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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출판계는 호황이다?…출판사의 명암

등록 2022.06.03 15: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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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출판계는 호황이다?…출판사의 명암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출판계는 호황입니다."

소설가 김영하가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한 말이다. "책을 사랑하는 인구는 줄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책 판매가 늘어난 건 공식 통계로도 확인돼요." '책 읽지 않는 시대'로 알려졌지만 사실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1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주요 출판사 및 콘텐츠 기업 72개사의 2021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에는 맹점이 있다. '주요 출판사', 즉 출협 통계에 따르면 주권상장법인이거나 자산총액이 500억원 이상인 회사, 매출액이 500억원 이상인 회사 등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통계 밖에 있는 중·소형 출판사의 현실은 다르다.

최근 출판계에서는 베스트셀러 1위 도서의 판매 중단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애플TV+ 드라마 흥행과 함께 떠오른 원작 소설 '파친코'다. 지난 5년간 파친코를 출간해오던 문학사상 출판사가 판권 계약 연장에 실패하며 이 베스트셀러 소설은 인플루엔셜 출판사로 넘어갔다.

최소 선인세가 20만 달러(약 2억4590만원)였던 만큼 최종 계약 규모는 10억원대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물론 문학사상에게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금액"이었다. "우리는 중소기업이다"라고 밝힌 문학사상 입장에서는 최소 선인세조차 지불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문학사상 측은 책이 팔려나가던 한 달여 간을 "화양연화"라는 말로 압축했다. "아무도 작품의 진가를 모를 때 판권 계약을 해 저렴하게 계약을 했고 선인세도 낮았다"고 했고 "타이밍이 묘하지만 드라마 흥행과 함께 책이 역주행 베스트셀러에도 올라 기뻤다"며 '색즉시공'의 고뇌와 공감을 전했다.

그럼에도 대형 출판사의 기세 속에 작품을 빼앗긴 작은 출판사의 씁쓸함은 남는다. 실제로 대형 출판사의 유명 작가 작품 계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일본 유명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주로 문학동네에서 나온다. 이들 모두 10억원에서 20억원의 선인세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벨문학상, 공쿠르상, 부커상 등 세계적인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도 '주요 출판사'에서 출간되기는 마찬가지다. 호황 속에 있는 출판사, 즉 대형 출판사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다.

중소 출판사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갈수록 오르던 종잇값이었지만 지난 5월 국내 1·2위 제지기업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가 종이 가격을 15% 인상하며 중소 출판사의 시름을 더했다. 책값 인상만은 피하고자 몸부림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작품 하나가 히트해야 근근이 먹고 살 수 있는 게 중소 출판사의 현실이다. 최근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화제가 된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가 사례다. 이 책을 출간한 아작 출판사의 "'저주토끼' 덕에 겨우 버티고 있다"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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