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죄와벌]방화하려다 겁먹고 스스로 진화…어떤 처벌 받을까

등록 2022.06.12 09: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강제 철거 막기 위해 창고에 방화 시도

신문지와 폐지 놓고 라이터로 불 붙여

번지는 불 보고 겁이 나 소화기로 진화

법원 "고의 있었고, 위험성 충분히 인정"

[죄와벌]방화하려다 겁먹고 스스로 진화…어떤 처벌 받을까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강제 철거를 막기 위해 창고에 불을 지르려고 했으나 이내 겁먹고 스스로 불을 껐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법원은 방화가 미수에 그쳤으나, 고의를 가지고 불을 붙였으며 위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30일 자신의 창고가 하천 정비사업 부지에 포함돼 지자체로 이전된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고 방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창고 내부에 있는 신문지와 폐지 등을 바닥에 놓고 소지하고 있던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러나 A씨는 불이 번지는 모습을 보고 겁이 나 주변에 있던 소화기로 스스로 불을 껐다.

이후 112신고를 한 뒤 "여기 창고에다 불을 질렀다. 강제 철거를 막기 위해 창고에 불을 질렀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A씨는 결국 방화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합의2부(부장판사 이영진)는 지난 5월26일 일반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당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A씨 측은 "(창고) 내부가 개방된 형태이며 과거 주차장으로 사용한 장소로 방화죄의 객체인 건조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또 피고인에게 창고를 방화한다는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 역시 7명 가운데 6명이 무죄로 판단하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고의는 계획적이거나 확정적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행위로 위험한 결과를 발생시킬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성이 있음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하고 그 결과를 의욕하면 충분한 것"이라며 "창고에 대한 방화의 고의를 가지고 신문지 등에 불을 붙였다고 보이고, 방화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과 위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해당 창고 내부에는 상당한 양의 박스와 스티로폼 등 가연성 물질들이 적치돼 있고, 출입문, 선반, 창틀 등은 연소가 가능한 목재 재질로 만들어졌다"며 "창고 내부에서 인근으로 불이 번질 수 있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험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불을 낸 직후 겁을 먹고 112신고를 하고 스스로 소화기로 불을 진화해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