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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손 등 남부 점령지 둘러본 러 부총리…"우크라 통합 계획"

등록 2022.05.20 14: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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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스눌린 러 부총리, 헤르손·자포리자 시찰…"통합 기회 제공할 것"

NYT "화폐 도입, 방송 차단…점령지 '러시아 화' 패턴 들어 맞아"

[에네르호다르=AP/뉴시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서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이자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주변을 경비하고 있다. 2022.05.02.

[에네르호다르=AP/뉴시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서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이자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주변을 경비하고 있다. 2022.05.02.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마라트 후스눌린 러시아 부총리가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지 헤르손 주(州) 일대를 둘러본 후 러시아가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 등 핵심 인프라를 장악할 계획을 밝혔다고 1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8년 전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했던 방식으로 남부 점령지에 대한 흡수 통합 수순을 밟을지 주목된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 내 인프라 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후스눌린 부총리는 헤르손 등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 일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를 위해 일하는 것이 이 지역의 미래"라며 "통합을 위한 최대한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헤르손 주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 군이 장악한 곳이다. 이 지역 내 들어선 친러 정부는 국민투표 실시 의사를 밝히면서 러시아로의 합병 요청을 공식화 한 바 있다. 다만 러시아는 편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며 표면적으로는 합병에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분석 자료에서 헤르손 지역의 국민투표에 거리를 두고 있는 러시아 입장과 관련, "러시아 지도부 내에서 지역 안보 전망을 놓고 상당한 혼란이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합병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 위에서 이뤄진 후스눌린 부총리의 남부 점령지 방문은 러시아 정부로 통합하려는 구상을 보다 구체화 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후스눌린 부총리가 러시아 점령지인 헤르손 지역 일대를 방문한 점으로 볼 때 이달 안으로 헤르손의 합병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미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후스눌린 부총리는 이번 현장 방문에서 헤르손의 항구, 화물 철도역, 공장 등을 시찰했다. 전쟁으로 파괴된 도로 복구 지원을 약속하며 "우리는 함께 살고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후스눌린 부총리는 헤르손 외에도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자포리자주 멜리토폴을 둘러봤다. 그는 그 자리에서 자포리자 원전을 러시아의 전력 공급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18일 멜리토폴 방문 후 기자회견을 열어 "우크라이나인들은 (자포리자) 원전에서 공급되는 전기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통합을 원하는 친러 주의자를 겨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자포리자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서로 다른 두 나라의 전력시스템 상 물리적인 연결이 불가능하다며 후스눌린 부총리의 전기 공급 구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 '우크레네르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력 공급망)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NYT는 "러시아는 이미 점령지 내에 러시아 화폐를 도입하고, 대리 정치인을 세우고, 우크라이나 방송을 차단하고, 인터넷 서버를 러시아를 우회하도록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점령지를 '러시아화(化)'하려는 패턴에 들어맞고 있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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