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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오거돈 악몽에…민주, 지선 앞두고 박완주 신속제명

등록 2022.05.12 12:23:16수정 2022.05.12 16: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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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 20일 앞두고…'더듬어만진당' 불식 위해 전격 제명키로

이재명까지 호출한 지방선거에 성비위 악재 우려 신속진화

'짤짤이' 최강욱 등이 진정성 가늠좌…윤리심판원 결정 주목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2일 당내 성비위 혐의로 박완주 의원을 제명한 것은 6·1 지방선거를 불과 20일 남긴 시점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때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로 긴급 비대위 회의를 열어 박 의원 제명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박 의원 제명 사유를 '당내 성비위 사건'이라고만 밝혔다. 2차 가해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혐의는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보좌진에 대한 성추행이 있었다는 신고가 지난달 말께 당에 접수돼 당 차원에서 박 의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 외부로는 이같은 사실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탓에 박 의원 제명은 전격적인 조치로 여겨진다.

그가 충남 천안을에서만 내리 3선을 지낸 중진 의원이고 주요 당직 가운데 하나인 정책위의장도 역임한 바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실제 이날 아침 긴급 회의가 소집될 때까지도 비대위원들에게 박 의원의 성비위 혐의가 공유되지 않을 정도로 보안도 철저히 유지됐다.

이처럼 민주당이 전격적인 제명 결정을 내린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의 지방선거에서 성비위 문제까지 불거질 경우 전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 속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지지율을 까먹으며 녹록치 않은 상황에 처했다. 대선주자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을 보궐선거 선수로 등판시킨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1. [email protected]

이런 가운데 박 의원의 성비위 문제가 대두될 경우 이른바 '박원순·오거돈 사태'가 재소환되고 잇딴 성비위에 따른 '더듬어만진당' 프레임에 갇혀 이 상임고문 차출도 무색하게 대패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하고 20대 대선에서 져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배경에 박 전 시장 사태 당시 '피해호소인'과 2차 가해 논란, 안희정·오거돈 등 주요 인사들의 성비위와 일부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의 성폭력 문제 등이 적잖은 지분을 차지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성비위 문제를 감추기보다는 단호하고 철저한 대응을 통해 국민들의 질타를 피하지 않고 쇄신 의지를 보이는 게 지방선거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n번방 사건을 밝혀낸 '추적단 불꽃' 출신으로 당내 성비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강조해 온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박 의원 성비위 사건에 사과하며 "우리당은 잘못된 과거를 끊어내야 한다. 당내 반복되는 성비위 사건이 진심으로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는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대우하는 당을 만들어야만 국민 앞에 당당할 수 있다"며 "포기하지 않겠다. 모두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민주당과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도 박 의원 제명을 결정한 비대위 뒤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 성비위 사건이 발생한 것에 송구하다"며 "앞으로 우리 당은 피해자의 안위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앞으로도 발생하는 성비위 사건에 대해 민주당은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박 의원에 대한 제명이라는 당내 조치에 그치지 않고 의원직 제명을 포함한 국회 차원 징계까지 추진키로 한 것도 박원순·오거돈 때의 과오를 재현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평가된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1. [email protected]

그러나 박 의원 제명과는 별개로 '짤짤이' 해명으로 논란이 된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성 발언 의혹과 김원이 의원실 전 보좌관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지속적인 2차 가해 호소 등 당내 성비위 문제는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박 의원 제명이 단지 지방선거를 노린 '징계쇼'에 그치지 않으려면 남은 사건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와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는 이날 박 의원 제명 관련 입장문을 통해 "최강욱 의원의 발언 문제가 불거진 이후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차마 공개적으로 올리기 민망한 성희롱성 발언들을 확인했고 더 큰 성적 비위 문제도 제보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 박 의원 건에 대해 당이 신속한 조치를 취한 것처럼 다른 성비위 건에 대해서도 당이 제대로 또 올바른 조치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신 대변인은 "최강욱 의원은 윤리감찰단 조사가 끝나고 윤리심판원으로 회부돼 후속조치가 진행될 것"이라며 "김원이 의원에 대해서는 2차 가해 주장이 새롭게 제기된 만큼 윤리감찰단에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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