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초점]남양주 개물림 사망사고, 1년 만에 견주 기소…의미는?

등록 2022.05.25 11:29:4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개 주인 특정할 만한 직접증거 없어 '시체 없는 살인사건'과 비슷한 난제

경찰, 회의적 시선에도 광범위한 초동수사로 놓칠뻔한 견주 확인

[남양주=뉴시스] 이호진 기자 = 경기 남양주시에서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대형견이 행동반경 확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 개는 지난 22일 남양주시 진건읍 야산 입구에서 지인의 공장에 놀러온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해 남양주시 유기견보호소에 격리돼 있다가 26일 경찰에 의해 현장으로 옮겨졌다. 2021.05.26. asake@newsis.com

[남양주=뉴시스] 이호진 기자 = 경기 남양주시에서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대형견이 행동반경 확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 개는 지난 22일 남양주시 진건읍 야산 입구에서 지인의 공장에 놀러온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해 남양주시 유기견보호소에 격리돼 있다가 26일 경찰에 의해 현장으로 옮겨졌다. 2021.05.26. [email protected]



[남양주=뉴시스]이호진 기자 = 사건 발생 1년 만에 견주가 구속 기소된 ‘남양주 개물림 사망’ 사건은 시체 없는 살인사건에 비유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사망사건이 발생한 날은 지난해 5월22일.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의 야산 입구에서 인근 공장에 놀러온 50대 여성이 대형견에게 목과 팔 등을 물려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현장에 남은 증거는 중상을 입은 채 지인의 공장 방향으로 기어오고 있는 여성, 이 여성을 문 개가 찍힌 공장 앞 폐쇄회로(CC)TV 영상뿐이었다.

사고 현장 근처에서 입에 피를 묻힌 채 포획된 대형견은 풍산개와 사모예드의 잡종으로, 사건 발생 당시 다소 마른 상태였음에도 몸무게가 25㎏이나 될 정도로 덩치가 컸다.

몸에는 벼룩이 들끓고 길게 자란 털도 오염되고 뭉쳐 있는 등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 사고 초기에는 유기견에 의한 사고로 알려졌다.

외장형 전자태그나 내장형 칩 등 개 주인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은커녕 목줄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를 통해 견주를 특정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처럼 해결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 사건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오롯이 경찰의 광범위한 초동수사 덕분이다.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견주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현장 주변에 견주가 거주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동물행동분석가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추적을 거듭했다.

동물행동분석가를 대동한 현장검증과 탐문에서 사고견이 사고현장 바로 옆 불법 개사육장 주인인 A씨에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A씨를 사고견의 견주로 의심했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다.

이후 유기동물보호시스템에서 동일견으로 추정되는 개를 찾아낸 경찰은 분양된 개의 행적을 좇았다. B씨가 개를 입양한 후 A씨에게 넘겼고, A씨의 요청에 따라 개를 넘길 때 사용한 차량의 블랙박스를 교체한 것도 확인했다.
[남양주=뉴시스] 이호진 기자 = 전문가가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대형견의 행동반경을 확인하기 위해 줄로 묶어 이동하고 있다. 2021.05.26. asake@newsis.com

[남양주=뉴시스] 이호진 기자 = 전문가가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대형견의 행동반경을 확인하기 위해 줄로 묶어 이동하고 있다. 2021.05.26. [email protected]



사건 발생 2개월 만에 자칫 영구미제로 남을뻔한 사건의 견주를 특정하는데 성공한 경찰은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사고견을 사육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고, 결국 A씨와 B씨는 지난해 8월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사건 송치 직전까지 사건관계인 대질조사와 통신내역 분석 등의 보강수사를 통해 A씨가 사고견의 주인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다시 한차례 보강수사를 한 경찰은 제3자의 추가진술도 확보해 지난해 11월 사건을 재송치했지만 법리검토 과정에서 사건은 다시 답보상태에 빠졌다.

'기소가 가능할까'라는 얘기까지 나왔던 사건이 다시 급물살을 탄 것은 지난 3월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이 개청하면서부터다.

사건을 넘겨받은 남양주지청은 사건관계자 6명에 대한 전면 재조사와 증거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추가 확보해 A씨의 혐의를 과실치사보다 무거운 업무상 과실치사로 변경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 16일에는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가 진행됐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A씨는 사건 발생 1년 만에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 19일 관련자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통해 수사방해 사실도 추가 확인했으나 법원이 견주로 특정된 A씨의 혐의를 인정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뤄져 관련자 진술이나 정황 증거는 확보했지만, 사고견이 B씨가 분양받은 개와 동일한 개라는 것을 간접증거 만으로 입증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건을 담당한 최동규 남양주북부경찰서 형사과장은 “긴 시간이 걸렸지만 고인이 된 분의 넋을 달래고 조금이나마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실은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수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검찰 측도 사건발생 직후 경찰이 광범위한 초기수사를 통해 사고견이 야생 들개가 아니라 인근 개농장 사육견이라는 점에 대한 다양한 증거를 수집했다며 초동수사에 나선 경찰에 공을 돌렸다.

검찰 관계자는 다만 “구속영장 기각 이후 법령에 따라 경찰 보완수사를 통해 추가조사를 진행했음에도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모두 해소할 수는 없었다”며 “전면 재조사 과정에서 송치 기록으로는 쉽게 파악하기 어려웠던 모순된 진술을 확인해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는 말로 최근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수사 공백 우려를 에둘러 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