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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나노 시대 열었다…이재용 '기술 중시 경영' 결실

등록 2022.06.30 11: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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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대부분 포기한 초미세 공정에 지속 투자

차세대 GAA로 초미세 공정 한계 돌파 시도

이재용 '기술 삼창'…시스템 2030 비전 본격화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2.06.18.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2.06.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가 30일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한 것은 세계 최초로 '3나노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짧은 업력 탓에 '만년 2위'의 설움을 견뎌온 삼성전자는 업계 1위 대만의 TSMC보다 먼저 '3나노' 고지를 선점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가 신기원을 달성한 데는 이재용 부회장의 '기술 중시 경영'도 한몫했다. 초미세공정은 첨단산업의 성장에 필수적인 고효율·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천문학적인 투자비로 기술 개발을 포기한 상태다.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도 시설 투자, 연구개발(R&D) 등 분야에 전례 없이 투자를 지속해온 것이 결실을 거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최시영 사장은 30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업계 최초로 '하이-케이 메탈 게이트(High-K Metal Gate)', 핀펫(FinFET), EUV(극자외선) 등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빠르게 성장해 왔고, 이번에 MBCFET(Multi-Bridge Channel Field Effect Transistor) GAA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의 파운드리 서비스 또한 세계 최초로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부쩍 높아진 초미세 공정 난도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가장 먼저 한계 돌파에 나서며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의 리더십을 이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파운드리 고객은 100곳 이상으로,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 분리 당시 30곳 대비 약 4년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까지 300곳 이상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삼성전자 파운드리 초미세 공정 리더십 '지속'

삼성전자는 2005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으나, 본격적인 시작은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파운드리팀을 떼어내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한 2017년 5월부터다. TSMC는 1987년 세계 최초로 설립된 파운드리로, 경쟁이 쉽지 않은 상대다. 삼성전자는 업력, 사업규모, 점유율 등에서 모두 업계 1위에 뒤쳐진 상태다.

삼성전자는 그럼에도 첨단 기술력이 필요한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TSMC와 시장을 양분하며 대결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10월 시스템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먼저 10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했으며, 2017년 10월에는 8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세공정의 핵심 장비인 EUV를 2019년 시스템반도체 업계 최초로 7나노 공정에 도입했으며, 2020년에도 3세대 10나노급(1z) D램에 도입해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번 3나노 공정 초도 양산으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공정 리더십을 이어가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3나노의 매출이 올해부터 발생해, 2024년에는 5나노 공정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어 2025년까지 연평균 85% 폭증할 전망이다.

미세공정 한계, 차세대 GAA로 한계 돌파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 양산뿐 아니라 차세대 공정도 경쟁사보다 먼저 도입해 주목받고 있다. 바로 GAA(Gate-All-Around) 기술이다.

GAA는 초미세 공정의 가장 큰 난관으로 여겨지는 전력 효율 저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신기술이다.

반도체 칩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반도체 내 전류 흐름을 위해 스위치를 켜고 끄는 트랜지스터도 함께 작아지고 있는데, 그 결과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데 어려움이 커졌다. 그만큼 장치의 사용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집적도는 24개월마다 두 배 높아진다'는 무어의 법칙도 2010년대 들어 한계를 맞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입체구조 공정인 '핀펫(FinFET) 기술'이 도입됐지만, 4나노 공정 이하부터 한계에 봉착했다.

차세대 GAA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게이트'와 전류가 흐르는 '채널'이 닿는 면적을 넓혀서 전력 효율성을 높였다. 앞서 '핀펫'은 게이트와 채널이 '위-좌-우' 3개 면에서 만난다. 'GAA'는 아랫면까지 포함해, 전면이 맞닿는다. 채널이 게이트에 닿는 실질적인 면적을 늘려 충분한 양의 전력이 흐르도록 한다.

삼성전자 3나노 GAA 1세대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 45% 절감, 성능 23% 향상, 면적 16% 축소되었고, 이어 GAA 2세대 공정은 전력 50% 절감, 성능 30% 향상, 면적 35% 축소된다. GAA가 차세대 파운드리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큰 이유다.

삼성전자는 3나노에 GAA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기술을 검증하고, 안정적인 생산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공급 안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고객 요구에 최적화된 PPA, 극대화된 전성비(단위 전력당 성능)를 제공하며, 차세대 파운드리 서비스 시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평택=뉴시스] 전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설에 앞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2.05.20. photo1006@newsis.com

[평택=뉴시스] 전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설에 앞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2.05.20. [email protected]


이재용 '기술 중시 경영' 통해 '최초'의 역사 지속

삼성전자가 초미세 공정 분양에서 업계 최초, 세계 최초의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술 중시 경영’ 행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은 14년째 국제기능올림픽을 후원 중이며, 지난 2007년부터 국내에서 열리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수상한 인력들을 매년 평균 100여 명씩 채용했다.

최근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에서 돌아와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이번에 선제 도입한 GAA에 삼성전자는 20년 이상 투자해왔다. 또 전례 없는 투자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은 향후 5년간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먹거리∙신성장IT 분야에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특히 지난 2019년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업계 1위에 도전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 평택 3라인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제2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도전없이 안정적인 길을 택했다면 TSMC도 차세대 공정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 진출 10년 만에 1등으로 도약했듯 파운드리 사업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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