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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보이스피싱 이용된 계좌, 채권 잔액 전체 소멸은 부당"

등록 2022.06.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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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이용 사실 모르고 계좌로 본인 돈 송금

금감원, 계좌 잔액 소멸개시…환급요청 반려

法 "보이스피싱 이용된 계좌, 채권 잔액 전체 소멸은 부당"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계좌 명의자의 채권 잔액 전체를 소멸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A씨가 금감원을 상대로 "소멸채권 환급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금감원은 A씨 명의의 B, C 은행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됐다며 2020년 1월31일 해당 계좌들 잔액 2000여만원의 채권소멸 절차를 개시했고, 이후 같은 해 4월 잔액이 소멸됐다. 이에 A씨는 자신 역시 보이스피싱 범죄를 입은 피해자라며 소멸된 잔액 2000여만원의 환급을 청구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범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려면 입출금 실적을 쌓아야 한다고 속아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등을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계좌들은 이후 다른 피해자들로부터 6700여만원을 송금받는 등, 보이스피싱 사기에 이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이를 몰랐던 A씨는 2020년 1월 16~18일 사이에 부동산 매매 계약금 2500만원을 B 계좌로 이체했고, 19일 해당 입금액 중 2000만원을 다시 C 계좌로 송금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날 사기 피해를 알게 된 A씨가 B, C 계좌의 은행에 지급정지 및 피해구제를 신청했고, 은행 요청에 따라 금감원이 채권소멸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 B 계좌에 남아있던 500만원은 이미 인출된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금감원이 인출해간 2000만원을 제외하고, 남은 500만원을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인출해 피해를 입었다"며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중대한 과실'이 자신에게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A씨의 이체 자금과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섞여, A씨가 해당 금액을 정당하게 취득했는지 여부가 소명되지 않는다며 A씨의 청구를 거부했다. A씨는 해당 거부 처분을 두고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지난해 2월 기각됐다.

법원은 A씨의 소멸채권 환급을 거부한 금감원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정당한 권원(부동산 매수)에 의해 이 사건 (B 계좌로) 입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C 계좌의 2000여만원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자금과 혼입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사기범들이 실제 은행직원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개인정보를 전달한 과실이 인정되지만, 이를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중대한 과실로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A씨는 입금액 중 500만원을 이 사건 B 계좌에 남겨두었는데, 해당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 역시 피해자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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