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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봉조사조차 안해"…연쇄 성폭행범, 35년만에야 살인사건 진범으로

등록 2022.05.18 1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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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수사로 인해 30년 넘게 미제사건

2020년 재검사를 통해 진범 DNA발견

1977년 첫 성폭행…석방때마다 성범죄

2011년 이미 종신형 선고 후 복역중

유족 "경찰의 무능으로 피해자 모욕"

[웨스트미들랜즈(영국)=AP/뉴시스] 영국 웨스트 미들랜즈주 버밍엄의 크라운 법원. 2020.09.11 *재판매 및 DB 금지

[웨스트미들랜즈(영국)=AP/뉴시스] 영국  웨스트 미들랜즈주 버밍엄의 크라운 법원. 2020.09.1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문채현 인턴 기자 = 1980년대부터 끔찍한 성범죄를 일으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연쇄 성폭행범이 영국에서 최장기 미제 살인사건 중 하나의 진범으로 확인됐다.

17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인 16일 영국 웨스트 미들랜즈주 크라운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1987년 영국 버킹엄셔주에서 발생한 '호수의 여인 살인사건' 진범이 도널드 로버트슨(66)으로 확정됐다. 배심원단의 평결은 만장일치였다.

안타깝게도 피해자의 부모는 로버트슨이 기소되기 전 이미 세상을 떠났고, 판결 소식을 들은 그의 형제는 "로버트슨의 거짓말과 당시 조사관들의 무능으로 인해 사람들은 혼란스러웠고 피해자는 모욕을 받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987년 4월17일 피해자인 샤니 워런(당시 26살)은 잔디를 깎기 위해 자신의 집을 나왔다가 실종됐으며, 다음날 영국 버킹엄셔주 태플로 호수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워런의 시체는 개를 산책시키던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워런은 발견 당시 입에 재갈을 물고 있었으며, 손과 다리가 줄로 묶인 채 호수에 엎드린 상태로 죽어있었다. 그의 속옷도 없어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경찰은 워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판단하고 사건 현장에 있던 증거들을 제대로 수집하지 않았다. DNA를 채취할 면봉조차 가져가지 않았다.

3일 후 부검 과정에서 성폭행의 흔적이 발견되자 이를 살인사건으로 전환했지만 이미 수사의 골든타임이 지난 이후였고 용의자마저 특정하지 못한 채 30년이 넘게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나 법의학이 발전하면서 2020년과 2021년 시행된 재검사에서 로버트슨의 DNA가 발견됐고 그가 용의자로 특정됐다.

피터 베인 중범죄 재수사팀 팀장은 "당시 면봉 조사만 이뤄졌어도 수사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을 것"이라 말했다.

로버트슨은 재판에 출석하기를 거부했다.

그는 '호수의 여인 살인사건'의 유죄판결이 나오기 이전에도 이미 여러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감옥에 수감된 상태였다.

로버트슨은 1977년 15세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5년 동안 감옥에 수감됐다.

석방된 지 겨우 3개월이 지난 1981년 7월16일 또다시 16세 소녀를 협박,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여러 용의자 중 로버트슨을 지목했음에도 경찰은 증거불충분이라 판단하고 그를 풀어줬다.

이어 그는 17일 만에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는 14세 소녀였다. 이번에는 피해자의 구체적인 증언으로 로버트슨은 체포돼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8년형을 받았다. 하지만 워런은 당시에도 조기 석방됐고, 결국 1987년 워런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워런은 같은 해 6월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러 피해자가 곧바로 신고했지만 체포되지 않았다. 이후 1990년 노인을 폭행한 혐의가 인정되면서 또다시 10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하지만 석방된 지 3개월 만인 1997년 3월 슬로우 근처에서 또다시 11세 소녀를 성추행했다.

워런의 이 같은 악행은 2010년이 돼서야 만천하에 드러나 그는 이전에 저질렀던 납치와 성폭행 혐의들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고 유죄가 인정됐다. 그 결과 2011년 그에게는 종신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로버트슨이 감옥에서 나와 사회에 있던 기간 중 가장 긴 기간은 12개월"이라며 "그가 매우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 전세계 사람들이 다 알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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