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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거리 가득 채운 관광객…청와대 앞 상권 살아날까[靑개방 나비효과①]

등록 2022.05.26 06:30:00수정 2022.05.26 06: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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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전보다 두 배 올라" vs 단골 잃어"

공인중개소 "기대감에 매물 다 사라져"

"내국인 관광수요 지속되면 상권 회복"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지난 20일 일반인에 개방된 청와대로 올라가는 길목 앞을 관광객들이 지나 다니고 있다. 2022.05.20. gahye_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지난 20일 일반인에 개방된 청와대로 올라가는 길목 앞을 관광객들이 지나 다니고 있다. 2022.05.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매출이 전보다 두 배는 올랐어요. 이제 월세도 낼 수 있겠어요." (청와대 인근 카페 운영자 A씨)

지난 20일 기자가 찾은 청와대 인근 통의동·서촌 거리에는 평일 오후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예전에는 경복궁 일대에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득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가족 단위의 내국인 관광객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0일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이 일대는 서울시내 가장 큰 관광명소가 됐다. 이에 인근 상권도 살아나고 인근 부동산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됐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의견이 갈리는 모양을 보였다.

경복궁역에서 청와대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카페의 운영자 A씨는 "(청와대 개방 이후) 전보다 두 배는 매출이 늘어났다. 이제 월세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옛날에는 하루에 한 명도 안 오는 경우도 있었고 팔아봤자 하루에 기본 30만원 정도 팔았는데 지금은 60만원 가까이 번다"고 설명했다.

또 3주 전 이곳에 빵집을 새로 차렸다는 젊은 창업자 B씨는 "가게 위치를 이곳으로 정한 것은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청와대를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전혀 기대를 안 한 것은 아니다"라며 "유동인구 자체는 엄청 많이 늘었다. 아직 다른 곳에 비해 매출이 크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고 자리를 잡으면 우리도 손님이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공무원 등 인근 상권을 책임져 주던 단골 고객 층이 사라지면서 일부 상인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청와대 인근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C씨는 "사람들이 관광버스로 왔다갔다 하기만 하지 손님은 별로 없다. 오히려 아침에 20~30명씩 오던 청와대 경호실 직원들이 다 사라져서 기대만큼 썩 잘 되지는 않는다"며 "시위·집회하는 사람들도 밥을 먹으러 많이 왔는데 이젠 다 없어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식당 운영자 D씨는 "원래는 청와대 경호실 직원들이나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가게를 꽉 채웠었는데 이젠 싹 사라지고 다 일회성 손님인 관광객들로 바뀌어 버렸다"며 "단골이 다 사라져서 더 좋아졌다는 말은 아직 할 수가 없다. 청와대 개방기간이 끝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12일 청와대 경내 특별관람을 위해 청와대로 향하는 시민들. 2022.05.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12일 청와대 경내 특별관람을 위해 청와대로 향하는 시민들. 2022.05.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상권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가 주인들이 매물을 다 거둬갔다고 설명했다. 단 청와대 개방을 앞두고 한동안 늘었던 상가매수 문의는 다시 잦아든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 소재 J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매물을 거의 다 집어 넣어서 이 동네 매물이 없다"며 "상권이 좋아진다는 기대감 때문에 매물을 찾으러 오시는 분들도 전에는 좀 있었는데 이젠 관망세에 접어들었고, 호가도 많이 뛰지 않은 채로 거래가 거의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인근 H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역시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집무실 이전을 한다고 하니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전화 문의나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뚝 끊겼다"며 "실질적으로 나왔던 매물들도 혹시 또 오를까 싶어서 다시 집어 넣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고도 제한 등 규제가 풀려야 개발이 되는데 여기는 한옥 보존지역이라서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 갔다고 해도 크게 오를 수는 없다"며 "사러 오는 사람도, 내놓는 사람도 없는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면 매도인들도 다시 금액을 조정해서 내놓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고도 제한 완화는 청와대 인근지역 부동산과 상권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내국인 관광수요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점차 상권 회복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고도 제한이 일부 해제가 돼 지금보다 좀더 높게 지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용도지역 제한이 여전히 걸려 있어 가격에 크게 영향을 줄 만큼 큰 (변화)는 아니라고 보인다"며 "다만 내국인 관광 수요가 생각보다 큰 만큼 한동안 이런 수요가 지속되면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어왔던 인근 상권이 일정부분은 극복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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