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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갓생기획 김네넵 사원..."신발도 튀기면 맛있어요"

등록 2022.05.28 08:30:00수정 2022.05.28 2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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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미선 기자=26일 서울 성수동에 있는 GS25 팝업스토어 '갓생기획실'을 기획한 선우정 디자이너(왼쪽)와 황보민 MD(오른쪽)의 모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미선 기자=26일 서울 성수동에 있는 GS25 팝업스토어 '갓생기획실'을 기획한 선우정 디자이너(왼쪽)와 황보민 MD(오른쪽)의 모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또 MZ세대 마케팅?"

수 년 전부터 유통업계는 새로운 상품이나 점포를 출시할 때면 MZ세대를 겨냥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즉흥적 소비로 흔쾌히 지갑을 열고, 좋아하는 것은 반드시 사야 하는 MZ세대를 잡는다는 건 유통업계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편의점 GS25의 갓생기획팀은 누구보다 이 ‘MZ세대’에 몰두한다.

GS25 갓생기획팀이 서울 성수동에 선보인 팝업스토어 '갓생기획실'은 직장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 탕비실, 퇴근길 상점, 개인방 등 4개 공간에 집중했다.

Z세대 직장인 ‘김네넵’이란 가상 인물을 통해 '갓생'(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을 외치며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 것을 다짐한다.

하지만 처음만 위대하고, 마지막은 소소하게 끝나는 '말로만 갓생러'의 평범한 일상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GS25는 MZ세대의 이런 삶마저 ‘이 또한 갓생’이라며 위로한다.

MZ세대가 좋아할 상품을 쫓아다니는 황보민(34) MD와 갓생기획 상품의 공감 문구, 팝업스토어의 세계관을 직접 구상한 선우정(31) 디자이너를 26일 성수동 팝업스토어 ‘갓생기획실’에서 만났다.

"MZ세대가 만든 갓생기획, 'NO'가 없는 프로젝트"

황보민 MD는 갓생기획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만 해도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를 아무리 내놔도 윗선에서 반대해 무산됐다고 밝혔다.  2020년 대박 난 ‘미원맛소금팝콘’도 하마터면 그렇게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다.

그는 “미원맛소금팝콘 아이디어를 처음 냈을 때 윗선에서 MSG에 대한 불호가 강하다며 반대 했는데 그 반대를 무릅쓰고 막상 출시했더니 대박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노티드 도넛과 콜라보 상품을 낸다고 했을 때도 노티드 도넛이 뭔지 몰라 윗선에선 도넛과의 콜라보를 의아해 하기도 했다"며 "이런 사례가 많아지자 사내에서 MZ세대 의견을 인정해주자는 인식이 퍼졌고 갓생기획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황보 MD는 “의견을 내면 이게 윗선에서 통과할지, 어떤 피드백이 올지 몰라 눈치를 보게 되는데 갓생기획은 ‘NO’라는 게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갓생기획’은 지난해 MZ세대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GS25 2030세대 직원으로 구성해 출범한 신상품 개발 프로젝트다.

출범 후 틈새오모리김치찌개라면, 팝잇진주캔디 등 60여 개가 넘는 기획 상품을 출시했고, 누적 판매량 1000만 개가 넘는다.

단순히 ‘그래 한 번 해봐’라며 방임하는 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갓생기획의 성공 요인이다.

황보 MD는 “예전에는 어디와 제휴 한다고 하면 우리가 직접 업체 문을 두드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부딪혀야 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낸 아이디어를 고객들이 좋아한다는 걸 회사가 더 잘 알고, 아이디어를 밀어준다”고 했다.

김네넵의 세계관을 그린 선우정 디자이너는 갓생기획 장점으로 ‘형식 파괴’를 꼽았다.

그는 “예전에는 상품 이름 하나를 지을 때만 해도 지켜야 할 절차가 많았다"며 "대기업 프로세스를 따라가다 보면 빠르게 일이 진행되기 어려웠는데 갓생기획은 기획이 바로바로 이뤄진다”고 했다.

그는 “이런 세계관이 좋겠다, 굿즈 상품도 괜찮겠다, 상품 엽서에 스토리를 입혀보자, 이런 식으로 제안하면 의견을 내는 대로 족족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어 "이는 허락 차원의 보고가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만들게요라는 통보”라고 했다.

