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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尹정부, 상호주의 대북정책 과감한 실천을 바란다

등록 2022.05.11 09:00:00수정 2022.05.11 09: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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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尹정부, 상호주의 대북정책 과감한 실천을 바란다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윤석열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우선하는 대북정책을 공개했다. 실질적 비핵화 진전에 따라 북한과 대화와 협력을 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적 포용정책을 다시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초기에 대북 정책과 관련해 강조했던 점은 '정상화'였다. 그리고 인수위가 설계한 남북 관계 정상화 밑그림은 지난 3일 국정과제에서 일부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비핵화'가 우선 제시됐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 즉 CVID(포괄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목표로 두고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협력, 대화는 비핵화 조건부로 제시됐다. 평화협상, 국제사회와의 대북 경제·개발 협력 구상, 남북 공동경제발전계획, 남북 그린데탕트 등이 언급됐지만 그 필요조건엔 비핵화 진전이 있었다.

또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북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핵화 협상 무대 마련을 위해 선제적 제재 완화를 추진하는 접근법과는 거리를 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은 인수위 구성 초기부터 이명박 정부 정책과 유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번 국정과제에 제시된 대북정책은 이명박 정부 정책과 결을 같이한다는 평가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했던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중심축에 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 3000', '한반도 신 평화구상', '그랜드 바겐' 등을 제시했다. 잘 알려진 '비핵·개방 3000'은 비핵화 정도에 따라 북한 1인당 국민 소득을 10년 내 3000달러에 이르도록 협력한다는 구상이었다.

한반도 신 평화구상 또한 북핵 포기를 전제로 대북 협력, 경제 개발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구상엔 남북 경제공동체 구축을 위한 고위급 회의 설치, 재래식 군비 감축 제안도 담겼던 바 있다.

그랜드 바겐은 협상 의제를 핵 문제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안을 한꺼번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자는 구상이었다. 북핵 폐기를 위한 일괄 타결식 접근법에 해당한다.

핵 폐기에 따른 보상 계획과 실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면서 북한의 결단을 유도한다는 것인데, 이런 대북정책의 핵심이 북한 비핵화 조건부 공동경제발전·그린데탕트 등 협력안 제시라는 형태로 계승된 셈이다.

비핵화와 남북 관계 발전은 그간 우리 정부가 강조해왔던 지점들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누가, 언제, 어느 경로를 통해 어떤 형태로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인지가 결국 관건이다.

북한의 무반응은 현재 상수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은 한미의 대화 요구를 무시한 채 무력 증강 행보를 지속하고 있으며, 최근엔 공세적 핵사용 기조까지 표명했다.

무력 도발 수위, 빈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달 중 7차 핵실험 단행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선전매체 등을 경로로 한 대남 적대감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대북정책의 실용성 강조에 나선 것을 부정적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엔 계획을 넘는, 과감한 실천을 통한 실질적 결과를 성취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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