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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대신 욕설만…서울교육감 보수 후보들 '자중지란'

등록 2022.05.23 10: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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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무산 가능성…'미친X' '인간XX' 눈살

선거비용 평균 11.1억…'무관심'도 원인으로

"아이들 미래 결정…선거연령 낮추자" 제안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박선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5.23.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박선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5.2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서울시교육감 보수 유력 후보들이 욕설·막말·비방을 주고 받으며 단일화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이들 미래를 결정하는 교육감 선거에서 정책이 실종되는 양상을 놓고 교육계에서 탄식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박선영·조영달·조전혁 3명의 보수 성향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로 상호 비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선영 후보는 지난 21일 한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조전혁 후보와 조영달 후보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유하며 조전혁 후보의 사퇴를 압박했다.

이 녹취에 따르면 조전혁 후보는 박선영 후보를 두고 "저 미친X 저거 끝까지 나올 거에요"라고 말했다. 박선영 후보는 앞서 19일 출정식에서도 조전혁 후보를 겨냥한 듯 "학교 폭력 가해자가, 그런 전력이 있어 자퇴까지 했던 자가 교육감이 되면 되겠나"라고 말했다.

'미친X' 발언의 당사자인 조전혁 후보는 페이스북에 글을 써 조영달 후보(전 서울대 교수)를 겨냥한 듯 "나는 대화를 몰래 녹취하는 자를 '인간XX'으로 본다"며 "그런 자가 S대 교수로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살아 왔다는 데에 분노보다 불쌍함을 느낀다"고 적었다.

조영달 후보는 해당 조전혁 후보 페이스북 글에 댓글을 달아 "정치쇼를 넘어 정치 공작은 이제 그만하셨으면 합니다"면서 "어디서든 말조심, 행동조심, 분노조절 잘 하시길 당부드린다"고 맞불을 놨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조영달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본인의 선거사무소 앞에서 삭발식을 마친 뒤 광화문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2.05.23.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조영달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본인의 선거사무소 앞에서 삭발식을 마친 뒤 광화문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2.05.23. [email protected]

이들 3명이 모두 단일화할 경우 현직 서울시교육감인 진보 성향 조희연 후보를 따돌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결국 단일화가 불발되면서 스스로가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이들은 특정 진보 성향 교원노조를 비방하는 데 열을 올리거나, 이미 시행 10년이 된 학생인권조례를 일컬어 '동성애를 부추긴다'는 등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한 표라도 더 끌어 모으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런 행보가 실제 표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전날 보수 후보 3명의 막말 공방을 전한 기사에 누리꾼이 적은 댓글을 보면 "교육을 받아야 할 것들이 교육감 선거에 왜 나왔어", "저런 것들이 보수의 교육감 후보라니 부끄러운 줄 알라"는 등 질타성 댓글을 달았다.

후보들은 마지막까지 단일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공개적으로 날 선 말을 주고 받으면서 이미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시장 선거보다 1.5배 더 많은 돈을 쓰는 교육감 선거(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준 2018년 평균 11억1000만원)의 특성도 이들이 한 표라도 더 얻으려 노력하는 이유로 해석된다. 당선되거나 15% 이상을 득표해야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 안에서 선거비용이 전액 보전되며, 적어도 10%는 넘어야 절반이라도 돌려 받는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5.23.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5.23. [email protected]

교육계에서도 정책 선거가 실종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는 반응이 나온다. 수많은 교직원의 인사권을 갖고 있고 유·초·중등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집행하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개혁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이유로 풀이된다.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은 "보수 쪽에 건강한 (정책) 인력 풀이 없어 보인다"며 "특정 단체를 공격하는 것과 같이 10여년 전 보수 진영에서 하던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새로운 교육정책 의제를 던지려는 노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는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에서 교육감 선거가 시장보다 멀어져 있다 보니 적은 표차로 승리가 결정될 것이라 생각하고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차라리 교육감 선거를 훌륭한 시민교육의 살아있는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당사자인 학생들이 관심을 갖도록 선거 연령을 만 18세에서 16세로 크게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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