‘갓생기획실’은 GS25의 첫 팝업스토어다. MZ세대들은 소비가 아닌 경험과 가치, 공감을 중시하는 만큼 그동안 상품에 담아왔던 MZ세대 세계관을 공간으로 보여주자는 시도다.

선우 디자이너는 “팝업스토어 자체가 GS25에선 큰 시도"라며 "윗선에서 보기엔 일단 김네넵이란 인물을 이해하기 힘들고 또 이게 당장 큰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지만 갓생기획이기에 가능한 팝업스토어”라고 했다.

‘갓생기획실’ 곳곳에는 MZ세대 직장인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희로애락'이 녹아있다.

선우 디자이너는 “회식에서 모든 사회성을 다 써서 소진한다든가, 회의를 하려면 플랭크 자세로 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든가 이런 것들은 내 스스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분노했던 포인트들"이라며 "내 사례뿐 아니라 주변 지인 이야기 등을 모두 녹였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미선 기자=갓생기획실에 꾸며진 김네넵 사무실 책상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미선 기자=갓생기획실에 꾸며진 김네넵 사무실 책상 *재판매 및 DB 금지


갓생기획이 본 MZ세대 키워드는 '공감'

MZ세대 겨냥 프로젝트라고 하지만, 그들 역시 MZ세대를 연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SNS에서 인기 있는 핫플레이스는 꼭 가보고, 유행한다는 먹거리와 패션, 화장품을 입고 써보며 경험한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보면서 그들이 열광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정의한 MZ세대는 어떤 모습일까.

선우 디자이너는 “MZ세대는 스스로 드러내는 걸 좋아하고 서로 공감하는 걸 즐기는 세대 같다"며 "MBTI를 계속 찾아다니며 성향을 맞춰보고 이를 놀이처럼 즐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보면 Z세대는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걸 하고 싶어 하는 차별성에 있다"며 "M세대는 공감하고 공유하는 성향이 더 강한 것 같다"고 했다.

황보 MD는 무엇보다 MZ세대의 ‘공감’에 초점을 두고 상품을 기획하려 한다.

그는 “핫하다고 생각하는 건 다 하고싶다"며 "젊은 사람들이 트렌드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GS25에 모여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번주 출시되는 '신발 모양의 치킨' 역시 SNS에서 화제가 됐던 "튀김은 뭐든지 다 맛있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 말을 담은 상품이다.

신발 모양 치킨 출시를 기념해 경품 추첨을 통해 명품 신발을 선물로 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재밌게 일하다 보니 일도 점점 수월해지고 있다. 갓생기획에 먼저 손내미는 제조업체도 많아졌다.

롯데, 홀플러스, CJ 등 국내 굵직한 유통 대기업에서 갓생기획고 만들고 싶은 상품을 먼저 제안하는 등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황보 MD는 “가장 하고 싶은 건 농심 라면과의 콜라보"라며 "튀김우동, 새우탕면을 다른 쪽으로 개발해보면 재밌을 거 같다"고 했다. 새우깡 젤리 같은 것이다.

선우 디자이너도 김네넵 이후 세계관을 구상 중이다. 그는 "김네넵 이후 다음 세계관으로 '젊은 꼰대'를 그려보고 싶다"며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열정 가득한 열정둥이였는데 이제 직장 생활 10년차가 다가올수록 젊은 꼰대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고 했다.

갓생을 넘은 갓생..."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뿌듯해요"

MZ세대는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동일시하지 않는다. 댓가 없는 노동은 하고 싶지 않고, 의미 없는 충성은 갖고 싶지 않다.

갓생기획의 두 기획자는 만들고 싶은 걸 만들고,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걸 주체적으로 하면서 사람들의 사랑까지 받고 있다. 이것이 바로 'MZ세대를 겨냥한다'는 유통업계 최대 과제를 풀어내는 힘이다.

선우 디자이너는 "갓생기획을 시작하기 전에는 아무리 열심히 상품 포장을 디자인해도 한 번 먹고 버리면 끝이었는데 이제는 상품 외적인 것들, 포장지나 문구에 관심을 가져주고 그걸 SNS에 공유해준다"고 했다.

그는 요즘 인스타그램에 갓생기획으로 태그된 게시물이 얼마나 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너무 재밌다.

황보 MD도 "내가 만든 상품이 SNS에 미친 듯 공유되고, 제조사는 많이 팔려 고맙다고 말해주면 그것보다 뿌듯한 게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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