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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회계사 '블랙홀'…금융회사들, 신입 CPA 찾기 어렵네

등록 2022.05.20 05:00:00수정 2022.05.20 08: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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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감원 입사자 중 회계사, 10명 중 1명 안돼

신입 회계사들, 일단 처우 좋은 빅4 회계법인으로

신외감법에 일감 몰린 회계법인…임금 인상 지속

빅4회계법인, 올해도 신입회계사 채용 목표 늘려

빅4, 회계사 '블랙홀'…금융회사들, 신입 CPA 찾기 어렵네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빅4 회계법인이 신(新) 외부감사법 이후 신입 회계사들을 쓸어모으고 있다. 상대적으로 회계업계 처우가 개선되자 금융감독원, 금융업권으로 입사하는 회계사들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빅4 회계법인들이 앞으로도 대규모 회계사 선발을 계획하고 있어 고심이 깊어지는 중이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초 입사한 금감원 5급 신입 직원 90명 중 공인회계사(CPA)는 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회계 권역으로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내 공인회계사 비중은 20% 수준에 달하지만 이번 신입 직원들의 경우 10% 미만으로 평균치를 크게 하회했다. 금감원은 회계사 인력을 통해 회계 감독 업무뿐만 아니라 은행, 보험, 증권 등 여러 업권에서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신입 회계사들, 일단 빅4로 '발길'…신 외감법에 회계법인 처우↑

신입 회계사들이 금감원에 취업하지 않는 까닭은 회계업계 처우가 금감원보다 낫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일단 회계법인에서 2~3년 근무한 뒤 금감원에 입사하면 업계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져 먼저 회계법인으로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입사하는 회계사 직원들은 대부분 회계법인 경력을 갖고 있는 편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처우가 좋아지면서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업계로 가게 된 것"이라며 "회계법인 업무가 맞지 않다면 추후에 금감원으로 입사할 수 있으니 일단은 법인에서 일을 배워보는 회계사들이 많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투자업계도 회계사들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신입보다 회계법인 근무 경력이 있는 회계사를 선호해 상대적으로 여파가 덜한 편이다. 감사 업무를 맡는 회계사들은 연차가 쌓이며 책임과 근무 강도가 높아져 증권사 등으로 이직을 통해 업무를 변경하는 추세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회계법인에서 연차를 몇년 쌓게 되면 책임도 늘어나고 근무 강도도 강해지는 데다가 인력도 그만큼 필요하지 않게 된다"며 "때문에 증권사나 다른 곳들로 눈길을 돌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업계는 지난 2018년 신 외부감사법 도입 이후 표준감사시간제 등으로 감사 시간이 크게 늘어나며 대거 인력 충원에 나섰다. 주 52시간제 도입도 업무 과중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이에 빅4는 지난해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1100명)을 웃도는 채용에 나섰다. 당초 선발 예정 인원(950명)을 웃돈 숫자다.

빅4 회계법인들은 회계사 인력들을 붙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임금 인상에 나서기도 했다. 삼일회계법인은 기말에 지급하는 성과급(기본급의 300%) 가운데 200%를 월 급여에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삼정회계법인도 연봉 약 10%의 인상과 중간 성과급을 도입했다. 한영회계법인도 10% 수준의 연봉 인상과 중간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고 안진회계법인은 평균 10~15% 기본급 인상과 중간 성과급 제도를 신설했다.
빅4, 회계사 '블랙홀'…금융회사들, 신입 CPA 찾기 어렵네


올해 빅4 회계법인 채용 1300명 넘길듯…앞으로도 회계사 구하기 '난항'

빅4 회계법인 사이에서도 인재 채용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어 올해도 작년과 같이 대규모 채용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금감원 등의 회계사 구인난은 가중될 전망이다.

올해 삼일회계법인은 작년과 비슷하게 약 385명을 뽑을 예정이다. 삼정회계법인은 390명, 한영회계법인은 감사부문만 250명, 안진회계법인은 250명을 채용한다. 빅4 회계법인에서만 1300명가량이 뽑히게 되는 셈이다.

회계법인들은 젊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삼일은 국내 1위 회계법인이라는 강점을 내세우며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삼정회계법인은 평균 연령 33세인 젊은 조직을 장점으로 내걸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커리어 저니(Career journey)' 육성 전략을 통해 재무자문, 세무자문, 리스크자문 등의 업무를 2년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풀링 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여러 업무를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젊은 회계사들을 겨냥하는 취지다.

한영회계법인은 글로벌 원펌(One-Firm) 체제를 강조한다. 빅4 중 유일하게 글로벌 본사와 원펌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법인이다. 글로벌 본사와 교류가 많은 만큼 해외 파견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신 외감법에 따라 일감이 계속 있을 예정이라 당분간 계속 회계법인들이 대거 신입 회계사 채용에 나설 것"이라며 "올해부터는 코로나19 이후 끊겼던 대면 리쿠르팅도 하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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