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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을 기다린 키움 문성현 "지금의 나는 '맑음'"

등록 2022.05.16 06:53:00수정 2022.05.16 06: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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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승 이후 부상과 부진…올해 팀의 히든카드로 도약

키움 히어로즈 문성현.(사진=키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키움 히어로즈 문성현.(사진=키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김주희 기자 = "어린 투수는 못해도, 잘해도 경험이 되지만 연차가 차고도 못하면 경험이 아니라 '큰 일'이 나는 거야. 나이를 먹을수록 더 잘해야 돼."

문성현(31·키움 히어로즈)이 촉망 받는 유망주 시절 선배들에게 들었던 조언 중 하나다.

그때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무슨 뜻인지 몰랐다. 더이상 유망주란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 지금은 그 말의 무게를 안다.

문성현은 "이제야 형들이 해줬던 말의 의미를 깨닫고 있다. 정말 창피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곱씹었다.

문성현이 돌아왔다. 그는 올 시즌 15경기에서 4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 중이다.

1군에서의 활약은 오랜만이다. 문성현은 "군 시절까지 더하면 7년 만"이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2010년 넥센(현 키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뛰어든 문성현은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받았다. 그러나 성장이 더뎠다. 2014년 9승(4패)이 한 시즌 개인 최다승이 될 줄은 몰랐다. 이듬해 5패1홀드 평균자책점 6.28로 부진한 문성현은 그해 말 상무야구단에 입대했다.

이후 긴 어둠이 찾아왔다. 군 제대 후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통째로 쉬기도 하고, 팔꿈치 부상을 겪기도 했다. 투구 메커니즘을 수정하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1군에 서는 날은 계속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도 4경기에만 등판했다.

"몇 년간 계속 안 풀리고, 잘하는 선수들은 많아지니 마음이 조급해지더라"며 힘겨웠던 시간을 돌아봤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지난한 시간을 버텨냈다.

기다림 끝에 팀의 구원투수로 떴다.

마무리 투수 김태훈의 이탈로 갑작스럽게 뒷문을 막기 시작한 지난달 30일 KT전부터 3경기 연속 세이브를 따내며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문성현이 마무리 투수로 나서는 건 데뷔 후 처음이다.

"태훈이가 돌아올 때까지 팀에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며 책임감을 드러낸 문성현은 "쉬고 왔으니 그래도 그 전보다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으로 열심히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 1월에는 결혼도 했다. 가정을 꾸리며 생긴 책임감과 안정감은 그의 투구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7년 여 만에 찾아온 따뜻한 봄날. 문성현은 "최근 몇 년을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맑음'"이라며 밝게 웃었다.

모처럼 쨍하고 뜬 해가 반가울 법도 하지만 프로 13년차가 된 투수는 들뜨지 않았다.

"어릴 때도 꾸준한 모습이 별로 없이 기복이 있었다"고 스스로를 냉정히 돌아본 그는 "안 좋은 적도 많았고, 많이 쉬었으니 그걸 만회하고 싶은 마음으로 올라갈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든든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의 아쉬움을 지우기 위해 남은 시즌 더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문성현은 "아프지 않고, 올 시즌을 끝까지 잘 치르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아픈 태훈이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내가 맡은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연차도 있고, 나이도 있으니 좋은 모습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계속 못하면서 그런 모습으로 각인되고 싶진 않았다. 정말 잘해야겠단 생각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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