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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장세현 "母 소원 일일극 출연…효도한 느낌이죠"

등록 2022.05.2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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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일일극 악역 '조경준' 역 맡아

"캐스팅 소식에 어머니 가장 기뻐해"

"10㎏ 감량 후 비주얼 마음에 들어"

디자인 전공하다 배우 데뷔…시대극 출연 희망

[서울=뉴시스]배우 장세현. 2022.05.19.(사진=네오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배우 장세현. 2022.05.19.(사진=네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은해 기자 = "일일극에 캐스팅되니 어머니가 정말 기뻐했어요. 일주일에 아들 얼굴 다섯 번 볼 수 있어 좋다고요."

배우 장세현(35)은 최근 종영한 KBS 2TV 저녁일일극 '사랑의 꽈배기'에 출연한 이유를 어머니로 꼽았다. 전부터 아들이 내심 일일극에 나오기를 바랐다. 그는 "어머님들이 저녁 먹을 시간에 보는 드라마다. 전에는 제가 나오는 작품을 보면 '잘 봤다' '응원한다' 이 정도 반응이었는데 '사랑의 꽈배기'는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오더라. 정말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털어놨다.

'사랑의 꽈배기'는 거짓말 때문에 사랑과 인생이 총체적으로 꼬여버린 가족들의 이야기다. 휴먼, 멜로, 코믹 장르가 모두 녹아 있다. 꼬박 7개월간 촬영했고, 준비 기간까지 합치면 거의 1년을 한 작품에 몰두했다. 악역 '조경준'으로 분했다. 꿈이 재벌 3세인 허세남이다. 극 초반 악역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허술했던 그는 점점 인간미를 잃어간다. 5년 후 경준을 둘러싼 상황이 바뀌며 성격도 차갑게 변했다. '오소리'(함은정)와 결혼하고도 내연녀와 혼외자를 뒀다.

"처음에는 빈틈 많고 지질한 철부지 캐릭터였어요. 막연하게 재벌을 꿈꾸다 진짜 '동방'이라는 재벌가 사위가 되면서 시야가 좁아져요. 앞길을 막는 모든 것들을 없애기 위해 비열해져요. 거짓말은 물론이고 악행도 서슴지 않고 저질러요. 초반과 후반의 차이가 커서 시청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고민했어요. 감정선을 이해하기 위해 제 분량만 5회씩 나눠 정리했어요. 재벌가 회장이라는 목표가 생겼을 때부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요. 소리를 협박하고 차근차근 악역으로 거듭나죠."

전작 KBS 2TV 월화극 '연모' 촬영을 준비하면서 2개월 만에 10㎏을 감량했다. 운동에 재미를 붙였고 점점 욕심이 생겼다. 드라마 '스타트업'(2020) 당시는 82~83㎏이었다. 일상생활에는 전혀 무리가 없지만 화면을 통해 보면 부한 느낌이 있었다. 바쁜 일일극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며 운동을 못 했는데도 2~3㎏ 더 빠졌다. 체력이 줄어든 걸 느끼지만 악역인 경준에게는 날카로운 느낌이 더 어울렸다. 화면을 볼 때마다 잘 감량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준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스타일링에도 신경 썼다. 드라마 속 인물 중 가장 헤어스타일이 자주 바뀌었다. 대부분 장면에서 수트를 입고 나오는데 할 수 있는 수트 스타일링을 모두 시도했다. 극 초반 밝은색 펌 헤어로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줬고 5년 뒤 대기업 사위가 된 후에는 영국 신사 느낌을 추구했다. 앞머리를 넘기고 클래식한 디자인 정장을 주로 입었다.

"스타일리스트 실장님께 정말 많은 걸 부탁드렸어요. 처음에는 허세 넘쳤는데 점점 정갈한 분위기로 바뀌어요. 마침내 회장이 됐을 때는 머리색도 어두워지고 악역에 더 가까워졌죠. 경준은 재벌가를 손에 넣겠다는 꿈에 미쳐 있었어요. 광기를 보여주기 올백 헤어로 바꿨어요. 셔츠는 원래 흰색을 입었는데 점점 수트 색에 맞춰 어둡게 바뀌었어요. 그만큼 외적인 스타일링에 많이 고민했는데 다들 잘 어울린다고 해줘서 기뻐요. 극 후반 도피하는 상황에서는 꾸밀 수 없으니 머리를 다 내렸어요."
[서울=뉴시스]배우 장세현. 2022.05.19.(사진=네오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배우 장세현. 2022.05.19.(사진=네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극 중 법적 부인 '소리'와 내연녀 '신도희'(김주리) 두 여자와 엮였다. 자신의 피가 섞이지 않은 소리 아들을 키우고 있지만 도희와 사이에서는 친자를 뒀다. 두 집 살림을 들켜 장인 '오광남'(윤다훈)에게 맞은 적도 있지만 이혼을 거부했다. 소리의 남편, 아들 '한별'(재준)의 아버지라는 것보다 재벌 사위라는 타이틀이 더 중요했다. 소리를 향한 마음이 짝사랑이라면 도희와 관계는 끊어낼 수 없는 애증이라고 했다.

