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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법원, 여성 낙태권 보장 번복…바이든 "슬픈 날"(종합2보)

등록 2022.06.25 04: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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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절 문제 분열만 심화…주별 제한 금지 안 해"

"美 13개 주, '트리거법'으로 30일 내 임신중절 제한할 듯"

바이든, 중간선거 투표 호소…"싸움 끝나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미국 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절(낙태) 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번복한 2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여성이 임신중절 찬성 팻말을 들고 시위하다 눈물을 보이고 있다. 2022.06.24.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미국 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절(낙태) 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번복한 2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여성이 임신중절 찬성 팻말을 들고 시위하다 눈물을 보이고 있다. 2022.06.24.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보수 우위로 재편된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절(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번복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24일(현지시간) 1973년 미국 여성의 임신중절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를 50년 만에 뒤집었다.

로 대 웨이드 판례는 여성의 임신중절 권리를 수정헌법 14조가 보호하는 사생활의 권리로 본다. 이후 1992년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 대 케이시 판례에서 임신중절 권리는 수정헌법 14조가 보호하는 자유로 재확립됐다.

그러나 이날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의견은 로 대 웨이드 판례 이후 법원이 임신중절을 권리로 인정해 왔다면서도 "미국법이나 관습법이 이런 권리를 인정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얼리토 대법관은 "우리는 로 판례가 뒤집혀야 한다고 본다"라며 "헌법은 임신중절을 언급하지 않고, 헌법적으로 이런 권리를 암묵적으로 보장하지도 않는다"라고 했다. 아울러 "로 판례는 처음부터 터무니없이 잘못됐고, 그 추론은 매우 약했다. 그 결정은 해로운 결과를 불러왔다"라고 평가했다.

다수의견은 로 대 웨이드 판례가 "임신중절 문제에 대한 국가적 합의를 도출하기는커녕 논쟁에 불을 붙이고 분열을 심화해 왔다"라고 했다. 또 "이제는 임신중절 문제를 국민의 선출된 대표들에게 넘길 때"라고 했다.

다수의견은 "임신중절은 심오한 도덕적 문제를 제기한다"라며 "헌법은 모든 주의 주민에게 임신중절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행위를 금하지 않는다"라고 지적, 로 대 웨이드 판례가 "그런 권한을 침해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다수의견에는 얼리토 대법관 외 클래런스 토머스,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등 총 5명이 함께했다. 반면 진보 성향 스티븐 브라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헬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근본적인 헌법적 보호를 잃은 수백만 명의 미국 여성에 대한 비애와 함께, 우리는 (다수의견에) 반대한다"라고 지적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날 판단에 별도 의견을 표명했다. 이날 판단은 15주 이후 임신중절을 제한하는 미시시피 주법의 효력을 다퉜는데, 그는 주법 효력을 지지하면서도 판례 완전 번복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로 대 웨이드 판례는 미국 여성 권리 신장에 중대한 이정표를 그었다고 평가된다. 로 대 웨이드 판례가 이뤄지기 전까지, 미국에서는 각 주 대부분이 산모 생명이 위험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임신중절을 제한했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여성의 임신중절(낙태) 권리를 보장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 전복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2022.06.24.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여성의 임신중절(낙태) 권리를 보장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 전복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2022.06.24.

이 때문에 당시에는 불법 임신중절로 인한 사망 등 사회적 부작용도 많았다. 특히 옷걸이 등으로 스스로 임신중절을 시도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옷걸이는 지금도 임신중절 찬성 진영의 상징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연이은 보수 대법관 임명으로 대법원 이념 구도가 보수 우위로 재편됐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중 닉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3명의 대법관이 전임 행정부에서 임명됐다.

이후 보수 우위 대법원에서의 로 대 웨이드 판례 전복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날 판단에 앞서 지난달에는 폴리티코가 로 대 웨이드 판례 전복 방향으로 쓰인 의견서 초안을 보도하면서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번 판단 자체가 미국 내 임신중절 즉각 불법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날 판단을 근거로 각 주는 임신중절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있게 됐다.

CNN에 따르면 이번 대법원 판단으로 미국 50개 주 중 절반가량이 임신중절을 금지할 전망이다. NYT에 따르면 미국 내 13개 주에서는 이번 판단이 나오면 자동으로 임신중절을 제한·금지하는 법이 발효되도록 한 '트리거 법안'을 마련해 뒀으며, 30일 내 임신중절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주리에서는 이 '트리거 법안'에 따라 50개 주 중 처음으로 건강상 비상 상황을 제외한 임신중절을 금지했다. 미시시피, 텍사스 등에서도 주법무장관이 대법원 판단 공개 직후 성명을 내고 임신중절 제한 조치 시행을 발표했다.

50년 만의 로 대 웨이드 판례 번복은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도 중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연설을 통해 "오늘은 우리 국가에 슬픈 날"이라면서도 "싸움이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11월 중간선거 투표로 의회를 움직여 달라고 호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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