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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동반 비극은 '비속살해'…"자녀 생명은 부모의 것 아냐"

등록 2022.06.30 12:48:34수정 2022.06.30 16: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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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에서 부모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조모양

유사 사례 반복되며 '명백한 살인' 비판 제기돼

과거 법원 판례 "부모와 독립된 별개의 인격체"

전문가 "사회적 도움·복지체계 관한 홍보 필요"

[완도=-뉴시스] 이영주 기자 = 지난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에서 실종된 조유나(10)양의 일가족이 탔던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 2022.06.29. leeyj2578@newsis.com

[완도=-뉴시스] 이영주 기자 = 지난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에서 실종된 조유나(10)양의 일가족이 탔던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 2022.06.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한 달 넘게 실종됐다가 전남 완도 앞바다에 빠진 승용차에서 가족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조유나(10)양을 두고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모가 양육 능력 상실 등을 이유로 자녀를 데리고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데, '동반자살'이 아니라 '부모에 의한 살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경찰청은 지난 29일 오후 전남 완도군 송곡항 앞바다에서 인양한 승용차 안에서 조양 가족을 발견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있으며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힐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조양의 사망은 가족이 함께 극단적인 선택에 이른 '동반자살'이 아니라 부모에 의한 '비속살해'라는 주장이 나온다. 자녀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보지 않고 부모의 선택을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는 지적이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11월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43)와 중학생 아들(14), 초등학생 딸(10)을 두고 홀로 살아남은 40대 가장 A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채무로 어려움을 겪다가 아내와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6월 전남에서는 아내와 공모해 8살 딸에게 신경안전제를 섞은 해열제를 타 먹여 질식사에 이르게 한 B씨가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신경안정제를 과다 복용한 아내를 방조해 자살 방조 혐의도 받았다. 항소심은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B씨에게 징역 12년을 내렸다.

법원은 부모가 자녀의 어린 생명을 자의로 앗아가는 것은 명백한 범죄라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수원에서는 한 부부가 6살 아들과 10살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했는데, 딸과 남편만 살아남았다. 1심은 살인, 살인미수, 자살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남편 C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녀는 부모에게 종속된 것이 아니라 부모와는 독립된 별개의 고귀한 인격체이므로, 아무리 부모라 하더라도 자녀의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자식의 생명을 빼앗는 살인행위에 대해 엄중히 처벌해 부모가 어린 자녀의 생명을 함부로 앗아가는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녀 동반 비극은 '비속살해'…"자녀 생명은 부모의 것 아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조양 사건 등을 '동반자살'이 아니라 살인 등 범죄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높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조양 사건을) 법적으로 당연히 동반자살이라 표현할 수 없다. 살인 혹은 자살 방조에 해당할 수 있다"며 "아이가 부모를 따라가겠다는 의사표시가 있었든 없었든 그 의사에 진정성은 없다"고 말했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자신의 자녀라고 하더라도 생명권까지 본인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마치 자녀와 자신을 운명공동체처럼 생각하는 유교 사상이 강한데, 혈연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한 탓이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위기 상황에서 손을 내밀 지원 시설이 있음에도, 인식 부족으로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모가 직접 아이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관련 시설에 임시로 위탁하는 등 국가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사회적으로 부모가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에 충분한 지원을 해서 키워준다는 믿음이 부족해 이런 일이 반복된다"며 "전국 보육원, 위탁·입양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얼마든지 잘 자라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 역시 "당장 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에만 연락해도 신속하게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 시설이 있고, 개인 회생 절차 등이 있다"며 "대안양육 등 사회적 도움을 1차적으로 강구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냉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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