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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예린, 물 만난 물고기…3년 기다린 14회 서울재즈페스티벌

등록 2022.05.28 00: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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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팬들 사이에서 5월의 성지순례로 통하는 축제

코로나19로 2020·2021년 무산

재개하자 1만명 운집…첫 내한 핑크 스웨츠, 헤드라이너

29일까지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재즈페스티벌 2022가 열린 2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2022.05.2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재즈페스티벌 2022가 열린 2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2022.05.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2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시인 이상(李箱)의 단편소설 '봉별기(逢別記)'의 마지막 글귀가 떠오른 이유 중 하나는 백예린의 몽환적인 목소리 덕분이다.

누가 누구를 속이는지 헷갈리게 만드는 꿈결 같은 음색. '바이 바이 마이 블루(BYE BYE MY BLUE)', 제목부터 청자를 푸른 공기 속에서 유영하게 만드는 곡으로 시작부터 관객들을 꿈속 같은 황홀경으로 끌고 들어왔다. 

또 하나는 '서울재즈페스티벌' 13회와 14회의 간극이 3년이라는 게 꿈 같았다. 이 페스티벌은 2010년대 음악팬들 사이에서 5월의 성지 순례였다. 재즈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내외 뮤지션을 아우르며 음악축제의 고급화를 이끌었다.

'13회 서울재즈페스티벌 2019' 라인업을 대충만 훑어봐도 안다. 미국 재즈 밴드 '핑크 마티니', 미국 팝밴드 '피츠 & 더 탠트럼스(Fitz & the Tantrums)', 쿠바의 전설적인 밴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디바 오마라 포르투온도.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로 무산됐다. 개막날 1만명이 운집한 '제14회 서울재즈페스티벌 2022'은 3년 만에 열린다는 아쉬움을 만회하기에 충분했다.

백예린 역시 안타까움을 멀리 날려버렸다. 그녀는 애초 2020년에 열릴 예정이던 14회 서울재즈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결국 14회에 출연하게 됐으나, 라인업이 늦어도 연초에 정해진다는 걸 감안하면 약 2년반이라는 시간을 기다린 셈이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재즈페스티벌 2022가 열린 2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2022.05.2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재즈페스티벌 2022가 열린 2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2022.05.27. [email protected]

더구나 그녀는 2020년 2월 88잔디마당 바로 옆 공연장이자 국내 가수들의 성지 중 하나인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기념비를 세울 뻔했으나, 코로나19로 역시 안타깝게 무산됐다.

최근 발매한 디지털 싱글 '물고기'처럼 기량이 물 만난 물고기가 된 백예린은 이날 인어공주 같은 의상을 입고, 능숙한 무대 매너와 가창으로 70분을 꽉꽉 채웠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재즈 뮤지션 윤석철과 함께 이 페스티벌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홀로 이 같은 시간을 배정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백예린은 노련했다.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꺼야'와 '아워 러브 이스 그레이트(Our love is great)' 등 한국어 노래와 영어 노래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했다.

또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스트롱거 댄 미(Stronger than me)' 등 커버곡도 자신의 색깔로 소화했다. '스트롱거 댄 미'는 백예린이 과거 콘서트에서도 자주 불렀던 곡인데 이날 백예린은 예전의 자신보다 더 강해져 있었다.

마지막곡 '물고기'는 최근 발매한 싱글임에도 팬들이 떼창으로 호응했고, 앙코르 곡으로 들려준 '스퀘어'(2017)는 그녀의 최고 히트곡답게 공연장을 합창으로 물들이게 했다. 

이번 서울재즈페스티벌의 특별한 점은 코로나19 이후 해외 뮤지션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첫 음악 페스티벌이라는 것이다. 이날 헤드라이너로 나선 미국 R&B 팝 싱어송라이터 핑크 스웨츠는 첫 내한인데, 기대에 부응했다. 자신의 전매특허인 분홍 옷을 입고 나온 그는 부드러운 음색이 깃든 팔세토 창법으로 늦봄의 흐물흐물함을 부드러운 공기로 승화시켰다.

[서울=뉴시스] 조니 스팀슨. 2022.05.27. (사진 = 프라이빗커브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니 스팀슨. 2022.05.27. (사진 = 프라이빗커브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막판에 그의 최고 히트곡인 '앳 마이 워스트(At My Worst)'가 주는 울림이 컸다. 최상의 상태가 아니라,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랑을 받는다고 이야기하는 노래. 핑크 스웨츠는 첫 내한을 기념해 지난 25일 연 간담회에서 "어려운 시기 속 불안한 미래를 내다봐야 할 때 더 확실하게 필요한 게 음악"이라고 말했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음악의 힘을 새삼 느끼게 만드는 게 '서울 재즈 페스티벌' 같은 음악 축제다.

사람들은 오랜만에 스탠딩석에 서서 마음껏 환호하며 함성을 질렀다. 백예린 같은 인기 뮤지션을 앞에서 보기 위해 한낮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빚어지기도 했다. 공연장 곳곳에 돗자리가 펼쳐졌고 한켠에서는 음식 코너가 마련돼 '뮤직 피크닉' 기분을 제대로 냈다. 인기 있는 음식 부스 앞에는 긴줄이 늘어섰는데, 지루해하는 관객은 한명도 없었다. 

하지만 팬데믹 시기를 막 지난 만큼 자유가 방종으로 흐르지는 않았다. 이동할 때는 팻말에 안내된 것처럼 대부분의 관객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날 핑크 스웨츠와 백예린 앞 무대는 스티비 원더가 사랑하는 로스앤젤레스(LA) 기반의 재즈 트리오 문차일드(Moonchild), '고막 힐러'라 불리는 미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조니 스팀슨(Johnny Stimson), 세련된 멜로디의 영국 싱어송라이터 이담(Etham)이 뭉근하게 달궈놨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은 같은 장소에서 이틀간 더 열린다. 역시 각각 1만명이 운집하게 된다. 28일엔 미국 싱어송라이터 알렉 벤자민(Alec Benjamin), 재즈 명가 블루노트를 대표하는 모던 재즈 보컬리스트 호세 제임스(José James),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뮤지션 남매 듀오 악뮤(AKMU)가 출연한다. 29일엔 영국의 솔 신스팝 듀오 '혼네(HONNE)', 감성 힙합의 대표주자인 '에픽하이', 장르의 클리셰를 뛰어넘는 선우정아가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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