계정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시범 운영 이후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2019년 3월28일부터 4월26일까지 병사 4671명을 대상으로 휴대 전화 사용 만족도 설문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거의 모든 병사가 만족한다고 밝혔다.

'외부와의 소통 여건 현격히 개선' 항목에 96.3%가 그렇다고 답했다. 주목할 부분은 누리소통망(SNS)의 급부상이다. 휴대 전화로 하는 활동의 비율을 묻는 질문에서 SNS가 38.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전화·문자 23.2%, 정보 검색·학습 16.2%, 동영상 시청 12.9%, 게임 9.3%였다.

이는 외부와의 소통의 방식에 있어서 SNS의 비중이 가장 크며 일과 후에 대다수 병사들이 SNS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뜻한다.

휴대 전화는 SNS를 활용한 내부 고발에 효과적이다. 부대 안에 설치된 '마음의 편지'나 공중전화와 달리 휴대 전화는 말 그대로 항상 휴대가 가능하기에 실시간 제보와 사진 촬영, 전송이 가능하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병(兵)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 부대인 경기도 가평군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혜산진부대 생활관에서 31일 오후 일과를 마친 병사들이 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 인터넷 강의 시청 등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4월부터 시범운영 부대를 육·해·공군, 해병대 모든 부대로 확대할 예정이며, 시범운영 기간(3개월)이 끝나면 전면 시행 여부를 확정한다. 2019.01.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병(兵)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 부대인 경기도 가평군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혜산진부대 생활관에서 31일 오후 일과를 마친 병사들이 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 인터넷 강의 시청 등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4월부터 시범운영 부대를 육·해·공군, 해병대 모든 부대로 확대할 예정이며, 시범운영 기간(3개월)이 끝나면 전면 시행 여부를 확정한다.  2019.01.31.    [email protected]

물론 내부 고발에 제약은 있다. 국방 모바일 보안 앱 설치가 의무화돼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병사들이 별도 휴대전화를 몰래 반입하거나 부착된 보안 스티커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 등 통제를 피하고 있다.

이는 병사들이 군 생활 중 고충을 털어놓는 소통 창구가 변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간 고충은 부대 내 마음의 편지함과 국방헬프콜 1303을 통해 부대 지휘관이나 국방부 차원에서 다뤄졌다. 하지만 병 휴대 전화 사용으로 인해 SNS라는 간편한 소통창구가 나타났고 이는 내부고발 형태의 변화로 이어졌다. 이런 조건하에서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가 SNS를 통한 내부 고발의 대표적인 창구로 등장했다.

육대전은 2016년 개설됐지만 병 휴대 전화 사용이 허용되기 전까지는 영향력이 미미했다. 육대전을 통한 군 내부 고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을 정도였다. 육대전 자체의 인지도가 낮았던 측면이 있지만 이는 휴대 전화 사용이 허용되기 전에는 병사들이 인터넷을 이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공군SNS 공모전. 2021.05.04. (사진=공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공군SNS 공모전. 2021.05.04. (사진=공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휴대 전화 사용 이전에 병사들이 병영에서 외부와 접촉할 수 있는 창구는 이용 시간이 정해져있는 부대 내 사이버지식정보방, 또는 공중전화 정도였다. 반면 휴대 전화 사용이 전면 허용된 이후에는 외부 접촉이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육대전은 페이스북에서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고발 제보를 받는다. 병사들은 계정 운영자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방식으로 병사들은 내부 고발을 하고 있다. 육대전 운영자는 해당 부대에 연락해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관련 고발 글을 게시한다.

육대전 운영자의 존재는 고발 창구로서 신뢰도를 높였다. 익명성을 보장하면서도 이슈 확산을 주도하는 계정 운영자가 존재했다는 점이 육대전을 언론이나 다른 웹커뮤니티보다 신뢰할 만한 창구로 여겨지게 만들었다고 변석언·하민은 평가했다.

육대전에 제보되는 고발 내용은 군 부실 급식 문제뿐만 아니라 병영 부조리, 일과·휴가 불만, 코로나 백신 접종 통제 방침 등 병사가 병영 생활을 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각종 애로 사항 등으로 다양했다.

[서울=뉴시스]육군12사단 을지대대 장병들이 자가 전역자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촬영하고 있다. 대대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전역하는 용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고자 올해부터 자가 전역자 축하 영상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2021.06.07. (사진=장민형 중위, 국방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육군12사단 을지대대 장병들이 자가 전역자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촬영하고 있다. 대대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전역하는 용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고자 올해부터 자가 전역자 축하 영상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2021.06.07. (사진=장민형 중위, 국방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간부 부조리 제보는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내부 고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일과와 근무 여건, 휴가 통제와 관련된 고발이 등장했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군 내 통제가 강화됨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해부터는 의류, 부대시설, 식사 여건 고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식사 문제와 관련된 제보는 2020년 후반기 전체 제보의 8% 수준에서 지난해 26%로 급증했다. 이는 육대전에서 군 부실 급식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지면서 병사들 사이에서 문제 해결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육대전의 기세는 실로 대단했다. 육대전은 기성 언론을 이겼다. 육대전이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이 이를 받아쓰는 일이 반복됐다. 그간 언론을 통한 의제 설정 과정에서 병사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사례는 없었다. 그 일을 육대전이 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반기에 언론이 가장 많이 다룬 국방 관련 문제는 육대전이 다룬 군 내 백신 통제와 부실 급식 사건이었다. 이 사안들은 병사들의 SNS 제보가 활성화되면서 비로소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역 인근에서 바라본 용산 미군기지 13번 출입문과 기지 내 헬기장, 공사중인 국방부 일대 모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용산 국방부 청사에 마련될 집무실로 출퇴근할 때 이 출입구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2022.05.01.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역 인근에서 바라본 용산 미군기지 13번 출입문과 기지 내 헬기장, 공사중인 국방부 일대 모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용산 국방부 청사에 마련될 집무실로 출퇴근할 때 이 출입구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2022.05.01. [email protected]

육대전은 국방부 브리핑까지 좌지우지했다. 지난해 전반기 국방부 브리핑에서 다뤄진 사안 중 격리자 급식 문제는 전체 중 4위에 해당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국방부나 군 수뇌부가 아닌 다른 주체에 의한 의제 설정이 본격화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병사들의 제보로 움직이는 육대전은 국무총리와 국방장관, 육군 참모총장이 고개를 숙이게 만들기까지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부실 급식 논란 당시 "군 급식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매우 송구하다. 장병 중심주의 원칙하에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욱 국방장관과 남영신 육군 참모총장 역시 사과하며 "방역 대책 문제와 더불어 부실 급식 문제 등 격리 장병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고위 당국자가 공식 사과를 했다는 점은 육대전을 통한 의제화가 공식적 참여자 주도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시켜준다.

새 정부 들어서도 육대전을 통한 내부 고발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는 최근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관련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소통 여건 향상, 자기 계발 여건 개선 등 긍정적인 기능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임무 수행과 보안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병사 휴대 전화 소지 시간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병사들의 제보로 무장한 육대전이 군을 흔드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석언·하민은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은 군 내부의 비공식적 참여자, 즉 병사와 군 외부의 시민 사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며 "앞으로의 국방 정책 결정 과정에 병사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불편이 얼마든지 공론화돼 정책 문제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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