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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임금피크제 제동]①"합리적 이유 없는 인건비 삭감 안 돼"…쟁점은

등록 2022.05.28 13:03:00수정 2022.06.07 09: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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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시교육청에서 바라본 광화문사거리와 종로 일대. 2022.04.27.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시교육청에서 바라본 광화문사거리와 종로 일대. 2022.04.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년 등을 앞둔 근로자들의 연령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위반에 해당해 무효라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모든 회사의 임금피크제가 무효로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26일 A씨가 자신이 재직하던 B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2017다292343)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연구원은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2009년 1월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1991년 B연구원에 입사한 A씨(1955년생)는 2011년부터 적용대상이 됐다. A씨는 "임금피크제로 직급과 역량등급이 강등된 수준의 기본급을 지급받았다"며 "B연구원의 성과연급제는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금지를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하며 퇴직 때까지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2심은 "B연구원의 성과연급제는 A씨를 포함한 55세 이상 직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 등에 관해 차별하는 것"이라며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돼 무효"라면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 효력에 관한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정 연령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회사마다 기준이 제각각 달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년제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 중 2019년 6월 현재 21.7%가, 300인 이상 기업 중 54.1%가 임금피크제를 운영 중이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어긋나 효력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1항은 '사업주는 모집과 채용, 임금, 임금 외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등에 있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인건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적의 임금피크제 운영은 앞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사건에서 B연구원은 55세 이상을 임금피크제 대상으로 했는데, 51~54세 정규직 직원들의 실적이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에 비해 떨어지는 등 임금피크제 도입의 합리적인 이유를 입증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상당수의 회사가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라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던 것과 달리, B연구원은 기존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점도 판결에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합리적인 이유'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이번 판결로 모든 임금피크제가 무효로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법무법인 지평 노동그룹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상판결에 따라 타 회사의 임금피크제가 일률적으로 무효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기업들은 대상판결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각 사의 임금피크제가 유효할지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임금을 감액하면서 대상자들의 업무내용, 실적 목표, 근무시간 등에 있어서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거나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대상 조치가 없었거나 도입목적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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