"은정이는 정말 쾌활하고 붙임성 있는 성격이에요. 경준이 소리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는데 소리는 '강하루'(김진엽)만 바라봐요. 그래서 아이가 있는 소리를 받아들이고 결혼해요. 도희와는 서로 약점을 빌미로 협박해요. 대사는 살벌하지만 어떻게 보면 티격태격 연인 싸움 같아요. 소리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도희랑 함께 살아요. 소리가 진짜 사랑 하루와 다시 만나듯 경준에게도 진짜 연인은 도희가 아닐까요."

'사랑의 꽈배기'는 휴먼 가족극으로 출발했지만 뒤로 갈수록 막장 요소가 부각되는 드라마였다. 점점 복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악역 경준 역을 맡아 자극적인 설정이나 대사를 소화해야 했다. 스펙트럼이 넓은 캐릭터를 표현할 때 이전의 연기 경험이 도움이 됐다.

"이전에 사이코패스 살인마, 무당처럼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 있어요. 경준이처럼 서사가 많은 역은 처음이에요. 복잡한 감정선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저도 모르게 이전 캐릭터 해석을 꺼내 썼어요. 엄마 앞에서 철부지가 될 때는 이런 감정, 악역일 때는 어떤 표현을 써야 할까 비교하면서 경준이를 만들어갔어요. 살인마를 연기할 때 눈빛이 경준이한테도 묻어나요. 한 작품에서 이렇게 다양한 면을 연기한 건 처음이에요. 그동안 쌓아온 게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의 꽈배기'는 방영 기간 내내 10% 중반 시청률을 유지하며 꾸준히 사랑받았다. 시청 연령층이 높은 만큼 확실히 중장년층 인지도가 높아졌다. 식당에서도 알아보고 사진 요청도 자주 받는다. 악역이라 구박도 종종 듣지만 칭찬으로 기분 좋게 받아들인다. 그만큼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재밌는 댓글이 많아요. 본격적으로 나쁜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는 '신선한 얼굴이다' '배우 누구 닮았다' 이런 반응이 많았는데 점점 꼴 보기 싫은 행동을 하니 동물로 넘어가요. 낙타, 개구리, 사마귀 닮았다고요. 외출하면 어머님들이 알아봐요. 초반에는 드라마 잘 보고 있다고 했는데 중반 회차부터는 '그때 왜 그랬어. 그러면 안 되지'라고 했어요.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는 말에는 저도 모르게 앞으로 잘하겠다고 사과했어요. 그만큼 푹 빠져 시청한다는 뜻이니 감사하고 행복해요."
[서울=뉴시스]배우 장세현. 2022.05.19.(사진=네오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배우 장세현. 2022.05.19.(사진=네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2010년 KBS 2TV '성균관 스캔들'로 본격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드라마 '신의 퀴즈'(2014) '미세스 캅'(2015) '불어라 미풍아'(2016) '학교 2017'(2017) '사생결단 로맨스'(2018) '스타트업'(2020) '연모'(2021), 영화 '바람'(2009)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012) '크게 될 놈'(2019) 등에서 크고 작은 역을 맡아 내공을 쌓았다. 꾸준히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온 경험은 일일극에서 빛을 발했다.

"'성균관 스캔들'때만 해도 잘해야 된다,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더 경직되고 실수도 많이 했어요. 점점 작품 수가 늘어나니 경력직이 된 기분이에요. 전보다 시야가 훨씬 넓어졌어요. 신인 때는 '이 장면 연기만 잘해야지'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FD, 조명 감독님 등 여러 스태프를 함께 생각해요. 긴 호흡으로 오랜 시간 함께한 터라 헤어지는 게 더 아쉬워요. 다음 작품은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다 연기로 진로를 틀었다. 어릴 때부터 그림만 그렸고 최종 목표가 대학 합격이었다. 그런데 막상 대학 생활을 시작하니 허탈한 기분이었다. 주위의 권유로 연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연기에 푹 빠졌다. "처음에는 웃다가 울다가 미친 사람 같았다. 그런데 캐릭터를 분석하고 표현하는 게 그림 그리는 과정과 닮았더라. 머릿속 상상을 손이 아닌 말과 표정, 몸짓으로 표현했다"고 회상했다.

"'성균관 스캔들'로 이름 있는 배역을 처음 맡았어요. 한복 입고, 갓을 쓰고 사극 말투를 쓰다 보니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간 느낌이었어요. 시대극과 사극에 많이 출연하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역사도 길고 위인도 많잖아요. 연기 경력이 길어도 사극은 처음인 동료들이 많아요. 저는 운이 좋은지 벌써 세 번이나 했어요.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알리는 작품에 꼭 참여하고 싶어요. 앞으로 좋은 드라마와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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